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오마이뉴스] 곡학아세도 사법적 처벌대상이라고? (2004.6.17.)
  글쓴이 펌 글쓴날 2004-06-17 17:40:07 조회 1652

곡학아세도 사법적 처벌대상이라고?
[오마이뉴스 2004-06-17]
[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
▲ 송두율 교수.
ⓒ2004 오마이뉴스

"피고는 진짜 교수인가, 가짜 교수인가? 독일에서 한국에 오기 직전까지 어떤 신분이었나. 봉급은 받았나? 얼마나 받았나? 아… 나는 독일 말을 모르니 나중에 따로 써주세요!"

김용균 서울고법 형사6부 재판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고법 309호 중법정 법대 위에서 한 신문 내용이다. 일부 방청객은 이 말이 끝나자마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는 동서양을 막론한 외국인들이 방청석 앞줄을 메워 더욱 눈길을 끌었다.

송두율 교수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이 진행된 이날 재판에는 두 명의 변호인 측 증인이 나왔다. 내재적 접근법의 비판론자인 강정인 서강대 정외과 교수와 송두율 교수의 독일 뮌스터대 제자 김양현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그들이다.

200분간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재판부는 시종일관 '피고 송두율'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재판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가 진짜 교수냐 가짜 교수냐"부터 "독일에서 한국에 오기 직전까지 어떤 신분이었느냐" "봉급은 받았느냐" "얼마나 받았느냐" 등 재판과 관계없는 비본질적 사안에 매달려 외국 변호사는 물론 방청객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이 말을 듣고 있던 한 방청객은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재판부는 스스로 무식과 편견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힐난했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대학교수들은 "대한민국 법학교육의 수준이 고작 이거란 말이냐"며 "법조문을 달달 외기 전에 법철학부터 다시 공부시켜야 한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항소심 3차 공판에서 재현된 '진짜가짜' 논쟁

이날 열린 송 교수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내재적 접근법'의 비판론자인 강정인 교수와 재판부, 검찰이 벌인 한 편의 논쟁 파노라마이다.

강 교수는 88년 <사회사상>에 실린 송 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에 대한 논문을 읽고, 93년 이에 대해 정면 반박하는 글을 발표해 '내재적 접근법'의 비판논쟁을 촉발시킨 인물이다. 따라서 이번 재판을 지켜보는 방청객들은 아마도 송 교수의 학문적 성과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피력할 거라 내다봤다. 그러나 강 교수는 검찰과 재판부의 신문에 또박또박 반박하며 평소 생각을 개진했다. 신문 내용 중 네티즌들이 관심 가질만한 대목을 간추렸다.

판사 김용균 "내재적 접근법으로 북한사회를 연구하다보면 그들의 언어와 이데올로기로 북한사회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럼 아무래도 그들에 대해 편향적으로 이해하지 않겠는가?"

증인 강정인 "우호적으로 볼 것이다. 그런데 어떤 방법론으로 연구하느냐에 따라 우호적일 수 있고, 또 비판적일 수 있다. 학문적 접근론이냐, 정치권력적 접근론이냐에 따라 연구결과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원주민을 연구할 때 처음에는 그들의 문화를 야만이라고 생각했으나 차츰 연구하면서 미개하고 야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환경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때 학문적으로 '지평의 융합'이 일어나는 것이다."

반공주의의 포로

판사 김용균 "피고(송두율)의 내재적 접근론은 80년대 후반 학생운동진영에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면서 안보상황에 악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있다."

