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주장이 오히려 국보법 위반"
송두율 교수 6차공판, 증인들 검찰측 주장 조목조목 반박
김주아 기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송두율 교수 6차공판이 열린 27일.
쟁점이 되고 있는 통일학술회의와 내재적 접근론,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활동등에 대해 검찰측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언들이 나와 변호인단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지법 311호 법정에서 진행된 6차공판은
백여명이 넘는 방청객들이 참가해 한달이 넘게 진행되고 있는
공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6차공판은 변호인단 증인으로 권만학 경희대 국제경영대학원
학장과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부교수가 나와 각각
통일학술회의와 내재적 방법론, 정치국 후보위원 활동에 대한
내용들을 증언했다.
"통일학술회의가 북한의 통일정책 선전장?"
통일학술회의를 주최하고 있는 한국통일포럼 사무국장으로 있는 권
교수는 송교수는 통일학술회의와 관련해서 철저하게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송교수가 오히려 남한쪽 편을
들어주는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권교수는 "통일학술회의는 70년대 엄혹한 남북상황에서 유일한
대화채널 역할을 담당하면서 한반도 평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면서
"이런 회의를 북한의 통일정책을 선전하는 북한학자들에게
놀아났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검찰측 주장을 반박했다.
권교수는 또 검찰측 주장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사고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학자들이 전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남한
학자들을 모두 설득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북한을 찬양하는 것
아니냐"고 검찰측을 꼬집어 관중들이 잠시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권교수는 이어 통일학술회의는 사전회의를 통해 충돌이 크게
우려되는 것은 소위 '지뢰작업'을 통해 제거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송 교수는 남쪽 학자들 편에서 북을 자주 설득했다고 전했다.
권교수는 통일학술회의에서 남쪽 학자들이 북쪽 학자들과 설전을
벌였다는 것을 예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북쪽 학자들이
한총련을 왜 탄압하느냐고 했을 때 "우리는 그쪽은 그렇게 체제에
반대하는 단체라도 있냐고 맞받아치기도 했다"는 것.
이날 권교수는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위해 땀 흘려서 만든
통일학술회의가 이런식으로 모독당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증인으로 나오게 됐다"고 심경을 전했다.
송교수가 정치국후보위원으로 대우는 받았냐는 질문엔
통일학술회의에 후보위원 서열50위 이하의 간부가 참가했을때
모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기본 학자로서 존중하는 분위기는
있으나 후보위원으로 대접받는 것은 전혀 볼 수 없었다"고 답했다.
박 교수도 이에 대해 "검찰이 주장하는 비밀정치국후보위원은 북한
전공학자들과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전혀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내재적 방법론은 학자들 세계에선 일상적인 것
이어 증인으로 나온 박순성 교수는 송 교수의 내재적 방법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검찰측이 주장하는 내재적 방법론에 대한
비판은 부분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소 꼬리를 잡고 소를
흔들려고 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루이드몽, 잔 발리스트 등의 학자들도 인도와 쿠바를
내재적 방법론으로 연구한 것을 예로 들어 "이들은 그 사회에 대한
유명한 저서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속해있는 서구사회에
발전적인 이론을 남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우리 사회에 정부가 유포한 잘못된 북에 대한
정보로 맹신적인 친북주의들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오히려 송
교수의 연구로 제대로 밝혀진 북의 정보들이 균형적인 북에 대한
사회인식을 만들 수 있다"고 내재적 방법론의 계몽성을 옹호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미 학자들 사이에서 일상화된 내재적 방법론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념적 공세를 받고 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내재적 방법론에 대한 장점들이 더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송 교수가 북을 옹호하기 위해 주체사상을 연구했다고 한
점에 대해서도 "북을 연구하는 보수적인 학자들도 주체사상은 북을
바라보는 창이며 핵심이라고 하고 있다. 북을 연구하고자 한다면
기본 연구해야 하는 것"이라고 박 교수는 일축했다.
민주주의 사회는 비판과 반비판이 충돌하면서 발전
70년대 송 교수가 남한을 비판한 지점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그
당시 다른 한국의 학자들이 남한을 비판한 것에 비하면 오히려 송
교수는 남한 비판을 상당히 온건하게 한 것"이라면서 "학자의
비판적 평가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사회의 발전은 이뤄지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검찰은 송 교수가 주체사상에 대해 비판한 지점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박 교수는 이를 부인하면서 직접 송 교수의 저서 중
문구들을 읽어가면서 송 교수가 주체사상에 대해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응수했다.
박 교수는 송 교수가 실정법에 처벌된다면 "법조계의 모든
사람들과 엄청난 재원을 들여서 남한 학자들의 모든 학문들을
조사해야 한다"면서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비판과 반비판들이
충돌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검찰이 또 송 교수가 15년간 내재적 방법론으로 북을 연구했는데
제대로 된 연구결과가 없다고 하자 박 교수는 "나도 20년이 넘게
경제사와 북한경제를 연구하고 있지만 쉽게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학자가 학문에 대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시간에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송 교수가 현재 8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그에게 이후
학문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연구를 완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박 교수는 남쪽에서 현재 북한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송 교수의 저술들에 대한 감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이날 검찰측 증인으로 나오는 최창동씨는 독일에서 북측
범민련 활동을 하다 남한으로 귀순한 자로 비공개 재판으로 심문이
진행됐다.
하지만 재판장이 허락한 송 교수 부인 정정희씨와 독일영사는
재판을 방청할 수 있게됐다.
2004년01월27일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