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대한민국 학문에는 국가보안법밖에 없습니까?" - 박호성
  글쓴이 대책위 글쓴날 2004-04-01 10:53:53 조회 989

이대경 판사께서는 송두율 교수에게 44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조국을 찾지 못하며 해외에서 보낸 37년에 7년을 덧붙인 것이니,
결국 44년 징역형을 선고한 셈입니다.

이런 선고를 내린 이 판사님은 순식간에 우리 모두를 21세기가
아니라 박정희 시대였던 20세기에 살고 있다는, 무서운 착란증에
휩싸이도록 만들었습니다.

동시에 이 판사께서는 대단히 탁월하게 사법부의 존엄성까지도
단숨에 내팽개쳐 버렸습니다. 이 판사께서는 여론재판에 발맞춰
과도한 형량을 주저없이 내던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안검찰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법원을
당당히 검찰의 2중대로 전락시키기도 했습니다. 이 판사의
판결문을 들으며 우리는 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복사하여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울러 송 교수가 북한을 비판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지도적
임무"를 수행했다는 단세포적인 논리까지 흔쾌히 구사했습니다.
말하자면 예수를 비판하지 않으면 모두가 다 예수쟁이라는 논리와
같은 것입니다. '개는 동물이다, 그리고 인간도 동물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개다'라는 절묘한 논법으로, 이 판사께서는 송
교수를 북에는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한국에는 싸늘한 눈빛을
보내는, '경계인'으로 위장한 기회주의자라고 처단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이 판사께서는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지휘 아래
검찰이 연주하고 재판부가 춤추도록 이끈, 희대의 코미디를 연출한
것입니다.

검찰의 2중대로 전락한 법원

이번 재판의 쟁점은 송 교수가 과연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인가,
그가 쓴 글과, 남북학술회의를 중재한 것이 지도적 임무를 수행한
것인가 하는 세 개의 초점으로 모아졌습니다.

그러나 이 판사께서는 이 세 가지 주요쟁점 중, 유독 '저술
활동'만을 문제삼았고, 이를 유죄의 근거로 몰아부쳤습니다.
그러나 송 교수가 다룬 내재적 접근법은 결코 그의 발명품이
아닙니다.

문화 인류학 등에서 서로 다른 두 체제를 비교연구할 때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해오던 일반적 방법론인데, 하필 송
교수에게만 '친북적'이라는 올가미를 뒤집어씌운 채
이적활동이라고 단정지은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송 교수를 처벌한 "지도적 임무"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법규정이 없는 만큼, 그 자체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보는 것이 양식 있는 대다수
법조인들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합니다만, 이 판사께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나 이 판사께서는 6·15 공동선언 이후 이산가족 면회,
개성공단 신축 등 남북관계의 급격한 진전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이라는 냉전시대의 유물로 세계적 학자에게 중형을
내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곧 준엄한 역사의 심판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양에서는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고 했는데, 이 판사께서는
"학문에는 국가보안법밖에 없다"고 자랑스레 선포한 것입니다.

송 교수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 귀국했다

이러한 분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최근 송 교수가 '안중근 평화상'을 수상한 것과는
얼마나 큰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까.

물이 흐르다가 웅덩이를 만나면, 흐르는 물은 그 앞에 멈춰 서지
않고 그 웅덩이를 메우고 다시 흘러갑니다. 그러면 그 웅덩이에
고인 물에서는 수초가 돋고 물고기가 번식함으로써 후세들에게
참으로 귀한 선물을 안겨주게 됩니다.

송 교수의 귀국은 바로 그 웅덩이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웅덩이를 만나 잠시 물의 흐름이 끊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물은 결코 흐르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송 교수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 귀국한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자유와 민주와 통일은
존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이 판사께서도 이 기회에 똑똑히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서울지법 형사24부에서 송두율 뮌스터대 교수에게 1심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하자 박호성 서강대 정외과 교수 겸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부설 연구소장이 오마이뉴스로 긴급 기고문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한겨례신문] “송교수 판결, 한국 위상 크게 손상”, 독 방송보도...독정부 “보호·지원 나설 것”(2004.4.1.)
[중앙일보] 獨 언론, 송두율씨 실형 선고 비판 (2003.3.31.)
  목록 수정하기 지우기 글쓰기
 
| '송두율교수 석방과 사상-양심의 자유를 위한 대책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