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중정무편(重正無偏)의 통일마당을 열며 "(203.6.)
  글쓴이 freesong 글쓴날 2003-11-24 03:27:06 조회 1275

중정무편(重正無偏)의 통일마당을 열며


정말 반갑습니다.

1995년부터 시작되었던 우리들의 만남이 외국에서가 아니라 드디어 우리 땅 위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이렇게 뜻깊은 만남이 있기까지 남과 북 그리고 해외에서 우리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무던히도 애쓴 여러분들의 뜨거운 정열과 지성을 저는 먼저 기억하게 됩니다. 또 이러한 만남을 알게 모르게, 정신적으로, 또 물질적으로도 많은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북과 남의 여러 기관과 인사들의 헌신적 노력에 대해서도 기억합니다. 2000년 6월 15일의 역사적인 <공동성명>이 발표된 이후 우리들의 만남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말미암아 지난 3년을 건너 띄었지만 이 기간 중에 우리들은 민족통일의 큰 이상이 우리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가를 예리하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오늘 우리들이 이 기쁨의 자리를 같이 할 수 있는 시각에, 그러나 우리 땅위에 전쟁의 먹구름이 다시 몰려오는 것을 저는 느낍니다. 바늘 따라 실 가는 것처럼 이라크전쟁을 이야기 할 때면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우리 반도의 위기적 상황입니다. 지난 2월 15일 전세계에서 천만이상이 이라크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렸습니다. 저도 50만이나 운집한 베를린의 반전데모대의 행렬 속에 동포들과 함께 섰습니다. 그 자리에서 또 한번 저를 놀라게 만든 것은 이라크전쟁을 반대하는 하나의 이유로서 이라크보다는 북이 더 세계평화에 위협적이다 라는 논거를 내세우는 전단(傳單)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논거가 의도적인 <잘못된 비교기준>이나 <게으른 사고>의 결과이지만 진리는 힘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는 논리가 국제정치를 지배하는 인식의 틀로서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의 분위기를 생각할 때 이러한 현실에 우리 스스로가 빨리 대응해야만 되지 않겠느냐는 절박함을 저는 강하게 느꼈습니다. 우리 땅이 초토화되는 전쟁의 참화 속에 휩싸이는 비극을 우리 스스로가 먼저 온몸으로 막아야 합니다. 이라크전쟁을 반대하는 이유도 결국은 전쟁이 평화를 보장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과의 전쟁을 정당화하는 논리 아닌 논리가 미국의 호전적인 <매파>뿐만이 아니라, 유럽에서 이라크전쟁을 열렬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까지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특별히 주목해야합니다.그래서 우리 땅에서 전쟁의 참화를 막고 화해와 평화의 뿌리를 더욱 튼튼히 내려, 공존 공영하는 통일된 미래의 조국을 건설하는 일에 우리 스스로가 주인이 된 입장에서 참여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게 느껴집니다. 현재 미국과 영국을 한 축으로,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를 다른 축으로 하는 이라크전쟁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국제정치를 보는 서로 다른 철학적 전통을 들어 설명되기도 합니다. 즉 <실용주의>에 기초한 영미의 정치철학과 칸트의 <영구평화론>처럼 <이상주의>에 기초한 유럽대륙의 그것과의 충돌로서 이야기됩니다. 우리 땅에서 이라크와 같은 국제정치적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우리 민족은 사실 그 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의 큰 성과물이 <6.15 공동선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속에는 우리 땅에서 평화를 정착시켜 남과 북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원칙과 함께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들도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상주의적 원칙과 실천을 위한 실무적 사업을 잘 조화시켜나간다면 우리 땅에서는 이라크와 같은 사태 발전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에 대한 이상과 희망을 극대화시키고 이를 굳히는 의지와 능력을 힘껏 발휘해서 외부세계의 이해관계나 무지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비극을 우리 땅에서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시점에서 중대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마당에 참여하면서 저는 <장자 莊子>의 <인간세 人間世>의 다음과 같은 구절을 떠올립니다. 양쪽이 모두 기뻐함은 지나치게 추켜세우는 말이고, 양쪽이 모두 노하게 되는 것은 지나치게 비방하기 때문이다. 지나치는 말은 누구나 믿지 않고 반드시 재앙이 온다(兩夫喜必多溢美之言, 兩怒必多溢惡之言, 凡溢之類妄) . 우리 땅에 평화를 지키고 남과 북이 통일의 대문을 함께 여는 마당에 보다더 좋은 생각과 방도를 찾는 고민 속에는 항상 상대방의 마음도 자기 안에 담을 수 있는 여유와 아량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평양에서 의 역사적인 만남이 우리의 민족통일에 제기되는 여러 문제들을 올바른 것에 무게를 두어 치우침이 없는(重正無偏) 해결책을 강구하는 그러한 지혜로운 장으로서 후세에도 영원히 기록될 수 있는 하나의 <사건>이 되어야한다는 개인적인 욕심을 감히 말씀드리면서 저의 간단한 개회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3월 26일, 평양 송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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