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선언일에 고발하는 '국보법 인권유린'
[오마이뉴스 김지은 기자]
'세계인권선언일'인 10일, 한국의 97개 시민단체들은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인권유린 실태를 신랄하게 고발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다함께·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참여연대·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 97개 시민·사회·통일·종교·인권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연행, 구속 사례를 소개하고 공안당국을
비판했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국보법 관련 연행,
구속사태는 수구냉전 진영에 의한 역사회귀 시도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며 "공안당국은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단체들은 "국가보안법은 이미 범국민적 동의로 전면 폐지의
수순만을 남겨놓고 있는 구시대의 유물이자 사문화된 쓸모없는
법"이라며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국보법 전면폐지를 위해
2004년을 '국보법 폐지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2004년을 국가보안법 폐지의 원년으로"
이날 기자회견에는 올해 들어 '국보법 폐해'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송두율(재독 사회학자) 교수 사건, 재학생-휴학생-졸업생
8명이 무더기로 연행돼 이중 6명이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아주대
자주대오 사건', 민경우 통일연대 사무처장 구속 사건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다.
기자회견에서 '송두율 교수 석방과 사상·양심의 자유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송두율교수대책위)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정완(성공회대 사회학) 교수는 "송 교수 사건은 국보법과
관련해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사례이자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신장,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의 잣대가 되는
사건"이라며 송 교수 사건 진행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대해 지적했다.
신 교수는 "송 교수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재판을 통해 인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언론 등에 유포했고 검찰은
공판과정에서 이 사건의 핵심이랄 수 있는 '북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여부가 아닌 '남북한해외학자통일학술회의' 때의 발언을
인용해 '친북행위'로 포장하는 등 구태의연한 신문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교수는 "송 교수 사건은 정치적 맥락에서 수구 기득권
세력의 세 유지에 이용된 측면이 강하다"며 "이를 계기로
'송두율교수대책위'는 국보법 폐지 운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대학교 학생들도 직접 기자회견에 참석해 "'아주대 자주대오'
사건은 공안당국에 의한 조작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연행된
학생들은 경찰의 무리한 수사에 시달려야 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2004년 아주대 부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김상규(21·전자공학부 3, '아주대 조직사건 조작음모 분쇄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대책위원회' 위원장)씨는 "지난 4일
연행됐다가 불구속 수사로 풀려난 학생 2명의 증언과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이들의 말에 따르면 경찰은 무리한 강압·표적수사를
벌이며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진술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씨는 지난 5일 석방된 주아무개(23·2004년 아주대 공과대
부회장 당선자)씨와 황아무개(22·휴학중)씨의 말을 인용해
"경찰은 학생들에게 '자주대오 조직원이냐', '학생회 하지
않았느냐, 그것이 바로 자주대오다'라고 강요하고 학생회의
일반적인 회칙을 한총련의 강령과 규약 등과 섞어 '자주대오의
강령과 규약'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뿐만 아니라 경찰은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학생
6명에게 하루 10∼11시간에 이르는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아주대 사건은 지난 9월 이후 14∼15명에 이르는 한총련
대의원들을 연행한 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학생운동 탄압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 대표 30여명은 오는 2004년을
'국가보안법 폐지 원년'으로 선언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문대골(주한미군 범죄근절운동본부 상임대표)
목사는 "남-북 화합과 평화의 시대를 저해하는 악법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라며 "이 법을 폐지하기 위한 운동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