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말로만 경계인 北만 편들어"宋씨 "보안법 신주단지처럼
받드나"
[세계일보] 2004년 03월 09일 (화)
“무기징역이 마땅하나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감안, 징역 15년을
구형합니다.”(검사)
“국가보안법을 신주단지 받들 듯 모시는 당신들은 원숭이나
다름없습니다.”(송두율씨)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인 4시간이었다. 9일 오후 2시에 시작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60)씨의 결심공판은 논리대결속에 6시가 돼서야
끝났다.
지난해 송씨를 구속기소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담당검사는
추상같은 표정으로 논고를 낭독했고 송씨 역시 미리 준비한 A4
용지 7장짜리 최후진술문을 담담히 읽어 내려갔다.
“징역 15년”이란 말이 검사의 입에서 떨어지는 순간
서울중앙지법 4층 대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 사이에서는
나지막한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송씨가 최후진술을 마치자 일부
지지자들은 박수로 화답, 법원 직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논고를 통해 송씨가 지난 30여년 동안 말로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 서있는 경계인’으로 자처하면서도 현실에선
‘경계를 넘어 북한만 편드는’ 활동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북한 노동당에 가입한 이래 당 서열 23위에 해당하는
정치국 후보위원까지 오른 점으로 미뤄볼 때 송씨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고위급 간첩’이라는 것. 검찰은 또 송씨가 ‘북한
바로알기’와 ‘내재적 접근법’이란 명목 하에 남한 젊은이들을
상대로 북한체제를 선전하는 등 이적행위를 실천해 왔으면서도
아직까지 아무런 반성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씨는 최후진술에서 마치 대학의 철학 강의실을 법정에 옮겨놓은
듯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쏟아놓으며 보수세력을 규탄했다.
송씨는 국가정보원, 검찰, 언론, 일부 지식인들을 “국가보안법을
신주단지처럼 받들어 모시는 네 마리의 원숭이”에 비유한 뒤 “이
원숭이들이 벌인 시끄러운 굿판이 결국 ‘도깨비 장난’에 지나지
않았음을 밝혀줄 멋진 판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