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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21: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8] - 북한영화 특별상영
포럼 집행위원 도로테 베너 인터뷰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초석이다
베를린영화제에 북한영화를 초대한 경위는.
주한 독일문화원장인 우베 슈멜터 박사의 노력이 컸다. 분단의 아픔을 공유하는 독일과 한국인만큼 베를린영화제를 통해 남북교류에 기여하고
싶다는 희망을 교분이 두터운 디이터 코슬릭 위원장에게 피력했고, 영화제쪽도 이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사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의 하나로 표현한 것은 충격이었다. 시계를 냉전체제 상황으로 돌려놓겠다는 발언 아닌가. 한 나라를 마녀사냥하듯 몰아대는 것보다는 대화를 통해
접근을 시도해야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베를린영화제는 북한영화 상영으로 이런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자그마한 초석이라도 놓고
싶었다.
관객 반응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는데.
유럽 관객이 북한영화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충분히 예상한 바다. 북한이 영화를 효과적인 선전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양식이나
영화미학도 완전 다르다. 현실을 왜곡하는 프로파간다와 북한체제의 타락성에 분노한 관객도 있을 것이다. 끔찍하다는 느낌도 가질 것이고, 완전히
생소한 영화적 경험이기에 웃음을 터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에게 완전 미지의 나라다. 핵분쟁, 식량난 외에는 북한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따라서 관객은 영화를 통해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상영작 선정기준은.
일단 최근작을 선호했다. 관객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스토리여야 했고. 제작된 지 한참 됐거나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뻔한 내용은 가급적
피했다. 다른 영화제나 독일 극장에서 소개된 작품도 제외했다. 그러다 보니 <푸른 주단 위에서>가 남더라. 포럼 내부에서는 무엇보다도
이 영화를 상영함으로써 북한체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부작용을 낳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컸다.
지난해 참가작인 한국영화 <경계도시>를 재상영한 이유는.
송두율 교수 구명운동이라기보다는 그가 처한 상황을 알린다는 차원에서였다. 적어도 내가 아는 송 교수는 평화적 통일을 위해 문화적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인 통일관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통일을 위해 정직하게 노력해온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의 상황은 잘 모르지만 귀국을 위한 준비가 소홀했다는 생각도 들고, 변호사 없이 심문을 받는 등 기술적 실수를 범하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그의 시도가 너무 시기상조였는지도 모르겠다. 2번에 앞서 3번의 시도를 해버린 것처럼. 아무튼 하루속히 진실이 규명되어 비극적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