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민중의소리]'내 구두엔 아직 서울의 모래알도 묻지 않았다", 서울 구치소 미결수 65번 송두율 교수 면회기 (2004.6.6.)
  글쓴이 펌 글쓴날 2004-06-07 13:43:23 조회 1643

민중의소리/ 기사 입력시간 : 2004년06월06일

 

"내 구두엔 아직 서울의 모래알도 묻지 않았다"

서울 구치소 미결수 65번 송두율 교수 면회기 

 

김주아 기자   

 

거물급 간첩, 노동당 정치국후보위원, 북한의 지령을 받고 주체사상을 전파한자. 세상의 한쪽에선 그를 이렇게 정의했다. 북한의 사상에 학자적 호기심을 가지고 북을 연구하려고 했던 자, 남북의 화합을 꿈꾸며 금지된 강을 건넜던 자. 또다른 한쪽에선 그를 이렇게 생각한다. 송두율.

지난 해 언론이 준 '거물급 간첩'이라는 타이틀 아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채 현재 2심 재판을 진행중이다. 한동안 그에 대한 논란이 전국을 강타(?)하고 언론은 21세기의 간첩에 호들갑을 떨었지만 지금 그의 이름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찾기 힘들다. 구속 7개월째인 그를 그의 가족들과 만나보았다.

일찍 찾아온 여름 덕에 4일 아침 9시부터 한낮같은 기온을 등에 업고 한성대 입구역에서 송 교수를 면회하기 위해 송 교수의 부인인 정정희 여사와 큰아들 송준씨를 만나 인덕원역까지 1시간의 지하철 여행을 했다.

며칠 전 식중독으로 고생이 많았다던 정 여사는 "요즘 밥먹을 시간도 없이 남편 문제로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일들을 하느라 �! 떡� 힘들었는데 식중독까지 걸려서 요즘 많이 힘들었다"며 피곤함부터 토로했다.

하지만 정 여사는 "감옥안에 있는 남편을 생각하면 이런 것에 불편함을 내색할 수 없는 것 같다"며 "감옥안은 요즘 같은 날씨엔 40도를 웃도는 기온에 한증막 같다고 하던데 참 걱정이 많이 된다"며 남편 걱정부터 했다.

식중독으로 잘 먹지 못했다던 정 여사는 시끄러운 지하철 안이였지만 다시한번 송교수의 무죄를 강조하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초청과정부터 지금까지 세세한 설명들을 해주었다. 정 여사는 특히, 송 교수가 노동당 가입에 대해 국정원에서 얘기한 것은 "그만큼 그것이 본인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고백한 것인데 그것이 역이용되고 있다"며 분노했다.

정 여사는 "국가보안법은 개정되지 말고 아예 폐지돼야 한다"며 "뭐 고쳤봤자 거기서 거긴 법이라 또 다른 무고한 자들이 감옥살이를 해야할텐데.. 이번에 안된다면 다음이라도 반드시 폐지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갑자기 검은색 바지에 파란색 와이셔츠를 입은 한 중년의 남자가 정 여사 자리 옆에 바짝 달라붙더니 귀를! 쫑긋 세웠다. 기자가 보기에도 티가 날 정도로 정 여사쪽으로 몸이 치우쳐있고 정여사와 기자의 대화들을 자세히 듣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대충 어떤 기관을 짐작케했다.

그때부터 정 여사는 기자에게 신호를 준 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 여사와 내가 중년의 남자를 째려(?)보았더니 그제서야 그 남자는 건너편에 앉더니 잠시 후 다음 역에서 내렸다.

정 여사는 "이런 일 서울에서 자주 당했다"며 "한번은 국정원 사람들이 차로 우리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며 위협감을 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 여사는 지하철을 탈때 사람들을 유심히 본 후에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을 경우는 타지 않거나 탔더라도 곧 내렸다고 한다.

송 두율 교수의 가족들이 겪고 있는 '보이지 않는 창살'인 셈이다.

"난 아직 서울의 모래알도 구두창에 붙여보지 못했다"

송 교수가 있는 서울 구치소는 여름 준비가 한창이었다. 잔디들을 짧게 깎고 나무들을 가지치기 하느라 구치소 안은 진한 풀냄새로 가득했다. 정 여사에겐 이제 구치소는 편해보였다. 도착하자마자 아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인사말! 도 건네는 모습이 조금은 여유로워보였다. 7개월동안 거의 매일 면회를 한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교도관들의 친절함이었다.

정 여사는 "처음엔 모두 경계시하고 면회절차도 까다롭게 하고 이것은 안된다 저것은 안된다 이런 식이었는데 이제는 많이 부드러워졌다"며 "민원실에 한 직원은 매우 친절하게 해 줘서 나중에 꼭 감사인사를 드릴 생각"이라고 기자에게 살며시 귀뜸했다.

기자는 이날 송교수님의 열렬한 팬으로 소개된 채 면회에 참여했다. 구치소는 기자들에겐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다고 한다. 원래는 어제 한 기자가 면회를 하려고 하자 구치소 담당자에게 기사를 쓰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하고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흐릿한 유리창, 몇개의 구멍사이로 송 교수의 얼굴이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때보다 몇 년은 더 늙어버린 것 같은 그의 얼굴은 건강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우선 송 교수는 독일에서 오기로 한 독일 인권변호사가 재판에서 어떻게 송 교수의 변호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과 보석신청에 대해 부인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현재 세계적인 학자들에게 송교수의! 무죄촉구 서명을 받고 있는 아들 준이 하워드 진과 노암촘스키의 서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10분이라는 시간은 3분처럼 흘러가버렸다. 끝나갈 시간이 다가오자 정 여사는 기자에게 시간을 배려해주었다. 송 교수는 프랑스의 '뒤탕'이라는 철학자를 설명해주면서 고향의 흙도 아직 밟지 못한 본인의 안타까운 신세를 비유해 말해주었다. 그말이 끝나자마자 다음 면회자가 문을 열기 시작했고 송 교수는 끝까지 말을 이어나갔다.

"이곳을 나가게 되면 구속으로 인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전남대의 강연과 제주도민과의 자리를 가장 먼저 갖고 싶습니다. 나를 위해 노력해준 많은 사람들과 꼭 술 한 잔 하고 싶습니다."

송 교수의 여러가지 상념들을 듣고 싶었지만 짧은 시간은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몇달만에 만난 아들 준씨도, 남편의 얘기들을 더 듣지 못한 정 여사도 준비한 질문들을 꺼내지도 못했던 기자도 모두 아쉬운 마음을 안고 구치소를 나왔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정 여사는 좀 더 개인적인 얘기들을 편하게 해줬다. 송 교수보다 2살 연상인 정 여사는 요즘 무척 자신이 늙어버린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 다. 또 곶감을 좋아했던 부부의 얘기들을 들려주면서 다시금 곶감을 편하게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독일에서 아이들 교육문제로 부부싸움을 했던 것 하며 정 여사는 하루빨리 예전과 같은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간절하게 바랬다.

냉면을 좋아하는 송 교수가 여름이 가기전에 고향땅에서 냉면 한그릇을 꼭 먹었으면 한다는 정 여사는 남편에 대한 걱정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또 다른 약속장소로 옮겼다.

지난 3월 1심에서 이미 징역 7년을 선고받았고 이달 말이면 2심이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세상은 그의 존재를 애써 눈감는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개폐여론이 뜨거운 요즘, 그의 존재는 그 누구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의 진실은 세상에 밝혀져야 한다.



[필름 2.0]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홍형숙 감독
[오마이뉴스] 홍성담과의 인터뷰, "국보법은 거대한 정신병 바이러스"(200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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