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저서 독후감 공모전
  제목    [송두율성명서] '파기환송심'의 선고를 듣고 (2008.7.24.)
  글쓴이 freesong 글쓴날 2008-07-24 23:56:24 조회 7283

'파기환송심'의 선고를 듣고

송두율 교수의 성명서



오늘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은 지난 4월 17일 대법원의 상고심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려, 5년 가까이 지속된 나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을 둘러싼 법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시대정신과 너무나 거리가 먼 '국가보안법'에 의거한 판결이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국가보안법'이 안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이 시대착오적인 법은 단순한 하나의 법체계를 넘어서서 이미 살아진 냉전의 굴래 속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구하는 개인과 집단의 생활세계를 여전히 가두어 두고 있는, 총체적인 검열과 억압체계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이곳에서 또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주독 한국대사관의 국정원 파견 김형수 참사는 베를린에 있는 코레아 협의회를 찾아 이 단체가 나와 어떤 관계인지, 또 나와 함께 무슨 행사를 계획하는지 등을 탐문하였고, "송 교수는 범죄자"라고 까지 말하면서 근무자들을 겁주고 협박하였다.



코레아 협의회는 30년 이상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지원하고 독일통일의 경험을 반추하며 한반도통일문제를 꾸준히 연구해 온 한국인과 독일인으로 구성된 단체로서 나의 석방운동도 활발하게 벌렸다. 이 단체는 이 같은 몰상식한 일을 처음 경험하였기 때문에 강력한 항의내용을 담은 편지를 주독한국대사 앞으로 발송하면서 이의 사본을 나에게도 보내왔다.



이 단체는 지난 5월 31일 베를린에서 여러 아시아지역 연구단체, 독일 공화주의 변호사 모임과 함께 '안보 대(對) 인권? 아시아와 독일의 대테러투쟁에서 국가안보와 인권보호'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가졌다. 나는 이 세미나에서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강연을 했다. 바로 이 사실을 문제 삼아 국정원은 독일 땅에서마저 공안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나는 국정원의 이러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하여 강력히 규탄하며 동시에 이 사실을 독일의 해당기관과 시민단체에도 알리겠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의 정치상황의 변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왜 평화적인 촛불시위가 두 달 넘게 지속되었는지에 대한 자기반성 대신에 국정원, 검찰 등 이른바 공안세력과 보수언론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여전히 '친북-반미 좌익세력'이라는 배후세력론을 열심히 펴고 있다. 특히 '조중동'의 한심한 논조를 보면서 2004년 7월 21일 서울구치소를 뒤로하면서 했던 나의 발언을 - "썩은 내 나는 조중동이 있는 한 한국의 민주주의에 희망은 없다"-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평화적인 촛불집회가 남긴 중요한 성과의 하나가 바로 진실과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여론을 호도하여 민주주의 제도화를 줄곧 방해해온, 이른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의 본질확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끝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을 둘러싼 정말로 지루한 나의 법적 투쟁이 오늘로서 일단 종결되었지만 이 사건은 또 하나의 촛불로서 계속 타올라 앞으로 국가보안법의 철폐는 물론,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민족의 화해와 상생의 길을 밝혀줄 것으로 확신한다.



30여년의 긴 나의 투쟁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던 지난 5년, 저와 저의 가족을 따뜻하게 지켜주신 변호인단, 대책위 여러분들, 그리고 한 분 한 분 거명할 수 없는 국내외의 수많은 지지자와 성원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베를린, 2008년 7월 24일

송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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