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에게 징역 15년이 구형된 그날, 「아웃사이더」는 몹시
분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지상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
나라가, ‘반통일의 장애물’에 걸려 또다시 넘어졌다는 게 너무나
분했습니다. 한줌도 안 되는 극우보수 세력에게 진 것이 분했고,
여전히 그들을 퇴출 시킬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분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똑똑하고 잘난 국회의원들의 정치놀음에 묻혀, 송 교수
사건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가슴 아팠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때 「아웃사이더」는 ‘탄핵’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자기들끼리 치고받다가 정략적으로 합의할 줄 알았습니다. 도대체
저런 허약한 명분을 가지고 사고를 치랴 싶었습니다. 그래서
송두율 교수에 대한 특집을 마무리 한 오늘, 인쇄기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지인들로부터 대한민국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웃사이더」는 인쇄기를 멈추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텔레비전을 켰고, 어이없는 국회의 모습을
목도하였습니다. 상황을 파악하고 정신을 수습했을 때, 그 참담한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카메라는 거리로 나갔습니다. 끝까지 국회의 자성을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이 땅이 민주 공화국이라 믿으며
울부짖는 가슴 저린 느낌이, 우리의 마음을 후볐습니다.
그 가슴 저림을 담아 「아웃사이더」는 김정란 김동춘 박노자
편집위원의 글과 임성환 발행인의 글을 싣습니다. 사건이 너무나
급박하게 진행됐고, 예상 외의 편집이었으므로 부득이하게 맨
앞에다 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울러 출간 시기까지 늦어진 점,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아웃사이더 18호가 나왔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역겨움. 안 그래도 열악한 지지기반의 반전을
도모하고 다가올 총선의 승리를 획책하려던 민주당은, 결국
“광주학살의 원흉인 한나라당과 손을 맞잡고” 대통령 탄핵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근엄한 얼굴을 하며 손을
치켜듭니다.
“한나라당조차 부담스러워 하며 조심스럽게 논평하고, 자민련은
‘쟤가 시켜서 했어’ 수준의 논평을 내놓고 있는 마당에, 혼자서
‘의회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떠들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정당성
결여를 숨기기 위한 과장된 포즈에 불과하다. 민주당 의원들의
민주화운동 경력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타락한
성직자의 추문 같은 것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광주 영령들의
무덤에 똥물을 퍼부은 것이다. (김정란, 근조 대한민국)”
근조 16대 국회. 이번 탄핵안 가결이 “오직 한국 사회 기득권의
단물을 누려온 세력들의 복수심과 위기의식 외에는 그 어떤
메시지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는 저들을 과연 어찌해야 할까요?
“두 번이나 대선에서 실패한 한나라당 주류 세력은 이미 지난
선거에서 변화의 힘을 읽지 못한 책임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반성을 통신 혁신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국민인 주권자를
능멸하는 행동을 수없이 반복했다. 이제 공은 다시 그들에게
넘어갔다. 그들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국민이 국회를 심판할
차례다. (김동춘, 대통령 탄핵 사건을 보고)”
전화위복. 일단「아웃사이더」는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해 봅니다.
“헌법재판소에 바란다. 정국을 안정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빠른 탄핵안 부결’이다. 만에 하나 헌법재판소가 정당성도 없을
뿐더러 대다수 헌법학자들조차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못하다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킬 경우, 헌법재판소가
‘민주주의’의 대의에 어긋나는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어렵게 쌓아올린 사법부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다시 정권의 시녀로 전락시켜 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임성환, 얼치기 보수 세력 박멸)”
2004년 3월 9일, 송두율 교수 징역 15년 구형
부조리극의 복기. 탄핵으로 ‘쪽팔려진’ 대한민국은 이미 송두율
교수 사건으로 충분히 ‘쪽팔려진’ 상태였습니다.
「아웃사이더」는, 37년 만에 고국을 밟은 ‘경계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추해 봅니다.
