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송두율교수의 항소심 <모두진술>
  글쓴이 freesong 글쓴날 2004-05-27 18:07:56 조회 2252




송두율교수 항소심〈모두진술〉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난 3월 30일 일심선고 공판이 끝나고 7주만에 오늘 저는 다시 재판정에 섰습니다. 국내외의 높은 기대와는 달리 일심재판부는 저에게 7년
징역이라는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저희 <최후진술〉속에서 '지식은 조직을 멍청하게
만든다'(Intelligenz Macht Organisation Dumm)는 조직사회학에서 말하는 역설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예로서 들었던 네 마리 원숭이 중의 한 마리인 〈조 중 동〉을 제외한 국내 여론의 비판적 반응을 이 자리에서는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나라밖의 여론의 반향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언급하려 합니다.

우선 한국사회가 정말 어려운 과정을 넘어 그 어느 제3세계나라보다도 괄목할만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했다는 일반적 평가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독일의 뉴스전문 TV인 〈NTV〉는 7년 징역형이 언도되자 '메카시가 인사를 전하다!!'(McCarthy laesst gruessen!!) 라는 자막을 내보내면서 상상을 넘은 중형선고에 대해서 경악했습니다. '메카시가 인사를 전하다'는 검찰의 15년 구형이 있던 날의 자막이었습니다. 독일 유수신문의 하나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Frankfurter Rundschau〉는 3월 31일자에서 재판에 대한 보도기사와 함께 장문의 해설기사의 제목을 '제한될 수 >있다'(Kann begrenzt werdem)고 달면서
'한국에서 어떻게 연구의 자유가 법정에 서게 되었는가'(Wie die Freiheit der Forschnng in Suedkorea vor Gericht steht)라는 부제를 덧부쳤습니다. 베를린에서 발행되는 〈타게스짜이퉁 Tageszeitung〉은 같은 날 '화해정치에 징역형'(Haftstrafe fuer Entspannungspolitik)이라는 기사 속에서 냉전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분열된 한국사회의 모습을 전했습니다. 이상과 같은 시각의 핵심은 한마디로 말해서 이번 재판은 〈국가보안법〉이 학문과 사상, 그리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유를 엄중하게 침해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관해 깊은 법리론적인 논쟁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구나 국가보안법〉의 개폐문제가 현재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재판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교육의 장도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지난 일심 재판 때 〈최후진술〉의 말미에서 <미래지향적 재판〉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미래지향적 재판〉이라고 표현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흔히 한국의 법 체제는 대체로 보아 독일법이 일본을 거쳐 수입-변형된 것이라고 이야기됩니다. 특히 <법실증주의 Rechtspositivismus〉에 의거해서 법을 정치로부터 독립된, 그래서 그 자체로서 자기완결적인 체계로서 보려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가령 이번 재판처럼 이른바 '어려운 경우'(hard cases)에는 법률해석이나 적용을 법의 권위와 등치될 수 없는 이른바〈도덕적 잣대〉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검찰의 논고나 〈항소이유서〉 그리고 〈판결문〉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는
<개전의 정이 없다〉,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등의 표현이 바로 이러한 문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버마스(J. Habermas)의 지적처럼 법은 결코 자기도취적(narzisstisch)으로만 >자기완결을 보증하는 체계는 아닙니다. 법은 자유로운 시민의 민주적인 도덕성과 정치문화에 항상 열려있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의 철폐, 아니면 적어도 이의 독소조항들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은 과거에도 끈질기게 제기되었습니다. 최근들어 본격적으로 제기되어 사회적으로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개폐문제는 입법부가 곧 해결할 것으로 믿습니다. 사법부도 오늘의 사회적 현실 속에서 숨쉬고 있고, 그래서 사회통합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 이를 바탕으로 민족화해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 21세기의 시대정신에 걸 맞는 보다 열린 태도로 〈국가보안법〉이라는 〈실정법〉을 적용하리라 믿습니다.


저는 일심재판부에 걸었던 그 때의 기대를 다시 되새기며 이번 재판이 우리시대를 올바르고 또 밝게 인도하리라는 기대를 안고 짧은 <모두진술〉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 5. 19.

송 두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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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1차 공판에서 재판부 신문에 대한 송두율 교수의 답변 내용
선고판결 직후에 쓴 송두율교수의 편지: 다섯번째 원숭이가 되지 못한 여섯번째 원숭이(200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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