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경향신문] 정동탑]모든 경계에는 꽃이핀다 (2004.4.23) - 조운찬
  글쓴이 freesong 글쓴날 2004-04-25 10:45:58 조회 1858

[정동탑]모든 경계에는 꽃이핀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담장을
보았다/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화분이 있고/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눈물이 메말라/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꽃철책이 시들고/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강화도 시인 함민복의 ‘꽃’이라는 시를 보면, 경계는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구분이 아니다. 양쪽을 가로질러 아우르는 화해와
포용의 지점이다. 그래서 시인은 ‘안과 밖’ ‘전생과 내생’의
경계에서는 물론 남과 북의 경계인 철책에서조차 꽃을 피운다.


‘경계의 발견’이라 할 시인의 깨달음은 박제가에게서도
확인된다. 실학자였던 그는 시에도 뛰어나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와 함께 ‘한시 사가(四家)’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시
창작뿐만 아니라 ‘제(際)의 이론’이라는 독특한
시론(詩論)으로도 유명한데, 그것은 유득공의 시집에 쓴 서문
‘형암선생시집서’에 나온다.


“시란 자연과 인간 사이의 ‘제(際)’를 포착하는 것이다.
‘제’는 둘을 나누면서 안과 밖의 도(道)를 공유한다. 그
‘제’를 잘 터득해내면 만물이 잘 자라고 귀신이 강림하지만,
‘제’를 알지 못하면 인간이 말이나 소와 어떻게 다른지도
분간하지 못한다.” 박제가가 말하는 ‘제’란 사물과 사물 사이를
가리키는 말로, ‘제의 이론’은 ‘경계의 이론’이라 할 수
있다.


해를 넘겨가며 평행선을 긋고 있는 한·중 역사전쟁을 지켜보면서
‘경계’를 발견한 두 시인을 떠올렸다. 지난 6개월 동안 동북공정
저지를 위해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총력을 다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게다가 양국간 역사해석의 접점도
찾기 힘든 상태다. 굳이 학계의 성과를 들자면 ‘고구려연구재단’
설립 정도다.


왜일까. 한·중간의 고대사 전쟁은 궁극적으로 국경 전쟁이기
때문이다. 우리 학계가 동북공정의 원인(遠因)을 ‘남북 통일
이후의 국경논쟁에 대비하려는 장기포석’이라고 보고, 일각에서
‘이참에 간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를
증거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고대사 분쟁을 ‘국경’이 아닌
‘변경’ 개념으로 파악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23일 한양대에서 열린 비교문화연구소 창립 학술대회에서 영국의
사학자 크리스 윌리엄스는 국가간 경계를 근대적 산물인
‘국경’이 아닌 역사의 산물인 ‘변경’으로 이해할 때 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변경’은 정치·군사적 개념의 ‘국경’과 달리 다양한
문화와 정체성이 혼재된 문화교류 지역을 뜻한다. 박제가가 말하는
‘둘을 나누면서 안과 밖의 도를 공유하는’ 경계(際)가 바로
그것이다.


윌리엄스는 나아가 “변경은 서로 다른 국가와 사회체계들이 만나
뒤섞여 차이와 조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라며 변경에서
공동체의 싹을 발견하고 있다. 그의 주장을 한·중의 변경인
만주에 대입시키면, 만주는 유럽연합(EU)과 같은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꽃을 피울 수 있는 경계가 된다.


윌리엄스의 변경이론은 근대 ‘민족사’ 개념의 폐기를 전제하고
서유럽의 역사 전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동아시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칼날 위에 서 있는’ 한·중의 국경 전쟁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서 적극 연구해볼 대상임이 분명해
보인다. 경계에서 꽃을 피우는 일은 한갓 문학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운찬/문화부차장 sidol@kyunghyang.com〉






[오마이뉴스] 17대 국회에선 "안녕, 국가보안법"(2004.4.26.)
[경향신문] 경계인을 투사로 내몰다 (2004.4.26)
  목록 수정하기 지우기 글쓰기

관련글 보기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첨부
조회
631
freesong
2004.04.25
1859
1446
freesong
2005.05.19
1610
 
| '송두율교수 석방과 사상-양심의 자유를 위한 대책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