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송두율 교수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한 공안 검찰을 규탄한다.


어제 열린 송두율 교수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는 징역 15년이라는 엄청나게 많은
형량을 구형했다. 그에 그친 것이 아니라, “20년 이상의 형을
구형해야 마땅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활동이 크지 않고,
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해 15년형을
구형한다”는 말까지 덧붙였으며, 또한 1970년대 북한 노동당에
가입한 이래 당 서열 23위에 해당하는 정치국 후보위원까지 오른
점으로 미뤄볼 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고위급 간첩’이라고도
했다.

뿐만 아니다. 검찰은 송두율 교수가 경계인으로 위장해 일부
대학생들이 북한을 천국으로 오인하게 하는 데 기여했으며, 특히
북한을 찬양하는 이론적 토대를 만들고 유학생들을 공작원으로
포섭하는 등의 선전 활동을 했다면서 요인 암살이나 간첩활동보다
더 큰 해악을 우리 사회에 끼쳤다고 했다.


우리는 사회를 바라보는 검찰의 시각이 여전히 구시대적인 냉전
대결에 머물러 있는 것을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와 역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채 아직까지도 이러한 시각을 고수한단
말인가? 과연 우리 국민 중 누가 북한을 천국이라 생각하는가?
만약 일부의 이들이 그러한 주장을 한다해도 인정할 이는 아무도
없다. 예를 들어 광화문 한복판에서 그들이 ‘북한은
지상낙원이다’라고 외친다면 사람들은 그들을 미친 사람으로 여길
뿐, 그에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남쪽의 압도적인 우세로 대결은 이미 끝났으며 이제 우리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남과 북의 대결에서 어떻게 승리하는가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고
민족공동체를 회복하느냐에 있다. 그것을 위한 길에 송두율 교수의
활동과 저서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한다면 그를 그런
식으로 폄하할 수 없다.

또한 검찰은 그가 반공법 등이 제정된 이래 최고위급 간첩이라
했지만, 그 주장이 맞으려면 실제 그러한 행위를 했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송두율 교수가 연구를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의무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입당을 가지고 그에게 간첩이라는
올가미를 씌워서는 안되는 것이다. 검찰은 그가 실제로 간첩
행위를 했고 유학생을 포섭했음을 증명했어야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는 중세
시대에 자행되었던 마녀 사냥 방식과 동일한 권력자의 폭력일
뿐이다.

그리고 사물을 바라보는 검찰의 이분법적 시각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 과정에서 보여주듯 그들은 송두율 교수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곡해했으며 불러들인 증인들 역시
그러했다. 즉 남한에 이롭지 않은 말과 행동은 북한을 찬양하는
것이라는 식의 그들만의 시각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이다.

우리는 해악을 끼쳤다는 검찰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 송두율
교수는 현재를 통하여 미래를 이야기하였으며, 우리가 그것을 위해
가져야 할 조건들을 남도, 북도 아닌 경계인의 위치에서 설득력
있게 제시해 주었다. 그러한 그의 학술 활동이 검찰에게는 해악이
되었을지 모르나, 우리 사회에는 커다란 이익이 된 것이다.


이처럼 자신들 안에서만 통하는 시각으로 징역 15년을 구형한
검찰의 행태는 규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또한 일국의 검찰 조직이
이정도 밖에 안되는가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송두율 교수의 사례와 같이 마녀 사냥의 방식으로
무고한 이를 죄인으로 만드는 국가보안법을 없애는 일 밖에 없다.
이것이 송두율 교수가 한 말처럼 민족분단을 확대재생산해 온
우리의 의식구조 속에서 그가 불러온 충격을 제대로 반영하는 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판부가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으로 현명한 판결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2004년 3월 10일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건국대학교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