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오마이뉴스] "마지막 국보법 재판정에 선 심정으로..."(2004.6.6.)
  글쓴이 펌 글쓴날 2004-06-07 18:59:46 조회 1306


"마지막 국보법 재판정에 선 심정으로..."
송두율 교수 서울구치소 면회..."보석신청, 신중히 판단할 것"
  오마이뉴스 장윤선(sunnijang) 기자
▲ 37년만에 귀국한 송두율 교수가 지난해 국정원 출두를 앞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은 부인 정정희 여사.
ⓒ2004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가보안법이 죽기 전에 용트림하고 있다. 남북이 군사회담을 갖고 파장 코드까지 맞추는 판에 무슨 국가보안법이냐?"

구속 7개월. 서울구치소 철창에 갇힌 송두율 교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고 있었다. 남북장성들이 만나 한반도의 군사긴장 완화를 위한 합의문을 만들고, 남북간 사실상의 모든 항구를 개방함으로써 교역확대에 나서는 판에, 구시대 유물인 국가보안법에 따라 영어의 몸이 되는 '이중적 현실'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4일 서울구치소에 갇혀있는 송 교수를 면회했다. 지난해 9월 37년만의 귀향에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철학자의 명랑한 눈빛은 간 데 없고, 을씨년스런 구치소의 풍광 아래서도 기죽지 않고 쭉쭉 뻗는 나무들처럼 분노의 눈빛으로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고 있었다. 송 교수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반가움의 인사로 구치소 면회실 이중창에 손을 대며 웃었다.

"정치는 선거로 개혁할 수 있지만, 법과 언론은…"

송 교수는 "법도 아닌 법인 국가보안법이 반세기 이상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며 "이것은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판에서도 밝혔듯이 국가보안법이 유지되는 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있을 수 없다"며 "열린 보수를 지향한다는 이 나라의 보수주의자들은 도대체 어떤 보수주의자들이냐"고 개탄했다.

송 교수는 "얼마 전 박근혜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의 특강에 대해 논평하면서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말고 모두 바꿀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는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며 "도무지 이런 수준에서 뭘 하려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법이란 게 도대체 뭔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법이 그 사회의 정신과 도덕성에 열려 있지 않다면 그 자체가 모순덩어리인 셈"이라고 밝혔다. 송 교수는 "이 사회에서 개혁의 마지막 보루는 법과 언론인 것 같다"며 "정치는 국민의 민주적 의사에 따라 선거를 통해 개혁할 수 있지만, 법과 언론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송 교수는 "나는 마지막으로 국보법 재판정에 섰다는 심정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며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사람 중 학자는 나 혼저"라고 말했다. 그는 "구치소 안에서 시적 상상력을 발동하나 차분히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며 "37년간 의자생활을 했던 터라 엎드려서 뭘 쓴다는 게 참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수 차례 구치소 측에 의자를 요청했으나 매번 거절당했다"며 "무릎이 아파 엎드려서는 도저히 글이 안 써지지만, 교도관들은 한국사람이라면 당연히 엎드려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그저 단어나 몇 가지 메모를 해두는 정도"라며 "조선시대에 귀향살이 하러 간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살면서 농사도 지어 글쓰기가 제법 잘됐을 테지만, 여기 이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두뇌까지 단절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감옥 안에서는 도저히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없다"며 "하버마스에게 보내는 한 통의 축하편지도 쓰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보석신청, 변호인단과 상의해 결정할 듯

그는 "뮌스터대에서 '공간의 사회학' 강의를 할 생각이었는데 두뇌는 공간이 주는 압박감을 심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극도로 배제된 공간에서 사람이 느끼는 압박감은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7개월째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은 겨울징역이 여름징역보다 낫다고들 하지만 나는 여름이 더 힘들다"며 "겨울은 추워도 옷을 껴입든 운동을 하든 어떻게 해서든 이겨낼 수 있지만 여름은 열 때문에 잠을 잘 못 자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건강상태가 심각하다"며 "보석신청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그는 "왜 재판을 갇혀서 받아야 하는가, 꼭 가둬놓고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독일에서는 마지막 공산당 당수도 출퇴근하면서 조사를 받았다, 무조건 잡아놓고 재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교수는 "선고를 앞둔 마당에 지금에 와서 보석신청을 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꼭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며 "변호인단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또 "어제(3일) 평생 감옥에서 산 좀도둑을 만났다"며 "그 사람은 20년째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이 징역살이를 마치고 나가면 이 사회에 대한 보복심리만 생길 뿐 무엇이 있겠냐"며 구치소에 비친 한국사회의 우울한 단면을 전달했다.

2004/06/06 오후 12:00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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