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국가보안법' 입장 바뀌었나

조선 '폐지반대', 동아 '부분개정', 중앙 '대체입법도 가능'
미묘한 차이 

 김경환 기자     
 

국가보안법 폐지반대를 한목소리로 외치는 일부언론들이 최근
국보법 논란과 관련해 미묘한 입장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가 특별한 대안없이 '폐지반대'의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반면, 동아일보는 '부분개정'을, 중앙일보는 '명칭에 목맬
필요없다'면서 '대체입법'에 동조하고 있는 것. 

특히, 이들 신문들은 국보법 개폐논란의 초기에 일제히 "폐지하면
체제가 전복된다"는 여론몰이를 해오다 최근들어 "명칭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면서 대체입법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어 주목된다.


원내에서 표결로 부쳐질 경우 국보법 폐지는 이미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폐지반대'보다 오히려 최대한 '국보법의
정신(?)을 살리는 방향에서의 대체입법'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것이
이들 입장에서는 실리를 챙기는 셈이다. 

때문에 한쪽으로는 끝없이 '안보불안',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확대포장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대화와 타협'을 내세우면서
'이름만 바꾼 국보법'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 "국보법 폐지되면 전국 주요 도시에 일제히 인공기가
휘날리고..." 

먼저, 조선일보의 경우 "국보법이 폐지되면 전국 주요 도시에
일제히 인공기가 휘날려도 처벌을 못한다"는 식의 안보불안심리를
자극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폐지 반대'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7일자 '국가보안법 논쟁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선은 국보법 폐지후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추정하면서
폐지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한국 국민이 북한 노동당에 가입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 한국 내에서 북한 체제와 주체사상을 마음 놓고
전파하는 행위도 제재할 수가 없다" 
"방송과 신문에 김정일 정권을 찬양하는 프로나 글이 나와도
그만이다. 대학 강의실에서는 물론이고 서울 한복판에
주체사상연구소를 차려 놓고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을 학습시켜도
말리지 못한다" 
"전국 주요 도시에 일제히 인공기가 휘날리고 적기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김일성 추모 집회가 열려도 경찰이 막을 수가 없다"


대부분 가설에 지나지 않는 상상력에 불과한 것이지만 60여년동안
반공, 반북 이데올로기에 철저히 길들여진 세대들의 위기심리를
부추기기엔 매우 적절한 것이다. 

조선은 열린우리당의 폐지후 보완이 당론으로 정해지자 이것을 "
‘대체 입법’ ‘형법 보완’ 운운은 공연한 말장난이고 국민을
속이고 대한민국의 기본을 뒤흔드는 책동(策動)"이라고 규정하고
반발했다. 

조선에서 주장하는 논리의 일관된 전제는 '북한은 무조건 처벌해야
된다'는 것으로 여당을 비판하는 근거도 '처벌하는 체하면서
안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식이다. 

조선은 주요신문들이 보수 원로들에 맞서 진보 원로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국보법 폐지를 주장한 것도 애써 무시하고,
대한예수장로회(통합)의 시국선언만을 부각시킨 사설을 통해
"시국선언이 잇따른다는 것은 그 사회의 운행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뜻"이라고 떼를 썼다. 

동아 "부분개정이 해법->대화로 접점 찾아야" 일보 후퇴 

동아의 경우 14일자 사설에서 "국보법 부분개정이 해법"이라며
강조하다가 16일로 들어서면서 열린우리당의 대체입법안과
한나라당의 개정안이 내용적으로 견해차가 좁혀졌다면서 일보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아는 16일자 사설에서 "진보 성향의 원로 70여명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국보법 존폐 논란이 본격적인
보혁(保革) 대결로 치닫는 듯한 양상"이라고 진단하면서 "자칫하면
나라가 양분될지도 모를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그 '양분'에 동아가 앞장서왔음은 언급하지 않았다. 

동아는 사설에서 "국보법 존폐 논란이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면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독소조항은 없애거나 고치되,
이로 인한 안보 불안에 대해선 어떤 형태로든 안전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열린우리당이 대체입법으로 내놓은 파괴활동금지법안과
한나라당이 내놓은 국보법 개정안만 보더라도 잠입·탈출,
불고지죄와 찬양·고무죄 부분은 삭제 또는 처벌 범위 축소 등으로
견해차가 많이 좁혀진 게 사실"이라면서 "보안법 개폐 논란을
정치적 상징(象徵) 싸움의 덫에서 빼내 실질적인 논의의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기 각종 기사등을 통해 '안보불안심리'를 자극해오다 '이름만
바꾼 국보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여당의 대체입법안이 흘러나오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한나라당이 여당안에 손을
들어줘라'고 주문한 셈이다. 

중앙 "명칭이 중요한 것은 아니...실용적 입장에서 접점 찾아야" 

중앙의 경우 '대체입법'론에 조선과 동아보다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중앙은 14일자 사설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보안법의 조문 하나하나를 따져보는 것이다. 전문가를
포함시켜 진지하게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어 "실질에 관심을 두면 법안의 명칭도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개정이든 대체입법이든 여야의 합의 도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해 그 속내를 드러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노 대통령의 과제는 이제 보안법이나 과거사가
아니다"라면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해 마침내
나라가 위태로워지면 백번 보안법을 없애고 역사를 바꾼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짐짓 국론분열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몰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16일자 '보안법, 명분 아닌 실용적 접근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서는 "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는 유지와 개정,
대체입법과 폐지 등으로 국민의 의견이 엇갈려 있다"면서 "주장의
폭이 넓은 것은 광복 후 격동하는 정치상황 속에서 개인적.사회적
체험이 달랐기 때문이다. 각각의 주장엔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서 한 발 물러섰다. 

이어 "보안법을 고수한다고 안보가 확보되는 것도 아니며,
보안법을 없앤다고 금방 인권국가가 되지도 않는다"면서
"극단적.감정적 대응방식에서 벗어나" "명분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실용적 입장에서 접점은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4년09월19일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