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항소심에서도 송두율 교수에게 15년 구형
송 교수, 최후 진술 "국가보안법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
김주아 기자
"역사는 저의 무죄와 함께 국가보안법의 마지막 시간을 반드시
그리고 분명하게 기록하리라고 믿습니다. 또 내영혼의 외로움을
달랜 제주의 검푸른 바다(태어난 곳)와 광주의 뜨거운 대지(자란
곳)와 재회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37년만에 찾은 고국에서 9개월이 넘도록 고향땅을 밟지 못하고
구치소에서 공기만을 들이마셔야 했던 송두율 교수가 끝내 고국에
대한 한맺힌 눈물을 쏟아냈다.
송 교수는 30일 오후 2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송 교수는 "지난 반세기 넘게
정말로 유치한 상호비방 방송이 휴전선에서 멈춘 것처럼 저는
국가보안법도 이번 재판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리라
믿는다"고 간절히 바랬다.
“조국은 구두밑창처럼 아무 곳이나 끌고 다닐 수 없다”는 프랑스
혁명의 비극적인 주인공 당통(Danton)의 말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마음대로 끌고 다닐 수 없는 조국 땅을 37년 만에 찾았다가
지금까지 정말 기막힌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송 교수는 국가보안법에 대해선 결론적으로 이렇게 정의했다.
'기막힌 체험', 학술토론회의 주제가 되었더라면 오히려 좋았을
내용이 처벌대상으로서 법정에서 왈가왈부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기가 막히다는 송 교수.
송 교수는 입국 이후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을
지켜보면서 "이 법이 이 사회에서 어떻게 자기최면제의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며 "이 법에 의해서 지켜질
수 있다고 믿는 '자유민주주의'가 바로 이 법에 의하여 무자비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모순조차 바로 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37년만에 찾은 고국에서 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사명을 직접
떠안게 된 현실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송 교수는 여전히
그가 처한 오늘의 현실에서도 또 다른 세계를 조명하기 위한
학자적 입장을 잊지 않았었다. 하지만 고국의 검찰은 법의 칼날을
들이대며 송 교수에게 또 다시 간첩 딱지를 붙였다.
서울지검 공안1부(부장 구본민)은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된
송두율 교수에게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송 교수가 죄에 대해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으며 1심에서
재판부가 내린 형량이 너무 낮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어 "1심에서 재판부가 국가보안법 법리를 오해해
남북학술회의 등을 무죄로 판단했다"고 주장한 뒤 "반국가
단체로의 잠입 탈출, 지도적 행위, 반국가 단체 구성 등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국보법의 태생과정과 발전하고 있는
남북협력관계에 저해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통일부
장관도 이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주장하고 있는 마당에 이와
정면 배치되는 국보법이 법의 잣대가 되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반국가단체의 지도적 임무에 대한 어떤 기준도 법에
제시되어 있지 않는데 무엇으로 지도적 임무를 판단할 수
있냐"면서 "이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정치국 후보위원 관련 "검찰에서 어떤 증거도 내놓지 않은
채 황장엽과 김경필 파일만으로 죄를 입증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편, 항소심 최종 선고공판은 오는 21일 서울지검에서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