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
오늘은 3월1일, 어제 일요일에 이어 오늘도 공휴일이다 보니,
밖의 세계와는 달리 이 곳은 더 답답한 이틀 간의 生活이오. 게다가 밖의 날씨마저 화창하기까지 하여 답답함은 반비례해서 더 하는 것 같소.
어제 지난번 들여보낸 『돈명이 할아버지』를 읽어보면서 70년대부터 이 곳 국내에서 일어난 민주화투쟁의 흐름을 읽어보고 나 나름대로 나의 지난 시간을 정리 할 시간을 가졌소.
바로 얼마 전의 일이 이미 30년의 시간을 뒤로 한 일이니 정말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소. 우리가 30년 전 Bonn에서 반유신 데모를 했던 74년 3월 1일, 당신도 기억하지? 정말 추웠던 날씨여서 아직도 특별하게 뇌리에 남아있는 것 같소.
그 책을 읽으면서 국내에서도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고 느껴지면서 그래도 국내이기에 사람도 많고, 또 민주화의 성과가 가시화되며 나름대로 외롭지 않은 어떠한 공간이 생겼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과거를 이야기 할 여유까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지요. 그런데 외국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싸웠던 사람들을, 또 우리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을 하나둘씩 떠올리면서 어딘가 나의 가슴 한 켠이 시려오는 것을 느끼오.
우리 주위에도 이래저래 많은 사람이 사라지고, 사실 속내를 이야기 할 사람마저 드문 외로운 외국생활이 아닌가 하는, 그러한 외로움을 불현듯 느끼게 되오. 게다가 이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까지 생각하면 분노까지 더 해지는 어떠한 묘한 감정을 속일 수 없는 것 같소. 그러나 이를 계기로 해서 지금까지 시간 속에 담지 못했던, 또는 담을 수 없었던 꿈과 희망을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그려보고 우리 인생의 황혼이라면 황혼이라 할 남은 시간을 정말 아름답게 꾸밀 생각을 이래저래 하면서 사실 어제 밤을 설쳤소.
당신도 그럴 것이라고 믿소. 그러한 아름다운 시간을 위해서라도 당신도 건강해야 하오. 애들은 이제 자기 갈 길을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확실히 할 수 있기에 다른 사람들 보다 우리들은 그래도 복 많은 것이라고 생각하오.
그러니 만큼 나도 건강에 앞으로 더욱 유의하면서 좋은 책들을 많이 써서 이 세상에 남길 것이오.
앞으로 우리 둘이 우리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집중적으로 나눌 수 있는 시간이 곧 오리라 믿소. 지난번 내보낸 〈최후 진술서〉도 받았으리라 믿소. 김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옮긴 이)님 부친사망과 관련, 간단한 편지를 오늘 써 보냈소.
그리고 양길승 원장의 누님 한 분이 수녀님으로 계시는데 자상한 편지를 보냈군요.
그러면 뒷바라지로 힘든 당신과 린이의 건강을 무엇보다도 기원하며…….
2004년 3월 1일
서울 구치소에서 당신의 律
추신 : 지난번 등기로 내보낸 〈최후 진술서의 독일어 번역 교정 가운데 초기 불교경전〈쌍윳따 니까야〉를 〈Sankyuta Nikaya〉로 적은 것 같은데 〈Samyutta Nikyaka〉로 정정해 주오. 인도 Pal 고대語의 음역이 Alphabet로 할 때 달리 해야 하기 때문에…….
(단어 Samyutta의 m 글자 위에 점이 표기되어야 하지만, 표기가 되지 않아 m으로 처리했습니다 : 몲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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