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경향신문] 송교수와 토플러의 ‘통일론’ (2003.10.19.) - 김철웅
  글쓴이 펌 글쓴날 2003-12-07 21:57:10 조회 1100

송교수와 토플러의 ‘통일론’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지난주 고려대 강연에서 눈길을
끄는 발언을 했다. 그는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위협요소는 중국도
아니고 통일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한국민은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점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위협론’에 대한 성찰 필요- 


‘제3의 물결’과 같은 명저를 쓴 토플러가 한국에 준 이같은
충고를 통일 반대 주장으로 규정해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는 어디까지나 학자의 입장에서 “나는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통일을 지향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이런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 통일의 경우 동·서독은 양쪽
다 ‘제2의 물결(공업사회)’ 단계여서 통일 후유증이 적었지만
남한이 ‘제3의 물결(지식기반사회)’로 진입하는 단계인 반면
북한은 ‘제1의 물결(농업사회)’에 머물러 있어 남북통일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신문들은 그의 강연 내용을 ‘한국 경제 최대 위협은 통일’
‘한국, 통일비용 과소평가’와 같은 제목을 달아 비중있게
보도했다. 신문의 기사판단은 전적으로 그 신문의 재량에 속하므로
이 또한 논쟁거리는 아니다. 다만 북핵문제와 이른바 남·남갈등의
심화로 남북화해 무드가 크게 후퇴하고 있는 듯한 현 단계에서
토플러에 의해 제기된 ‘통일위협론’을 많은 신문들이 유의미하게
받아들여 보도하게 된 맥락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은 제기된다.
남북통일은 민족통일의 문제이며 따라서 ‘분단시대의
민족주의’란 개념과 떼어놓고는 논의될 수 없다. 때마침
보수언론·우익세력들에 의해 ‘건국 후 최고위급 거물간첩’으로
지목된 송두율 교수가 귀국해 조사를 받고 있는 시점에서 토플러의
통일 발언이 나왔다. 


토플러의 강연이 있기 며칠 전에는 ‘탈민족주의 시대의
민족담론’을 주제로 한 철학자 대회가 열렸다. 한국 철학계가
민족담론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이 대회에는 문제의 송교수도 참석했다. 


비록 송교수가 친북활동과 관련된 진술의 진실성 등에서 의심을
받고 있지만 남북통일 문제와 관련한 학문적 내용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는 과거 발표한 글에서
“탈역사와 같이 ‘주체’를 해체하려는 철학이 풍미하는 오늘의
조건에서 ‘민족주체’를 강조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같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란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민족이란 단위가 담고 있는 실존적인 삶의 테두리가 그저
낡은 존재론적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거나 ‘세계사회’에서는 더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주장은 지역통합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된
유럽과는 분명히 다른 동북아의 특이한 정치적 구조를 생각할 때
너무 단순하게 문제를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플러는 북한을 농업사회로, 남한을 지식기반사회 진입단계로
보고 둘 사이의 부조화를 지적했지만 송교수는 남한과 북한을 각각
‘세계화’와 ‘주체화’의 길을 걷고 있는 사회로 규정하고 이
두가지 요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가 통일의 핵심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어떤 사회적 문제도 ‘색깔논쟁’으로
몰아가면 해법이 보인다는 진리를 분단 반세기 동안 터득해온
남한의 보수우익은 일본의 보수우익과는 달리 ‘민족’이나
‘민족주의’ 담론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는 송교수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역사의식 없는 세계화 공허- 


그런 점에서 토플러는 이들 보수우익이 갈망하던, 구미에 딱 맞는
논리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일논의에 대해 귀를 닫고
싶은 햇볕정책·퍼주기 비판론자, 통일 무용론자, 나아가 반통일
세력들에게는 귀가 번쩍 트이는 발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토플러의 논리는 지나치게 세계화와 경제란 관점에 치우쳐
남북통일 문제를 보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대부분의 구미
각국은 오래전 민족분규와 통일을 완결했거나 아예 그런 과정이
생략된 채 오늘날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현
단계는 ‘분단시대’이며 그 극복의 당위성에 대한 역사인식 없이
외쳐지는 세계화는 공허한 것이다. 게다가 궁극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이란 측면에서도 통일문제는 우리의 중대한 국가
아젠다일 수밖에 없다. 


〈김철웅/미디어부장〉 



최종 편집: 2003년 10월 19일 19: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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