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뉴시스] 송두율씨, '다섯마리 원숭이' 우화 들어 국정원.검찰.언론 비판 (2004.3.9.)
  글쓴이 펌 글쓴날 2004-03-10 06:15:07 조회 1575

송두율씨, '다섯마리 원숭이' 우화 들어 국정원.검찰.언론 비판 
[뉴시스] 2004년 03월 09일 (화)  
 
 【서울=뉴시스】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는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이대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과거 경험에 사로잡혀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원숭이' 우화를 통해 공안검찰
등을 비판했다. 

송씨는 최후진술에서 "국정원과 공안검찰, 거대 언론, 일부
지식인이 국가보안법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있다"며 이들을
'사육사가 설치해 놓은 강한 전류가 흐르는 전깃줄에 놀란 바 있어
전류가 끊긴 다음에도 바나나에 접근하기를 거부하는 네마리
원숭이'로 비유했다. 

그는 이어 검찰과 언론 등의 비판을 뒤로 하고 자신에 대해 달리
생각해 준 사람들을 '네마리의 원숭이들이 만류했음에도 바나나에
접근하려 하는 다섯번째 원숭이'에 빗댔다.

송씨는 "이미 전류가 끊겼음에도 네마리의 원숭이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며 이미 냉전이 끝났어도 여전히 국가 보안법에 얽매여
냉전 논리로 사회를 바라보려는 이들을 비판했다. 

송씨는 "국가보안법이 민주화 진전에 따라 유명무실하게 되었다고
믿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입국을 전후해서 생긴 소용돌이는
분명히 큰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송씨는 덧붙여 "네 마리 원숭이가 벌였던 그 시끄러운 굿판이 결국
도깨비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몰고 올 또 한번의 충격을
기대해 본다"고 말해 길게 보아 자신의 무죄가 밝혀질 것임을
확신했다. 

다음은 이날 송씨의 최후진술 가운데 '다섯마리 원숭이'와 관련된
부분. 

『37년만에 '경계인'으로서 제 조국 땅을 밟으면서, 저는 '조직
사회학'에서 종종 거론되는 다섯 마리 원숭이에 대한 우화를
생각했습니다. 원숭이 사육사가 매일 아침 나무 꼭대기에 신선한
바나나를 매달고, 그 근처에 전류를 통하게 했습니다. 첫 번째
원숭이가 바나나를 따먹으려고 나무에 오르다가 흐르는 강한
전기에 놀라 곧 포기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원숭이도 흐르는 강한 전기에 놀라 연이어 포기했습니다. 

이튿날 새롭게 우리 안에 들어온 다섯 번째 원숭이가 걸려있는
바나나를 보고 나무에 오르려고 하자 이미 혼난 경험이 있는 네
마리 원숭이가 다 나서서 그를 말렸습니다. 그러나 이 다섯 번째
원숭이는 이 만류를 뿌리쳤습니다. 사육사가 이미 전류를
끊었는데도 네 마리 원숭이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이 우화는 지식의 역할이 사회에서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 것입니다. 즉 '지식은 조직을 멍청하게
만든다(Intelligenz macht Organisation dumm)'는 역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를 항상 깨어있게 하는
지식은 기존의 선입견을 파괴하고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이른바
'달리 생각하는 사람(Andersdenkender)'을 요구합니다.

국가보안법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국가정보원'과 '공안검찰' 및
이른바 '거대 언론', 그리고 이에 덧붙여 기존의 선입견을
'지식'으로 포장하고 확대 재생산시켜온 이른바 '지식인들'이 바로
위에서 지적한 네 마리 원숭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니다.
그러나 저는 동시에 이 사회를 항상 깨어있게 만드는 많은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다섯 번째 원숭이는
'해방 이후 최대간첩'이니 '말 바꾸는 지식인'이라고 저를
매도하는 네 마리의 원숭이가 벌이는 그 시끄러운
굿판(Affentheater) 속에서도 달리 생각하고 행동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회를 건강하고 새롭게 만드는 지식체계의 구성은
사실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다. 특히 사회의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이를 예방하는 문제는 사회가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더욱
어려운 과제로서 등장합니다. 또한 '위험사회'니 '보험사회'니
하는 말처럼, 위험이 항시적으로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우리들의 감각이 둔화하기 때문에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생태철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은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설명합니다.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에 넣어
점차적으로 조금씩 온도를 높여서 가열하면 이 개구리는 끓는 물
속에서 그만 죽습니다. 그러나 만약 끓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이 개구리는 펄쩍 뛰어 밖으로 도망치려고 시도합니다.


이 비유는 분단 시대를 오래 살아온 우리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보안법'이 민주화 진전에 따라 유명무실하게
되었다고 믿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저의 입국을 전후해서 생긴
소용돌이는 분명히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민족분단을 확대
재생산해온 우리의 의식구조 속에서 제 문제가 충격적이라면, 저는
차라리 이 충격이 지속적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놀라게
했던 모든 사건도 곧 잊혀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또
한번의 가능한 충격을 곧 있을 재판의 결과에서 기대해 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네 마리 원숭이가 벌였던 그 시끄러운 굿판이
결국 도깨비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몰고 올 또 한번의
충격을 기대해 봅니다. 그러한 충격은 우리의 정신적 위기상황을
적극적으로 깨닫게 하는 일종의 '정신 생태학'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러한 '정신생태학'은 자연환경을
문제시하는 '생태학'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저의 문제를 계기로 해서 분단된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그러한 아름다운
나라로 한 걸음 더 다가섰으면 하고 저는 바랍니다.』 

양영권기자 yyk@newsis.com

강창한기자 c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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