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교수의 무죄석방을 촉구하는 
성  명  서


지난 2003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를 찾아, 국가폭력으로
자행되었던 인권유린 사건(4·3)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해방 직후
정부 수립과정에서 발생했던 불행한 사건의 역사적 치유를
언급했다. 또한 이 역사적 사건을 교훈으로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이 땅에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제주도민들은 한층 발전된 민주사회를 실감할 수 있었으며,
암울했던 우리의 근현대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될 것이라고 고무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고무된 분위기는 채 몇 달 지나지 않아, 우리는
제주출신 재독 사회학자가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왜곡 해석
당하고, 구치소에 구속된 채 인권을 유린당하는 모습을 암울하게
지켜봐야 했다. 

4달이 넘는 구치소 생활과 9차례의 길고 긴 재판과정 동안 검찰이
기소한 죄목은 제대로 입증되지 못한 채 재판은 반복될 뿐이었고,
오랜 재판으로 한 사람의 인권은 피폐해져갔다. 지루한 심리과정의
끝에 검찰은, '15년' 이라는 중형을 그에게 구형했다. 

송두율 교수에 대한 검찰의 기소 죄목은 반국가단체 구성죄,
반국가 단체로의 잠입·탈출죄, 반국가 단체와의 회합·통신죄,
사기미수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 어느 하나도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반국가단체구성죄와
반국가단체로의 잠입·탈출, 반국가 단체와의 회합, 통신죄 등의
핵심은 송교수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느냐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 동안의 법정 논란을 통해서도 보여주었듯이 송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점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제시되지
못하였다. 또한 송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에 대한 검찰의 왜곡
해석은 전세계 학자들을 당혹시켰다. 그의 학문과 사상은 이미
여러 학자들과 전문가들에 의해 활용되고 있는 연구방법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국가보안법이 적용돼 기소된 최고위급
인사이며, 사안이 중할 뿐 아니라 사과나 반성 등의 개전이 없어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15년형을 구형했다. 

그 동안 오랜 수사와 재판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봐 온 우리로서는
커다란 충격과 함께 분노를 감출 수 없다. 그동안 검찰에 걸었던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역시나로 결론지워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호인단이 지적했듯이 이번 검찰구형은 마치 '70년대 법정'을
연상케 하며 "도대체 우리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과 미래지향적 판결을 믿고
기대할 수밖에 없다. 송교수도 최후진술에서 얘기했듯이 "이
나라가 깨어있고 또 건강해서 바로 그 때문에 사랑할만하다고
확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무죄 판결"을  해 주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2004년 3월 10일

                     송두율 교수의 조속한 석방과 귀향을 위한
제주모임
                      (제안자: 임문철 신부, 조성윤 교수,
이정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