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가 시민의신문 기자에게
보낸 편지(2003.11.16.)
강국진
님
보내주신 따뜻한 격려를 담은 서신 감사히 읽었습니다. 이곳 생활에 제법 빨리 적응해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11월 20일이면
검찰의 구속수사가 끝나고 무슨 결정이 나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결정이 나와도 마음 준비가 되어 있어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역사는 끝났는가]라는 책을 수감 중에 읽으셨다는 편지내용을 읽으면서 좀 더 좋은 글들을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끼는군요.
이곳에서 시간나는대로 많은 책을 읽어보려 하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검찰 출두 때문에 지장을 받고 있지요. 그런 중에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자서전―이 책 마지막은 아옌데 대통령의 장렬한 마지막을 듣고 남긴 부분입니다―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우리말 번역이 있는지 모르나
제목은 [내가 살았다는 것을 나는 고백한다](Ich bekenne, Ich habe gelebt)로 되어 있는데, 시인의 영감이 억눌린 자를
위한 강인한 투쟁과 하나가 된 삶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언제 나가게 되면 덕수궁 담을 따라 산책해보고 싶은 생각이 불현 듯 떠오르는군요.
환절기에 건강에 유의하시고 <시민의신문>의 발전을 빕니다.
2003년 11월 16일
송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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