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균 교수님!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들!
민중의 영원한 벗이자 스승이셨던 김진균 선생님이 타계하셨다는
소식에 저희 유럽대책위 관계자들은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안타까움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런 저희들의 마음을 가슴이
메어지셨을 유가족들께 서둘러 전해드리지 못해 대단히
송구합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선생님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모든 분들과 더불어 삼가 특별한 조의를 표하니, 부디 넓으신
아량으로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그간 선생님은 노동자, 농민, 빈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당신을
필요로 하는 모든 자리에 참석하셨지만, 이제 선생님을 마지막
배웅하는 민주사회장에 우리가 모였습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민주화를 위한 열정적인 삶을 사셨기에 민주개근상이라도 드려야
좋으련만, 우리에겐 단지 끝없는 추모의 마음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영면에 드신 당신의 민주화를 향한 뜨거운 마음과 노동자,
농민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우리의 가슴 속에 새기려 합니다.
선생님은 과거 군부독재시절의 칠흑 같던 어둠을 밝힌
부싯돌이셨습니다. 불의에 저항한 민주화투쟁 속에서 비록
개인적으로는 해직이라는 어려움을 겪으셨지만,
‘산업사회연구회’와 ‘학술단체협의회’ 등의 연구단체를 만들어
진보학계의 기본적 틀을 잡으셨고, 특히 87년 민주화대투쟁 이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를 조직하여 교수들이 유기적
지식인으로서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과거 전노협 고문에서 전국연합,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거쳐
현재 민중연대 공동대표에 이르기까지 그 무수한 명함들은
당신이야말로 민중운동의 진정한 활동가였음을 웅변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진보적 민중운동의 위대한 유산은 우리 모두에게
나눠졌습니다. 36년 동안 길러내신 많은 제자들, 불을 찾아 헤매는
민중운동진영의 무수한 불나비들이 당신의 ‘너른마당’에서
‘청정(菁丁)’의 뜻을 받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물론
해외 대책위 관계자들도 당신의 뜻을 이어 앞만 보고 걸어가는
제2, 제3의 불나비들이 될 것입니다.
선생님은 건강이 좋지 않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송두율 교수
석방과 사상-양심의 자유를 위한 대책위원회’ 고문으로
계셨습니다. 이는 당신이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하셨던 국가보안법
철폐와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실천하기 위한 결단으로 보였습니다.
저희 유럽대책위는 이런 실천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위해 온힘을 다할 것입니다. 91년 분신정국에서,
청년학생들에게 사회적 실천을 당부하셨다죠. 국가보안법의 법리적
허구성을 지적하면서, 법이란 분명 법적용 주체가 있어야 할진대
국가보안법은 법적용 주체가 너무도 자의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한마디로 웃기는 법안이라고 하셨습니다. 강철군화에 짓밟힌
군부독재의 상황에서 고된 민주화투쟁으로 통일운동이 위기에
봉착하자 평화적 통일을 위한 버팀목을 자임하시기도 했습니다.
즉, 저희들이 판단하기에 선생님의 실천활동은 궁극적으로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을 동시적으로 해결하려는 일관된 방향성이
있었습니다. 단언컨대, 송두율 교수 또한 자유의 몸이 되면
선생님의 유지를 이으실 것입니다.
김세균 교수님,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
선생님은 모란민주공원에 묻히신 게 아닙니다. 선생님은 이미 먼저
자리를 잡고 계신 전태일, 김경숙, 문송면, 문익환 동지들과 함께
두 눈 부릅뜨신 채, 억압과 착취 그리고 차별이 없는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그날을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또한 당신의 실천적
과제 중 하나였던 민족과 평화의 문제도 ‘너른마당’에서
끌어안아 우리 모두가 그 과제를 해결하기를 바라고 계실
것입니다. 선생님처럼 “참이 아니면 말하지 않고 옳은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 묵묵한 뚜벅이들이 아직은 생각 보다는 많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희망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김세균 선생님!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들! 봄의 서막이 열렸지만 아직은 차가운
날씨가 계속되니 부디 건강 보전하시길 당부 드립니다.
송두율교수 석방과 국보법 철폐를 위한 유럽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