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문적 지평 열었다”
[한겨레 2004-07-22 17:38]
[한겨레] ‘송두율 고법 판결’ 학계반응
한국사회의 이념적 지평의 ‘경계’를 시험했던 송두율 교수가
마침내 고국의 푸른 하늘을 만났다.
지난 21일 그를 서울 구치소 65번 미결수의 신분을 벗어나게 한
2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학계는 “당연하고도 옳은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 사회가 이만큼
성숙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송두율 사태’에 대해 학계가 처음부터 지대한 관심을 표명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의 저술활동을 핵심근거로 반국가단체를 위한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다는 검찰의 공소 자체가 학문·사상의
자유를 그 뿌리부터 부정하는 폭력이라고 받았들였던 것이다.
이념잣대로 학문활동 재단해온
반세기 ‘관행’에 마침표
재판부가 ‘잠입·탈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 결국은 학문활동을 이념잣대로 재단해온 지난
반세기의 ‘관행’에 마침표를 찍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남아있지만, 이번 판결을
고비로 ‘학문에 대한 국가권력의 폭력’은 그 생명을 다했다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김두식 교수(한동대)는 “우리 법원이 비로소 스스로를 옥죄던
이념적 굴레를 벗은 것으로 보인다”며 “학문연구자에 대한
국가공권력의 자의적 처벌이 횡행했던 과거로부터 한국 사회가
한단계 성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호성 교수(서강대)도 “국가보안법은 중세의 신학처럼 자신의
이념을 따르지 않는 모든 학문과 사상을 범죄시하며, ‘국보법이
곧 학문’이라는 논리를 강요했다”며 “아직 국보법은 폐지되지
않았지만, 송 교수는 한국 사회가 이념적 협소함의 시기를 벗어나
자유로운 학문과 사상의 토론이 가능한,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남과 북을 넘나들고, 민족주의와 공산주의의를 넘나든 송
교수에 대한 국가권력의 ‘심판’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당장
보수세력의 반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학문·사상의 자유는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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