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
137-070 서울특별시 서초구 우면로 100 (서초3동 1701-1) 서울지방법원 형사 24부 이대경 판사
귀하 발신: 송두율교수의 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일본 지식인 공동서명 대표인: 이토 나리히코(伊藤成彦),
윤건차(尹健次)
존경하는 재판장님!
우리 일본 거주 지식인들(일본국적, 한국국적, 조선국적표시, 기타 국적소유자)은 최근 재독사회학자 송두율교수가 37년 만에 귀국한 고국
한국에서 지극히 곤란한 상황에 내몰려온 사건에 대해 깊은 슬픔과 커다란 분노의 심정을 갖고 있습니다. 2003년9월 22일에 서울에 도착한 이후
일부 언론기관은 송두율 교수를 '북'의 간첩이라고 중상비방을 반복해 왔으며, 수사기관인 국가정보원은 한 술 더 떠 조사에 응한 송두율교수를
부당하게도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식민지시대와 해방 후 남북분단, 그리고 한국전쟁의 비극을 참아내면서 한국의 민중은 수많은 희생을 수반한 민주화운동을 통해, 오늘날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된 사회를 일구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6월의 남북한 정상에 의한 '남북공동선언' 발표이래, 남북한은 여러 곤란을
겪으면서도 화해와 협력의 길을 걷고 있으며, 바야흐로 남북통일로 이어지고야말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듯 재판장님께 탄원서를 제출하는 일본 거주 지식인들은 그 입장과 사고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과거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거나
고발하면서, 남북한의 경제발전과 민주화, 그리고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 나아가 남북의 통일,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를 마음 깊이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해방 후 한국의 고난에 찬 궤적을 볼 때, 한국에서 민주화운동이 해온 결정적인 역할을 부정하기
힘들 것입니다. 사실 민주화된 한국은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독재와 인권유린이라는 과거의 어두운 이미지는 옛이야기가 된 듯한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갑자기 해외에 전해진 송두율 교수에 대한 가혹한 처사는 옛적 한국의 좋지 않은 이미지를 상기시키며 한국의 비인권적 상황을
다시 한번 실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송두율교수는 고국을 떠나 독일에서 학문연구를 해왔으며, 독일 및 남북한에 커다란 사상적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한국에서 출판된 저작도 다수
있는데, 그것들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남북간의 화해 협력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한국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송두율교수가 가족과 함께 37년 만에 귀국한 종착지가 다름 아닌 차가운 서울 구치소의 감방이라는 사실을 보면서, 우리는 놀란 나머지
말문이 막힐 따름 입니다.
서울지검 공안 1부는 송두율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그런데 그 혐의내용으로 1973년 이래, 22회에 걸쳐
'북한'을 방문하고 '주체사상 선전' 지령을 실행했으며, 학술대회와 저술활동을 행하고, 그간 '조선노동당정치국후보위원'에 선임되었다는 사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송두율교수가 간첩이나 조선노동당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변조한 것이 분명합니다.
'북한'에 대한 연구와 남북의 융화와 통일을 목적으로 한 송두율교수의 북한방문, 그리고 그가 주도해왔거나 지원해 온 남북한과 일본, 여타 각국
지식인들이 다수 참여한 각종 학술대회의 개최는 결코 국가보안법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가보안법 자체가 사상,
양심, 학문연구, 표현의 자유라는 인류의 보편적 권리를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대표적인 반인권법이며, 그 나름의 실체를 가진 국가체제인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함으로써 적대관계를 유지하려는 악법입니다.
한국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은 일본을 비롯하여 동아시아와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경탄할만한 감동을 주어왔습니다. 오늘날 격동하는 동아시아의
정세 속에서 한국은 동아시아 각국의 화해와 협력, 연대와 평화를 만들어내는데 중추가 되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재 송두율교수를
무리하게도 '친북반남'(親北反南)의 인사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것이 도대체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헛되게도
한국사회 내부의 증오와 대립의 감정을 격화시키고, 나아가 남북한간의 민족대립을 증폭시키며, 궁극적으로는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각국, 그리고
세계 사람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필요한 일은 스스로 '경계인'(境界人)이라고 하여, 증오와 대립이 아니라 화해와
협력, 연대와 평화를 호소해온 송두율교수를 즉각 석방하고, 그 자신의 안전과 사회활동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한국사회의 관용과 성숙성을 보여주고
희망에 찬 미래를 지향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송두율교수는 이미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의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하면서, "이에 수반되는 어떠한 불편과 처벌, 고통도
참아내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그가 독일 땅에 있으면서,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남북의 화해와 협력, 통일의 촉진을 위해서 수 많은
공헌을 해온 것은 이미 역사 속에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송두율교수의 민주화운동의 공적을 인정하면서, 2003년 10월
13일의 국정연설에서 "송 교수의 수사와 처분문제는 분단시대의 극단적인 대결구도 속에서 만들어진 법과 상황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엄격한 법적 처벌도 중요하나 한국사회의 폭과 여유, 그리고 포용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송두율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둘러싼 이번 재판은 한국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한국 국내는 물론이며, 해외에서도 크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미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서명에 찬의를 보내고 있으며, 독일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탄원서에 서명했다고 들은 바
있습니다. 일본은 송두율교수가 살았던 적이 없으며, 주요한 활동지역도 아니었고, 따라서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일본에 거주하는 지식인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후 한국사회의 발전, 일본과 한국의 우호관계의 증진, 그리고 동아시아 및
세계 사람들과의 희망 찬 미래를 위해, 이번 재판이 커다란 전기가 되기를 마음 깊이 바라며, 여기에 서명에 동의한 사람들의 명부를 부쳐 탄원서를
제출하는 바입니다.
2004년1월 23일
공동대표서명인
이토 나리히코(伊藤成彦, 주오대학 명예교수) 윤건차(尹健次, 가나가와대학 교수)외 서명인
362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