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국가보안법은 반통일적 장애물"
검찰,송두율 교수 15년 구형
검찰, 자기주장과 인신공격으로 일관
“한나라당 논평이냐” 방청객 항의 쏟아져
작성날짜: 2004/03/09
강국진기자
“원숭이 사육사가 아침마다 나무 꼭대기에 신선한 바나나를
매달고 그 근처에 전류를 통하게 했다. 첫 번째 원숭이가 바나나를
따먹으려고 나무에 오르다가 흐르는 강한 전기에 놀라 곧
포기했다. 두 번째, 세 번 째 그리고 네 번째 원숭이도 흐르는
강한 전기에 놀라 연이어 포기했다. 이튿날 새롭게 우리 안에
들어온 다섯 번째 원숭이가 걸려있는 바나나를 보고 나무에
오르려고 하자 이미 혼난 경험이 있는 네 마리 원숭이가 다 나서서
그를 말렸다. 그러나 이 다섯 번째 원숭이는 이 만류를 뿌리쳤다.
사육사가 이미 전류를 끊었는데도 네 마리 원숭이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9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받은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는
최후진술에서 “국가보안법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국가정보원과
공안검찰, 이른바 거대언론, 그리고 이에 덧붙여 기존의 선입견을
지식으로 포장하고 확대재생산해온 이른바 지식인들이 바로 위에서
지적한 네 마리 원숭이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송 교수는 “네 마리 원숭이가 벌였던 그 시끄러운 굿판이
결국 도깨비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몰고 올 또 한번의
충격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국가보안법의 실체 △나의 통일철학 △경계인의 의미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상세하게 밝혔다. 그는 다양한 비유를
들어가며 국가보안법, 국정원, 공안검찰, 거대언론, 일부지식인
등을 비판했다. 특히 검찰에 대해서는 “검찰 주장대로라면
재한독일문화원장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냐”며 “공안검찰이
중세때나 가능한 마녀사냥을 작태를 태연히 벌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송 교수는 "국가보안법은 분단국가가 통일된 민족국가로
나가는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17세기 중반의 법 이해수준에도
못미치는 법 아닌 법"이라며 “국가보안법은 반통일법”이라고
규정했다.
“솔직히 재판과정을 거친 나의 심정은 착잡하다. 악몽같은 일이
끝난다는 안도감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통일을 바라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는 말로 최후진술을 시작한 송
교수는 “온 나라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재판부의 미래지향적인
판결에 희망을 건다”는 말로 최후진술을 끝냈다.
변호인단은 최후변론에서 △정치국 후보위원 △남북학술대회
△저술활동 △친북활동 △특수탈출 등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공소사실 모두 무죄”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국가보안법 자체가 위헌이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도 모두 증거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검찰측 주장을 반박하는
반대증거가 재판과정에서 수도 없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끝으로 “조국을 사랑했고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송 교수에게 인간의 얼굴을 한 조국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이대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논고를 통해 송 교수에게 징역
15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는 경계인으로 위장한 북한의
고위공작원이자 북의 선전임무 담당자이며 뉘우치는 기색도 전혀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검찰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며
“저술활동을 통해 대남적화통일을 획책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한 피고의 이적행위는 간첩행위나
요인암살행위보다도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검찰은
“기회주의적 인간” “해방이후 최대 거물 공작원” “혐의사실에
대해 변명만 일삼는다”는 등의 원색적인 인신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검찰이 15년 구형을 밝히자 재판정 여기저기에서 탄식과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공판이 끝나자 재판 방청객들은 “지금이 5공
때냐” “유신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등 검찰에 강하게
항의해 소란이 일기도 했다. 김정인 학단협 정책위원장은
“법조인의 기본도 못지킨 논고”라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소사실과 관련한 법조문 얘기는 없고 인신공격과 자기
주장만 있었다”며 “검찰 논고가 한나라당 논평같다”고
비꼬았다.
송 교수 변론을 맡고 있는 송호창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검찰의 논고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공소사실과 관련없는 인신비하만 늘어놓은 것은 공소사실을 전혀
입증하지 못해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가보안법 3조 지도적임무수행이 헌법에 위반한다는 위헌제청이
기각된 것과 관련 “조만간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보안법 6조 특수탈출, 8조 회합통신 등에 대해서도
위헌제청이나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 부인인 정정희씨는 “대한민국이 법치국가 맞느냐”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씨는 “검찰의 논고를 들으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며 “양심적인 학자의 학문활동을 구시대유물인
국가보안법으로 재단한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울분을 토했다.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민주화는 멀기만 하다”고 강조한 정씨는
“오늘의 고통을 개인으로 희생으로 보지 않는다. 민주주의로 가는
디딤돌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씨는 “마녀사냥을 일삼았던
조중동 수구언론이 이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언론이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송 교수의 아들인 송린씨도
“검찰의 사고방식이 여전히 70년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아버지 말씀처럼 국가보안법을 철폐해 사회에 자극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 선고공판은 오는 30일 오전 10시 서울지방법원 417호
법정에서 열린다.
강국진 기자 sechenkhan@ngo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