“검찰조사 모든 피의자 변호인 조력 받을수 있다”


앞으로 모든 피의자는 수사기밀 누설 위험 등 특별한 경우 외에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대법원 2부(주심 배기원 대법관)는 11일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59)에 대한 검찰의 변호인 입회 불허 처분이 부당하다는 하급심의 결정을 확정했다.


이는 대법원이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수사단계에까지 폭넓게 해석한 첫 사례여서 향후 구속 피의자에 대한 수사관행에 커다란 영향을 줄 전망이다. 가령 검사가 피의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거나 유도신문 등을 할 때 변호사가 이를 제지하거나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답변에 조언을 할 수 있게 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현행법상 구속 피의자와 변호인 사이의 접견을 제한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피의자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신문을 받는 도중 언제라도 변호인과 접견하는 것이 보장돼야 함에도 불구, 이를 제한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수사를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변호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무부에서도 피의자의 변호인 접견권에 대해 법개정을 검토중이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검찰이 이번 결정에 불복할 경우 재판과정에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법원의 변호인 입회 허용 결정에 대해 “최고법원의 결정이니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검찰도 변호인 입회를 폭넓게 허용하는 쪽으로 관련법 개정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손제민기자 jeje17@kyunghyang.com〉

 

피의자 인권보호 초석: ‘변호인 입회’ 판결 의미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피의자 인권 보호’에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 정책위원회가 추진중인 국선변호인 제도 도입, 영장실질심사 전면 확대 등과 맞물려 피의자 인권 보호와 방어권 확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검찰의 수사관행 변화도 기대된다. 대법원이 검찰의 변호인 입회 불허를 위법으로 판단한 이유는 구속 피의자에 대한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준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변호인의 조력’ 의미를 폭넓게 해석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구속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부당하게 이용되지 않도록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수사기관이 변호인 입회권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수사해 기소할 경우 재판에서 신문조서가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변호인 입회권 논란을 뜨겁게 달군 송두율 교수 사건도 재판 과정에서 조서의 증거능력을 놓고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곧 전면적인 변호인 입회권 허용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법원이 ‘수사를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객관적으로 명백할 때에는 변호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기 때문이다. 서울지검 박만 1차장은 “송교수 사건의 경우 수사상 다른 여러 사람들의 이름이 거론되므로 ‘수사기밀 누설 가능성’이라는 단서조항에 해당한다”며 현재 검찰이 원칙을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피의자 인권 보호’라는 법조계 개혁 흐름과 맞물려 있는 만큼 향후 수사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될 것이라는 인식에는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경향신문 이상주·손제민기자 sj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