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오마이뉴스] 관련기사: 우리는 좌절한다, 그리고 분노한다 - 정운현 (2004.2.16.)
  글쓴이 펌 글쓴날 2004-02-18 20:07:42 조회 1854

우리는 좌절한다, 그리고 분노한다 
[오마이뉴스] 2004년 02월 16일 (월) 

 [오마이뉴스 정운현 기자]서울대병원 장례예식장 2층에는
이승에서의 고단한 삶을 뒤로하고 이제 영원의 안식을 취하고 있는
한 '거인'이 있다. 김진균 서울대 명예교수가 바로 주인공이다.
고인은 일생을 민중의 벗이자 스승으로, 또 진보진영의 '느티나무
쉼터'처럼 살다가 생을 마쳤다. 

생전에 고인이 삶을 다바쳐 껴안았던 이 땅의 민중들은 그러나
오늘도 거리에서, 일터에서 공권력과, 때론 경제권력과 맞서 힘든
투쟁을 전개해야하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이라크 파병 동의안이 압도적(찬성 155, 반대
50) 표차로 통과된데 이어 오늘 다시 한-칠레 FTA비준동의안이
역시 압도적(찬성 162, 반대 71)으로 다시 통과됐다. 


민중의 벗, 고 김진균 교수의 희생적 삶


FTA동의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농민 3천여 명은 '이제 우리는 다
죽었다'며 눈물의 통곡을 토해냈다. 그들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아들뻘 전경들의 방패에 휘둘리고 또 물대포 세례를
맞아야 하는가. 


국회 '안'에서 동의안을 통과시킨 사람들도 한국인이요, 국회
'밖'에서 이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인 사람들도 한국인이요, 또
그들의 시위를 저지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이다. 대체
그들은 서로 누구이며, 그들은 누굴 위해 동의안을 통과시키고, 또
반대하고 또 반대시위를 저지하는가. 


60년대 중반 월남전 파병 때 전개된 야당과 대학생들의 반대집회가
40년이 지난 지금도 서울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간 정권이
바뀌어도 여러번 바뀌었고, 세상을 보는 국민들의 눈도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국회를 장악한 정치집단과 집권자의 시각은
여전히 '미국 바라보기' 그대로다. 


농업개방이 세계적 추세로 부각되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농업
지키기'를 주창해온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구체적으로 농림부) 그간 뭘 하다가 이제와서 "세계적
개방추세를 거스를 수 없다"며 농민 달래기인가. 


이제 농민이 다 죽게된 마당에 농림부가 있을 이유가 무엇이며, 또
국회는 무슨 소용인가. 이래놓고 4월 총선때 지역구에 돌아가서
다시 뽑아달라고 뇌까릴 작정인가. 대체 그들은 누굴 위한
공무원이고 또 국회의원인가. 


얼마나 더 많은 이 땅의 민중들이 몸을 던지고 불살라야 하나


죽어나는 건 비단 농민 뿐만 아니다. 지난해 한 손에 꼽고도 남을
수의 노동자들이 이른바 '사회적 살인'의 형태로 우리 곁을
떠났다. 엊그제도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의 근로자가
분신자살이라는 참혹한 저항방식을 택했다. 그는 비정규직
차별대우 철폐를 유서에 남기고 몸을 불살랐다. 대체 얼마나 더
많은 이 땅의 민중들이 몸을 던지고 불살라야 상식이 통할 것인가.



내일 모레 취임 한 돌을 맞는 노무현정부의 출범은 시대변혁을
온몸으로 느껴보고자 했던 이 땅의 대다수 민중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기회'였다. 그러나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그같은
희망은 여전히 순진한 민중들의 '희망'이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을 보는 시각도, 노동자(혹은 재벌)를 보는 시각도,
남북문제를 보는 시각도 모두다 거기가 거기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거수기격인 여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행정부의 밑딲이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거대
야당(한나라당)이 답잖게 '여당적 사고'를 하고 있으며, 이 토대
위에 '사이비 개혁성향'의 여당(열린우리당)이 이에 동조하여
시대정신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이 땅의 민중들은 좌절한다. 그리고 분노한다. 


때론 농약값도 못건지는 쌀농사를 짓기 위해 손톱 밑에 흙이
가실날이 없는 것이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봄기운이 돌면 논에
물대고 쟁기로 흙손질 하는데도 하루해가 짧은 것이 이맘때 농촌
상황이다. 그러니 농민들을 더 이상 여의도로 불러 올리지 말라.
농민들 안챙겨줘도 좋으니 더 이상 농촌이 지역구니, 농민 위해
특별예산 편성했으니 그 따윈 얘긴 집어치워라. 


요며칠 해괴한 일이 세상을 어지럽히기도 했다. 아직도 그 때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
누드집을 내겠단다. 그것도 한일문제를 푸는데 도움을 주려고
했다니 발상이 가증스럽고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것도 피해자의
손녀뻘인 여성 탤런트를 앞세워서 말이다. 


4.15 총선에서 민중들, 무혈쿠데타 이뤄내야


그러나 따지고 보면 분노하고 놀라워할 것도 없다. 모두
자업자득이다. 제대로 안가르치고 또 제 나라 백성을 제 나라가
안챙기는데 위안부가 뭐 대수인가. 오죽했으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국적포기운동이 일어났겠는가. '왜놈'들이 독도를 제
땅이라고 주장하고, 고이즈미가 야스쿠니신사를 제맘대로 참배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만20세 이상의 한국인들은 4년마다 한 번씩 '마술'에 걸린다.
이른바 투표를 통해 유권자 행사를 했다고 착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 선거사에서 유권자가 시대를
견인한 사례는 드물다. 민중들의 피와 땀의 결과를 겨우 추수한
정도일 뿐이다. 지역감정 귀신에 홀려 앞도뒤도 안보고 경상도는
'반DJ 인사' 찍고, 전라도는 '선생님 사람' 찍던 시절이
엊그제까지만 해도 그랬다. 


봄기운이 사방에 완연한데 이 땅 민중들의 삶은 왜 아직도
한겨울인가. 위정자는 바뀌어도 그들의 눈길은 늘 더 가진 자에,
더 큰 나라에 쏠려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어떤 보수성향의
잡지 편집장은 새정부가 맘에 안든다고(혹은 친북적이라고) 군대를
향해 (빨리 쿠데타 일으키지 않고) 뭘 하고 있느냐는 식으로 글을
쓴 걸 봤다. 시대착오도 한참 시대착오다. 


그러나 쿠데타는 아직도 필요하다. 탱크와 총칼이 아니라
'투표용지'라는 총칼을 가지고 무혈쿠데타를 이뤄야 한다. 그
길만이 이 땅의 민중들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다. 두달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을 통해 우리는 지금껏의 좌절과 분노를 반드시
털어버려야만 한다.

/정운현 기자 (jwh59@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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