증인 강정인 "북한연구가 지하화 되는 게 안보상황을 좋게 하는 것일까. 당시 운동권 논의가 학문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 송 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은 그런 논쟁을 수면 위에서 공개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게 더 '튼튼 안보'를 만드는 길 아닌가. 88년 <사회사상>에 실린 송 교수의 글은 88년 당시 시점으로 판단할 수 있고, 또 2004년 시점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나는 88년이나 지금 모두 송 교수가 우리사회의 안보상황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판사 김용균 "피고의 내재적 접근론에 입각한 글과 북한사회 기행문을 읽었다. 그런데 피고의 글에서는 북 체제에 대한 긍정적 부분만 두드러지고, 북의 어두운 면은 별로 드러내지 않은 것 같다. 내재적 접근론자인 피고가 북 체제를 옹호하는 것은 학문적 귀결이냐 정치적 고려이냐?"

증인 강정인 "그건 피고가 제일 잘 알지 않겠냐? (방청객 웃음) 하여간 관찰자의 입장으로 말하면, 북한학을 연구하기 위해 친북성향의 교포들을 만나면 일정한 성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박정희 군사독재에 대한 반발로, '적의 적은 나의 친구' 개념을 써서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 남한에 대한 환멸이 북한의 미화로 간 것인데, 나는 이것도 여전히 '반공주의의 포로'라고 생각한다."

학문과 법률의 차이

판사 김용균 "증인은 피고의 저술활동을 학문의 자유로 이해해야 한다는 신문칼럼을 썼다. 피고의 저술활동에 대한 위법성과 학문자유에 대해 말해보라."

증인 강정인 "학자가 어떤 연구를 할 때, 순수한 학문동기 혹은 정치적 동기로 할 수 있다. 나는 동기와 관계없이 결과로 평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법부가 정치적 동기로 연구했다고 이걸 법률적으로 처벌하면 누가 무슨 연구를 할 수 있겠나. 저술활동의 자유가 필요하다. 만일 우리 사회가 한 저작에 의해 안보위협을 받는다면, 그 저작이 문제가 아니라 취약한 안보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나는 송 교수 같은 사람 10명이 나와서 100배 더 심한 논쟁을 벌여도 우리 사회에 아무런 안보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판사 김하늘 "증인은 지금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느냐'며 선문답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관은 학자와 다르다. 법관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봐야 한다. 피고와 어떤 관계이냐에 따라 편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증인은 학문적 결과가 정치적이라도 그걸 학문의 자유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곡학아세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피고는 학자적 양심을 팽개치고 북한으로부터 돈을 받고 북한사회에 이로운 이적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문제 아닌가?"

증인 강정인 "글쎄…. 곡학아세가 처벌대상인 줄은 몰랐다. (방청객 웃음) 학문을 통해 정치적으로 혜택을 입었다면 윤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곡학아세했다고 처벌당해야 하는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어떤 연구에 당파성이 있을 수 있다. 중립적 판단이라는 말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나, 최근 학문적 경향은 연구결과를 완결독립으로 본다. 어떤 의도로 연구됐든 그 결과가 학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면 된다."

판사 김하늘 "피고는 북한으로부터 92년부터 94년까지 매년 돈을 받았다. 문제 아닌가?"

증인 강정인 "피고가 북한으로부터 돈을 받아 북한을 옹호하는 소설을 썼다고 치자. 그건 문학적 가치로 판단하면 된다. 검찰도 북한으로부터 돈을 받고 쓴 글은 순수 학문적 성과가 없다고 봤는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예를 들어 UC 버클리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박정희정권을 연구하는데 비용을 받았다고 학문적 성과가 없냐? 또 학술문화진흥재단이나 국제교류재단 등 수많은 재단에서 비용을 내고 학자에게 연구프로젝트를 주는데, 그것도 순수 학문활동이 아닌가? 그런 건 아니다."

"정치적 선전이냐, 사회과학적 서술이냐"

강 교수는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물론 검찰과도 '내재적 접근법'을 둘러싼 논박을 벌였다. 검찰은 특히 송 교수가 북한으로부터 돈을 받고 이적행위를 했다는 점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성 신문을 펼쳤다.

강 교수는 "이적행위가 무엇인가"라고 운을 뗀 뒤 "살인죄는 정확한 법률적 판단을 할 수 있지만, 이적행위는 대단히 모호한 것 아니냐"며 생각의 타래를 풀었다.

