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아픔 껴안은 비판적 지식인의 사표 김진균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게재일 : 2004년 02월 16일 [27면] 글자수 : 1122자
기고자 : 김동섭 기자
한국 민중학술운동의 대부(代父)인 김진균(金晋均·사회학) 서울대
명예교수가 14일 오전 9시40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67세.
金교수는 1988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를 조직하면서
공동 대표를 지냈고, 94년에는 사회진보연대 대표를 맡는 등
학자로서뿐 아니라 실천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경남 진주 출생인 고인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68년
서울대 상대 전임강사로 대학 강단에 발을 디뎠다. 그는 평범한
근대화론자로 출발했지만 개발독재 과정을 겪으면서 진보적
사회학자로 거듭났고 비판적 지식인의 앞줄에 서서 독재와 맞섰다.
75년 사회학과 교수로 옮긴 고인은 사회주의 학문 이론이 발붙일
틈조차 없었던 군부 독재 시절에 국내 학계에 '계급론'이나 '민중'
개념을 끌어들였다. 당연히 시련도 많았다. 한 학술논문집에
기고한 박정희 정부의 인권 탄압을 거론한 글 때문에 필화 사건을
겪었고, 80년에는 신군부에 의해 해직됐다. 이후 84년 8월 복직할
때까지 고인은 서울 상도동의 허름한 창고 빌딩을 빌려 후배들과
함께 '상도연구실'을 꾸려나갔다. 이 연구실은 훗날 한국
산업사회학회의 초석이 됐다.
그를 잃은 후학들의 슬픔은 크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시대에 뒤떨어지면 진보는 살아나지
못한다'는 신념으로 젊은이와 네티즌의 생각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유초하 충북대 교수는 "후진을 키우면서 스스로 더 커져 후진의
사표(師表)가 되신 분"이라며 "한국 사회의 모순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사회변혁 구상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떠나신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해 2월 정년퇴임 전까지 『진보에서 희망을
꿈꾼다』『21세기 진보운동의 기획』 등의 저서를 펴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혜영(65)여사와 아들 태진(39)·영진(38)씨, 딸
지인(34)씨 등 2남1녀가 있다. 김세균(57)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동생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이며, 발인은 17일 오전 8시30분.
장지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02-760-2018, 2022.
김동섭 기자
don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