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의 공정성을 촉구하는 성명서>


최소한의 사실이라도 제대로 보도하라!!!  


지난해 가을,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송두율 교수를 ‘거물급
간첩’으로 내몰았던 수구언론들이 최근 재판과정에서 '송 교수에
대한 검찰측 기소사실'을 반박하는 변호인측의 증거들이
제시되었음에도 이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수구언론들은 그동안 송 교수가 ‘북한서열 23위의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이며, 북한으로부터 공작금을 받았고, 그가
주도한 통일학술대회가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진행된
공작’이며, 오길남에게 입북을 권유했다는 주장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당시 가장 쟁점이 됐던 ‘정치국 후보위원
여부’에 대한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조차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증인으로 주목받아온 황장엽씨는 법정외
비공개조사라는 형식으로 공개적인 증인 출석을 거부하였고, 그
외의 몇몇 증인들 또한 비공개로 증언을 하면서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졌다. 
반면 송 교수의 변호인측은 ‘북한의 정치위원 중 김철수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통일원 자료를 제출했고, 공신력 있는 북한문제
전문가를 증인으로 내세워 송 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이 아니라는
증언을 받아내는 등 검찰의 기소내용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를
제시했다. 
송 교수가 주도했다고 알려진 남북통일학술대회에 대한 사실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증인으로 나온 길승흠 교수는 이 대회가 남한에서
본인이 먼저 제안해 열린 것이라고 밝혔고, 이 대회에 참석한
학자들도 대회의 성격과 내용에 이적성이 없다고 증언했다.
또한 송 교수는 노동당 입당과 관련해 단순한 입국절차라고
생각했다는 주장을 거듭 밝혔고, 공작금을 받았다는 검찰측 주장에
대해 초청경비를 지급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반론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과 정형근 의원의 주장들을
일방적으로 받아쓰고 부풀렸던 수구언론들은 이를 외면, 최소한의
균형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송 교수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정부 내 북한 핵심세력
존재’, ‘기획입국’, ‘정연주 사장의 간첩 연루 의혹’ 등 송
교수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한나라당 일부의 근거없는
폭로를 부풀리면서 색깔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당시의 색깔공세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구언론들은 제대로 된 정정보도 한번 내보내지 않는 몰지각한
행태를 보였다. 수구언론은 언제까지 일단 써놓고 ‘아니면
말고’식으로 덮어버리는 무책임하고 뻔뻔스러운 보도 행태를
되풀이 할 것인가. 
수구언론은 과거 잘못된 보도를 정정하고 송두율 교수와
독자들에게 사과하라. 또한 앞으로의 재판과정에서 최소한의
사실이라도 제대로 보도하라.  
송두율 교수 사건은 메카시즘의 망령을 불러내서라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세력과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수구언론들이
세계적인 석학의 인권을 송두리째 짓밟은 사건으로 기억될 수
있다. 만약 이번 사건이 수구언론을 필두로 한 수구세력들의
‘여론재판’ 의도대로 처리될 경우 남북관계와 우리사회 민주화는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으며 우리나라는 인권유린국으로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당할지도 모른다. 국가보안법이 현존하고
있지만 이미 우리 국민 대다수는 이를 시대착오적인 법으로 그
가치와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명백한 증거도 없이
냉전시대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을 송 교수에게 들이대는 것은
민주주의와 화해, 인권신장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는
행위다.
이제 1심 재판도 막바지에 접어들어 조만간 송 교수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우리는 재판부가 송 교수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재판’ 보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 시대에 맞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 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