그는 "적의 부족한 점을 알려주고 고치라고 말하는 게 적을 이롭게 한 행위라면 지금 북한에게 체제개방을 하라고 대안을 알려주는 것은 이적행위인가 아닌가, 또 북한이 현 체제를 고수하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데 이걸 말하지 않고 무조건 찬양하면 이적행위인가 아닌가 매우 모호하지 않느냐"며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정권을 쥔 집권자의 자의석 해석에 따라 이적행위를 결정하면 사상과 양심, 학문의 자유는 위축되기 마련"이라며 "한반도 통일에서 남한의 대미종속성이 문제라고 지적하면 북한에 이로운 정치선전이고, 남한의 대미의존성이 문제라고 말하면 사회과학적 서술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과연 정당한가"라고 문제 제기했다.

강 교수는 "종속이나 의존이나 내용상 차이가 없는데도 하나는 비방이요, 다른 하나는 학술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송 교수의 저술을 두고 정치선전인지 사회과학적 서술인지 따지는 것은 대단히 모호하고 판단기준이 자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송 교수 등 내재적 접근론자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이 국내외 학계에 미친 영향은 대단히 크다"며 "일부 주사파들을 응원하는 효과도 있었지만, 냉전 50년간 지속돼온 반북의식을 감소시킨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나는 친북도 반북도 아닌 학자"라며 "대법원 판례에도 적시된 것처럼 학문의 자유는 침해돼서는 안 되고 이분법적 잣대로 학자의 저술활동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정신건강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피고의 신분으로 재판장을 지키고 있던 송 교수는 "학문과 법의 코드가 다른데 어떻게 그걸 이렇게 짜 맞추려 하느냐"고 분개했다. 그는 "내 학문의 성과를 두고 '사회과학적 서술이냐 정치선전이냐'를 법률적으로 따지고 있는데 자연과학이라면 공식으로 풀 수 있겠지만 인문과학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재판부의 인문학적 소양부족을 지적했다. 송 교수는 "차라리 하루종일 세미나를 하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 16일 오후 슐츠 독일인권변호사 등이 송두율 교수의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가운데 선글래스 낀 서양인이 슐츠 변호사.
ⓒ2004 오마이뉴스 장윤선
촘스키 등 해외저명학자들, 송두율 석방 탄원서 제출

이날 재판과정을 꼼꼼히 메모하며 지켜본 한스 에버하르트 슐츠 독일 인권변호사는 "중세 마녀사냥을 보는 느낌"이라며 방청소감을 밝혔다. 슐츠 변호사는 "재판부가 피고를 차별하거나 욕하지 않아 옳은 행동을 보였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왜 피고가 변호인과 멀리 떨어져 있는지, 또 피고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변호인이 참으라고 손짓하는지 참으로 기괴해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에서 지나친 개념논쟁을 하는 것도 이상했다"며 "학문활동에 있어서 돈을 받고 당에 가입한 게 문제라면 지난 100년간 근대에서 나온 모든 저서나 학문이 나올 수 있었겠냐"고 개탄했다.

슐츠 변호사는 "송 교수의 저서는 이미 여러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읽혔는데도 오직 한국에서만 그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고 역설했다.

한편, 송두율 교수의 석방을 촉구하는 해외 저명인사들의 서명은 계속 늘어나 현재 1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노엄 촘스키 교수, 하워드 진 교수, 세계적 평화학자 요한 갈퉁 등이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두율 교수는 현재 국제엠네스티가 정한 비폭력 양심수다.



/장윤선 기자 (sunnijang@OHMYNEWS.COM)



[프레시안] "학문적 저술은 정치잣대 아닌 학문논쟁 통해 비판해야" (2004.6.17.)
2심 제3차공판 심리내용 및 참관기 ( 대학생모임 박강성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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