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김혜정님께 보내는 송두율교수님 편지
  글쓴이 대책위 글쓴날 2004-09-03 16:40:11 조회 5413

김혜정님

베를린에서 이 편지를 지금 쓰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군요. 7월 21일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보고 싶은 벗들을 밖에서 만났습니다. 광주와 제주를 이어 방문하고 나서 8월 5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곳에서 그동안 저의 석방을 위해 많이 애썼던 벗들과 10개월만의 감격스러운 재회였습니다. 또 지난 주에는 뉴욕에서 얼마전부터 전문의과정을 밟고있는 둘째 아들 린을 방문하고 역시 그 곳을 중심으로 저의 석방을 위해 힘썼던 문동환목사님을 비롯한 <미주대책위>의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도착하고나서도 시간이 나는대로 인터넷에 들어가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국내의 논쟁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특별법>의 손질정도로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이 있다는것을 보면서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한발치도 빠져 나오지도 못하면서 <세계화>를 이야기하고 <자유민주주의>를 거론하는 엄청난 모순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보법>의 폐지권고를 하자마자 나온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시민사회의 민주적 도덕성과 이를 바탕으로한 살아있는 정치문화에 사법부가 열린 태도로 여전히 임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또 한번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해결의 열쇠는 <사법부>가 아니라 <정치>에 있습니다. 17대 국회가 구성되면서 본격적으로 다시 제기된 <국가보안법>의 폐지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것은 무엇보다도 이 법의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한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면서도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포함한 <자유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을 파괴하고, 평화적인 민족통일을 지향한다면서도 이의 전제인 통일의 상대이자 동반자인 북를 인정하지 않는데에 바로 <국가보안법>의 모순이 있습니다. 당면한 민생문제의 해결도 중요하지만 이 것때문에 민족의 화해, 상생 그리고 통일문제를 결국 방기하는 근시안적인 <정치>로서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 다가올 국제정치적 격랑을 결코 헤쳐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오작교의 밤>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윤이상 선생님의 <오보에와 플류트를위한 이중주>를 생각합니다. 견우와 직녀의 슬픈 이야기와 같은 갈라진 남북의 운명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곡입니다. 오늘의 <오작교의 밤>은 남북을 갈라진 기막힌 우리 민족의 운명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 그리고 친구들을 떼어놓은 <국가보안법>을 사라지게하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녁의 만남은 민경우님이 자유의 몸이 되게하는 노둣돌이 될 것입니다.

<오작교의 밤>이 부디 성황리에 끝나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2004년 8월 29일 저녁, 베를린에서
송두율/ 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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