국가보안법. 송 교수에게 적용된 죄목은 세 가지입니다. ‘반국가
단체’에 가입한 죄(3조 1항 2호 위반). ‘반국가 단체’에 잠입한
죄(6조 2항 위반). ‘반국가 단체’의 구성원과 연락한 죄(8조 1항
위반). 즉, 북한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이 되는 “반국가 단체”이기 때문에, 이들과 접촉한 송
교수를 처벌하겠다는 말입니다. 이에 대해 임상철은 다음과 같이
반문합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위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수백억
원의 불법자금을 차떼기 하는 것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닌가? 국민들의 직선으로 뽑은 대통령을 하야시키기
위해 군인들은 떨쳐일어나라고 충동질하는 언론사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닌가? ‘반국가 단체’는 그야말로
‘국가’가 아니라 ‘단체’라는 점에서, 북한보다는 ‘차떼기
정당’이나 ‘수구 언론’이 ‘반국가 단체’가 아닌가 말이다.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해 놓은 대법원의 해석 때문에,
법리적으로 보더라도 국가보안법을 외국인에게도 적용할 것인가의
골치 아픈 문제가 등장하게 된다. 사실 송두율 교수는 1993년 독일
국적을 취득한 독일인, 즉 법적으로는 외국인이다. 검찰도
공소장에 송두율 교수를 독일인으로 기재하였고, 공소사실 기재
행위시에는 한국인이었음을 특별히 밝혀놓지 않은 것으로 보아
송두율 교수가 외국인인 것과 무관하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임상철, 위헌적 법률에 의한 위헌적 재판)“
인민재판. 그렇다면 수구 언론을 비롯한 정치권과 검찰은 왜
억지논리를 동원하면서까지 송두율에게 “해방 이후 최대의
간첩”이라는 타이틀을 뒤집어씌운 걸까요. 이 점에 대해서는
진중권의 명쾌한 해석을 들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저들이 송 교수를 공격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이념적인 이유로, 이 기회에 다 죽어가는 반공 이념을
되살려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사회적으로 다시 확인 받으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 성격의 것으로, 송 교수를 빌미로
그를 불러들인 정권을 공격하려는 것이다. 그들은 사건 자체보다는
그것의 정치적 효과에 더 관심이 많았다. 즉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송 교수를 희생양으로 이용해 먹은 것이다. (진중권,
경계인의 겨울나기)”
국제 앰네스티의 입장. 송 교수 사건을 바라보는 국제 사회의
‘공식적’인 시선은 한스 부흐너의 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특히 송 교수를 보안법 중 6조(잠입, 탈출)과 9조(회합, 접촉)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은 극히 시대착오적이다. 2000년 6월15일,
남북 두 지도자 간에 정상회담이 최초로 열린 후 수많은 남한
인사들이 평양의 정주영체육관 개관 행사에 참석했고, 아직
불충분하긴 하지만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있으며 남북간
도로 및 철도연결 작업도 진행중인 상황을 감안한다면 공산주의
북한에 대한 동정적 태도와 입국에 대해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더 이상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다. (한스 부흐너, 독일
앰네스티에서 보내 온 편지)”
경계의 철학에 대한 몰이해. 같은 경계인의 처지로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최현덕은 송두율 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이
가지는 의미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는 현실적 안타까움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한다면-좋든 싫든 북한은 그 과정을 함께 추진해야 할 우리의
파트너이다-우리에게는 북한에 대한 냉정하고 세분화된 현실
분석이 필요하다. ‘적’의 이미지와 증오심에 지배된 선입견에
사로잡혀, 사실 보고를 하는 학자조차 이적 행위자로 몰아 감옥에
넣음으로써 그의 입을 막고 있다면, 우리는 과연 정확한 사실에
입각한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 없이 한반도 평화추진
과정에서 실력 있는 주체로 나설 수 있을 것인가? (최현덕, 고독한
경계의 철학)”
고구려는 고구려다
2004년 6월, 고구려 문화 유산의 유네스코 등재. 한편 지난 해
7월에 불거진 이른바 ‘동북공정’ 문제 역시 여전히 진행중인
현안입니다. 당시 「아웃사이더」는 “오늘의 중국 민족주의자들이
근대적 개념을 과거에 투영하여 고구려를 ‘소수 민족 정권’과
같은 언어로 서술하는 것은 물론 역사학에서 있을 수 없는
오류임이 분명하지만, 그때의 역사에다 오늘날 ‘한민족’의
개념을 투영시키는 것도 억지가 아닐까? 고구려는 그냥
‘고구려’로 보고 근대적인 민족주의적 수사를 붙이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한창 여론이 들끓던 12월 31일
본지의 박노자 편집위원과 만난 임기환 교수는 그 동안 민족
감정에 가려 보이지 않던 근본적인 부분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줍니다.
