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계 올해의 뉴스인물
송두율/ 38년만에 귀국…‘양심’ 을 꾸짖다
이영훈/ 일제수탈론 비판으로‘집중포화’
올 한해 각종 미디어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학자는 단연
송두율교수(뮌스터대)와 이영훈교수(서울대)다.
재독 사회학자인 송 교수는 지난해 9월, 38년만에 귀국했다가
곧바로 체포돼 구속기소됐다. 국정원과 검찰 조사 과정에서
보수진영의 ‘이념공세’가 극에 달했다.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지만, 지난 7월 2심에서 주요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 직후 다시 독일로 출국했지만, 내년부터 한
국내 언론에 칼럼을 연재하기로 하는 등 고국에 뿌리를 내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입국과 구속, 석방 등은 올해 내내
한국사회를 뒤흔든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송
교수 사건은 한국 사회의 ‘사상·양심의 자유’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실증주의 사학자인 이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내재적
발전론’이라는 해묵은 화두를 다시 한번 한국사회에 제기했다.
그동안의 오랜 연구를 집대성해 지난 9월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서울대출판부)를 펴낸 이 교수는 일제가 조선의 토지와
식량을 수탈했다는 기존 학설을 상상된 신화라고 비판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같은 달,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성매매’ 발언으로 또다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임지현 교수 “대중이 독재 동의”
‘이완용의 조카’라는 인식공격성 비난까지 일었지만, 일제
시기에 대한 실증주의적 접근에 대한 학계의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있다. 나름의 학문적 성과에 기반한 이
교수의 발언이 큰 논란을 빚은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일제
청산 및 과거사 규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 과정에서 이 교수는
‘과거사 청산의 폭력성’을 주장하는 논자들의 중요한 이론적
근거로 활용됐다.
비슷한 맥락에서 임지현교수(한양대)도 ‘대중독재론’을 계기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5월에는 그간의 연구를 정리한
<대중독재>(책세상)를 펴냈다.
“학자시절 소신과 다르다”
대중들의 암묵적 동의를 통해 독재가 형성됐다는 임 교수의 주장은
박정희 시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려는 보수진영의 의도와 맞물려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학술활동과 무관하게 세간의 관심을 모은 학자들도 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김대환 노동부 장관(전 인하대 교수)은 최근의
행동과 발언이 학자 시절의 소신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마뜩치 않은
시선을 받았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두 사람에게 경고조치를 내렸다. 김 장관은 비정규직과
공무원노조에 대한 대처방식이 도마에 올랐고, 정 총장은 김민수
전 교수 복직을 둘러싼 논란과 서울대 개혁론에 대한 방어적 입장
및 평준화 폐지 주장 등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최장집교수(고려대)는 지난 10월 계간 <아세아연구>를 통해 현
단계 ‘민주주의 위기’를 지적해 관심을 모았다. 노동문제를
배제한 한국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며, 그 해결을 통한
민주주의 공고화를 주창한 것이 최 교수의 핵심논지였지만, 일부
언론은 ‘노무현 정부 비판’에만 초점을 맞춰 크게 보도했다.
최장집 교수 “민주주의 위기”
최 교수는 이후에도 헌정주의 비판 등을 통해 한국의 보수·기득권
세력에 대한 이론적 비판작업을 계속하고 있다.안수찬 기자
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