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2004년 3월 11일 기자회견에 참석하신 분들께 보내온 송두율 교수의 편지(2004.3.11.)
  글쓴이 freesong 글쓴날 2004-03-11 18:47:16 조회 6156

<2004년 3월 11일 기자회견에 참여하신 분들께 보내온 송두율 교수의 편지>



보고 싶은 여러분들께,

 

귀국한 그 날부터 시작된 싸움이 벌써 반년이 되어 갑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고 그리고 한해가 저물더니 이제 그 어둡고 추었던 겨울도 꽃샘추위를 마지막으로 밝고 따뜻한 새 봄에 의하여 밀려가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구치소 안에 있는 저와 구치소 밖에서 고생하는 저의 가족에게 보내주신 여러분의 뜨거운 사랑과 든든한 믿음이 없었더라면 이 지루하고 힘든 싸움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하는 하는 물음을 먼저 던지게 됩니다.

 

이제 결심을 뒤로하고 재판부의 선고를 기다리는 저의 심정은 담담합니다. 저도 여러분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국내외에서 보여준 그 많은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저는 물론 여러분들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공판을 지켜보신 분들의 관찰이긴 합니다만, 처음에는 제법 의기양양했던 검찰 측이 재판을 거듭할수록 전의를 상실하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검찰 측이 내세운 증인들도 흡사 <어둠의 자식들>처럼 비공개재판 때나 나타나거나, 아니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소리를 해놓고는 재빨리 재판정을 빠져나갔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바로 시대의 흐름을 철저히 외면한 법 아닌 법 <국가보안법>에 의거한, 논리 아닌 논리를 내세운 검찰의 서글픈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평화통일을 헌법에 명시하고도 상대방을 적으로만 보는 <국가보안법>은 한 마디로 말해서  <네모난 원형>을 그리려는 애초부터 무모한 법 적용이었습니다. <실정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국가보안법>을 변호하지만 현실은 그러나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북의 정상이 만났고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을 이 법이 어떻게 다루고, 설사 다룬다고 해도 앞으로 얼마나 다룰 수 있겠습니까. 검찰에게도 <세계화>는 생소한 단어는 아닐 것입니다. 국경의 의미가 날로 사라지는 이 시대에 국경 아닌 국경 <휴전선>을 전제로 한 <국가보안법>이 설 땅은 날이 갈수록 없어질 것입니다. 물론 이 땅에는 그러한 시대의 흐름을 애써 거부하려는 세력이 아직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년 12월 초 공판 모두에서 이야기했듯이- 현재 한국은 새 것과 낡은 것이 각축하는 하나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역 周易>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물과 불이 서로를 멸하려하며, 두 여인이 같이 살면서 서로 뜻이 맞지 않는 상황으로서 어느 한 쪽은 소멸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혁(革)이라는 괘(卦)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존재의 사명을 다한 옛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변혁은 여건이 무르익었을 때라야 신실(信實)하다고 동시에 이야기하는 뜻은 새 것과 헌 것과의  싸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기뻐하고 이 변혁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회한을 품지 않는 그러한 때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37년만의 귀국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고, 사실 예기치 못한 사태도 발생했지만 이 싸움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하나가 되는 민족의 장래를 위한 변혁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뜻을 안고 있기에 회한 없이 맞았습니다. 물론 여기에 동참하는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저도 용기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머지 않아 여러분들을 직접 만나 지난 일에 대하여 그리고 앞으로의 일에 대하여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러한 때도 온다고 확신합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2004년 3월 11일

서울구치소에서 송두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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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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