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유지 우선 ‘냉정 잣대’
[경향신문] 2004년 03월 30일 (화)
법원이 송두율 교수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린 것은 북한이라는
실체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학문의 자유’보다는 ‘체제의
유지’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송교수의
저술활동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반면 남북한학자 통일학술대회
개최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해 고심한 흔적을
드러냈다.
◇학문의 자유 제한될 수도 있다=재판부는 송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에 의한 주체사상 연구가 친북편향이라는 이유로 헌법상의
‘학문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진정한 ‘경계인’이라면 주체사상의 문제점도
본격적으로 제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교수가
1988~95년 국내 언론 등에 기고한 글이나 책을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을 위한 ‘지도적 임무’ 수행이었다고 보았다.
물론 재판부도 순수한 학문활동이라면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송교수가 주체사상의 긍정적 측면은
부각하면서도 문제점은 북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하거나 우회적
방법으로 표현한 것은 객관적 태도의 포기라고 보았다.
이런 판단은 ‘학문·양심의 자유는 내심에 머물러야 하며
저술활동 같은 대외 활동으로 드러나면 공공의 질서를 해칠 수
있으므로 제한될 수 있다’는 판례에 기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김세균 교수(정치학)는 “학문의 자유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직된 판결이 또 나왔다”고 말했다.
◇반성하지 않은 죄=7년이라는 예상 외의 중형이 선고된 것은
송교수가 신념을 버리고 이른바 ‘전향’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학문적 성과 등을 믿고 대대적으로
지면을 할애해준 언론과 국민들을 속였음에도 불구, 검찰 수사와
법정에서 단 한번도 진지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교수가 지난해 10월초 국정원 조사 후 ‘본의 아니게 북에
치우쳤던 점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드리며 앞으로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밝힌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다.
재판부는 남북학술회의와 관련, 송교수가 비교적 중립적으로
임했으며 결과적으로 남북 교류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며
국가보안법상의 잠입·탈출, 회합·통신죄를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변호인측은 “하나의 생각을 갖고 행한 한 사람의
행위에 대해 어떤 것은 무죄, 어떤 것은 유죄로 판결한 것은 너무
이중적인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변호인측은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7년은 지나친
판결이며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검찰측도
“학술회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항소할 뜻을
비쳐 법정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제민기자 jeje1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