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청년을 죽이고 국가보안법을 살리려느냐
서울지법이 한청을 이적단체로 판결한 것에 관하여
민중의소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이대경 부장판사)는 20일
국가보안법(찬양,고무)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청 전상봉 의장에
대해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박장홍 부의장 ,
이승호 집행위원장 등 2명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정대일 전 사무처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자격정지 1년에 실형을 선고했다.
분단된 조국의 청년으로서 자신에게 부여된 통일 조국 건설이란
소명에 화답한 의로운 청년 지도자들이 어이없이 중형에 처해지고,
그들이 이끌어 온 조직이 '이적단체'라는 무시무시한 굴레를
뒤집어 쓰게 되었다. 법원은 학생 조직인 '한총련'에 이어, 청년
조직인 '한청'까지 이적단체 판결을 내림으로써 나라의 자주와
통일 그리고 민주화를 위해 나선 청년학생 조직 모두 이적단체로
만들었다.
죽어가는 국가보안법이 또 애꿎은 청년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조국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제 어느 청년이 남을
위해 헌신할 것이며, 이제 누가 조국을 위해 울 것인가? 이 나라는
도대체 어찌된 나라이기에 조국의 미래인 청년학생을 이렇게도
모질게 대한단 말인가? 그들 눈에는 애국하는 청년 학생 모두
이적행위자로만 보이는 모양이다. 미래가 없는 나라, 그렇다면 이
나라는 죽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청의 강령이 남한 사회를 미제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있고, 북한의 선군 정치를 찬양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인민민주주의 혁명 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청은 한국청년들의 진취적 기상과 열정으로 나라의 자주와
민족의 평화통일, 사회의 민주화와 민중의 생존권을 실현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민중들과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한청 강령
전문이다. 도대체 어디에 선군 정치가 있으며, 인민민주의 혁명이
있는가? 나라의 자주와 평화 통일이 '인민민주의 혁명'이라면
노무현도 인민민주의 혁명가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얼마나
억울하면 전상봉 의장은 "오늘 이 야만의 판결을 목도한 두 눈을
바늘로 찌르고, 귀를 잘라 내던지고 싶다."고 했겠는가?
재판부는 "한청이 주장하는 연방제는 일반적 연방제가 아니라
북한의 연방제 통일 강령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어 우리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위해할 수 있다"고 판시했는데,
"우리는 7·4 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 기초하여 통일사업을 전개하고 6·15 공동선언을 지지
이행하여 통일국가를 건설한다."는 한청의 통일 강령이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위해할 수 있다'면 7.4 공동성명을
주도한 박정희와 6.15 공동선언에 합의한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잡아 가둘 일이지, 이것을 강령으로 삼았다 하여 '이적단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다
실려있는데 대한민국 교육부도 이적단체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국가보안법의 생명선을 유지하기 위한 악의적
왜곡에 기초한 '마녀 재판'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법원 조차도
"모순된 분단 현실에 대해 고민해온 점, 공개적 활동을 해온 점을
참작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하니 이번 판결이 얼마나
모순된 분단 현실에 기초하고 있는지 법원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는 청년들이 어느날 '빨갱이'가 되어
수배자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비상식적이며, 도무지 그 활동이
우리 사회에 해가 되었다고 할 아무런 정황을 발견할 수 없기에
이번 판결은 민중의 상식과 도를 넘어선 판결이다. 이 판결은
국가보안법 체계가 건재함을 과시한 공안 세력의 승리를 확인하는
판결인 동시에 '국가보안법 폐지' 요구에 기름을 부은
'자살행위'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아무리 한청이 이적단체고, 청년지도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해도
나라의 밝은 미래는 '청년'에게 있음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한청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내일부터 46일간의
국토종단도보 행진을 벌인다고 한다. 도보 행진이 국가보안법
폐지의 전국적 여론을 환기시키고 모든 양심진영을 총 결집해
국가보안법에 숨통을 끊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이것이 한청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법원에 대한 청년다운 대답일
것이다. 우리는 한청을 비롯 모든 이적단체들과 어깨걸고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다.
2004년07월20일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