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중앙일보]" "나는 南北 사이의 경계인" -송두율교수와의 인터뷰(2003.4.6.)
  글쓴이 freesong 글쓴날 2003-11-23 20:19:12 조회 1117

중앙일보 2003년 4월 6일

"나는 南北 사이의 경계인"-송두율교수와의 인터뷰
 
 
지난달 22일 평양 순안공항. 독일 뮌스터대 송두율(60.사진) 교수가 남측 학자들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다.

일행을 맞는 북측 인사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라크 전쟁 탓으로 보였다. 송교수의 조율이 없었더라면 26~27일 '평화와 통일'이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해외학자 통일회의'는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회의 두 시간 전까지 개최 여부가 불투명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짬짬이 시간을 내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했다.

송두율 교수는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다. 그의 이념적 성향 때문에 지난해에도 한 학술행사에 참석키로 했으나 끝내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송교수는 스스로를 '경계인'이라 부른다.

그는 기자에게 여러차례 "남북 측 이견을 상대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없었다. 이견과 갈등을 나의 내면 속에 타자로 받아들여 화해시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는 남북의 벽을 넘어서는 새로운 통합을 그려내려 고뇌하는 송교수 특유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경계인'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비관적이 아닌가.

"뉘앙스가 부평초(浮萍草) 같기 때문인가. 그것은 결코 비관적 함의를 지니고 있는 게 아니다. 남북을 배제하면서 동시에 통합하는 '제3'을 찾는 창조인으로의 경계인으로 봐 달라. 이번 '남북, 해외학자 통일회의'에서 '배제하고 동시에 통합하는 제3'으로서의 '경계인' 의미와 역할이 주효했다는 생각이다."

-경계인으로서 바라보는 지금 한국 사회는 어떤가.

"경계인의 양쪽에는 분단된 남과 북이 있다. 남쪽은 밖의 세계와 같은 속도를 맞추기 위해 '동시성'을, 북쪽은 '주체'라는 '비동시성'을 늘 강조하면서 반세기 넘게 서로 다른 삶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 두 세계가 만나 공생.공영하기 위해선 '동시성과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새 개념이 필요하다. 이젠 내 속도에 상대방이 따라줄 것을 요구할 게 아니라 상대방의 속도에 자기의 속도를 맞추는 반성이 필요하다."

-최근 출범한 참여정부에 대한 견해는.

"새 정부는 이라크 전쟁, 북핵 긴장 등 어려운 국제환경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의 진보가 폭력에서 평화, 갈등에서 화합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버릴 필요는 없다. 그간 남한은 시민사회의 성장을 통해 냉전시대의 폭력적 질곡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더 긍정적이다. 이라크 전쟁이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국제정치는 재편의 격동에 휘말릴 것이다. 그러나 남북이 역량을 극대화하면서 유동적 질서 재편에 적극 참여한다면 중요한 세계사적 의미를 갖게될 지 모른다. 남쪽의 상황 변화로 나의 귀국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기대도 해본다."

-송교수의 귀국 문제를 놓고 한국 지식사회 전체가 논란에 빠지기도 했다.

"준법서약서 제출에 거부하는 내 행위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한국의 지식계는 그런 '기능적' 상황 논리에 너무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귀국 그 자체보다 어떻게 귀국하느냐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왔다. 한국 사회는 이제 구시대적 관습, 악법과 제도를 혁파하느냐 아니면 그것에 실패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현재 유럽에서 새롭게 등장한 지식인의 화두가 있는가.

"9.11 테러 이후 미국과 유럽 지성 간에는 비대칭적 관계가 성립됐다. '세계는 좁아졌는데 반대로 미국은 너무 커졌다'라는 말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유럽 지성인들의 현실 참여 모습에서 나는 그들의 고민을 보게 된다. 진리가 힘에 의하여 만들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다. 그러나 이같은 격랑 속에서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더욱 발현시키야 한다는 게 오늘날의 문명사적 요청이다. 미국의 일방주의적 패권은 이런 문명사적 흐름에 위협적 요소라는 생각이다."

-최근 '현대성의 명암(Schattierung der Moderne,독일 파피로사刊)'을 출간했다. 어떤 내용인지.

"동서양의 '경계인'으로서 철학.사회학.정치경제학.종교.예술 등의 현대성을 재음미하고 비판했다. 결론에서도 적고 있는 것처럼 어두운 밤에는 꽃의 색깔을 구별할 수 없다. 빛이 있어야 꽃은 다양한 색깔들을 뿜어낸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오직 '통합하는 구별'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현대성의 과제를 발견할 수 있다."

평양=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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