“유네스코에서 고구려사가 중국사냐 한국사냐를 판별하는 것은
아닙니다(…)문제의 핵심은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분 내지는
소수 민족 정권 같은 식으로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역사
구성 방법입니다(…)이 시점에서 동북공정을 진행하는 중국의
현재적 입장을 좀더 다양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지요(…)지금
언론을 보면 고구려는 우리 역사다, 하는 상당히 감정적인 발언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진짜 위험한 것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이북
지역에 대한 영유권 확립의 담론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므로(…)결국에는 이게 전화위복으로 작용해서, 남북 공조와
함께 우리의 고구려사 인식 확대와 연구 심화 같은 긍정적
방향으로 전개되어야(…)더불어 고구려가 가진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연구하여(…)최대한 당대인의 관점과 관점의 다양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되겠지요”
메이지 영광론에 반격을,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항을
세계 진보 지성. 「아웃사이더」는 이번 호에서 일본의 역사학자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를 만났습니다. 인터뷰 질문을 짧게 정리해
달라고 주문한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 영유권,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일본 사회의 대우, 일본의 이라크 파병,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일본의 핵무장론에 대해 짜임새 있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고이즈미 수상의 북한 방문 이후 일본에서 이어지고 있는 ‘북한
때리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어느 틈엔가 한국에 대한 비난으로도
이어질지 모릅니다. ‘정한론(征韓論)’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그런 만큼, 이러한 시기이기에 오히려
한일 간의 상호교류와 자발적인 연대가 한층 더 발전하기를
소망하는 바입니다. 이 인터뷰에서 밝힌 저의 견해는, 분명
일본에서는 소수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다수의 것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한국 독자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우정에 뜨거운 답례를 보내며 인터뷰를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서태지를 이해하는 다섯 가지 틀, 멀티미디어 인간 이상은 이렇게
말했다
7th Issue. 박준흠은 음악 평론가로서 서태지의 앨범에 관해
평론하는 것에 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이번 앨범을 중심으로
서태지를 이해하는 다섯 가지 틀을 제시합니다.
김민수. 여전히 서울대 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김민수
교수는, 이번 호에서 ‘확정되는 순간의 부정’ 과 ‘부정의
개념까지 통합’이라는 키워드로 이상 시를 설명합니다.
아웃사이더 18호 목차
긴급 논평
한국의 독자들에게
‘탄핵’ 사태에 부쳐_박노자
대통령 탄핵 사건을 보고_김동춘
얼치기 보수 세력 박멸_임성환
근조 대한민국_김정란
머리글
이라크 파병, 혹은 한국 부르주아 자유주의의 참을 수 없는
허약함_박노자
커버스토리…송두율, 부조리극의 복기
<대한민국 검찰 vs 송두율>위헌적 법률에 의한 위헌적 재판_임상철
경계인의 겨울나기_진중권
인민재판, 진행중_김하영
독일 앰네스티에서 보내 온 편지_한스 부흐너
고독한 경계의 철학_최현덕
아웃사이더의 말
나는 더 이상 숨지 않을 것이다_박김수진
특집…고구려는 고구려다!
<테마대담>이제 고구려의 다양성을 읽자_임기환/박노자
북한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 동향_송호정
남한에서의 고구려사 연구 현황_김현숙
세계 진보 지성과 만나다 3 나카츠카 아키라
“메이지 영광론에 반격을,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항을”_조성일
그리고
장애인의 성 문제
정부의 적극적 서비스가 필요하다_조항주
음악 가로지르기
서태지를 이해하는 다섯 가지 틀_박준흠
이 땅에서 영화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_박준현
아버지에 관한 소고
17년 만의 동행_이성주
김민수의 무학점강의
멀티미디어 인간 이상은 이렇게 말했다2_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