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11일 사회원로-인사 기자회견 성명서>

송두율 교수의 무죄 석방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한 동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반공냉전주의의 한파(寒波)를 다시 불러온 송두율 교수 사건에 대한 재판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 동안 수사와 재판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 본 우리는 송두율 교수가 무죄 석방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우리는 송 교수를 법정에 세우도록 한 국가보안법은 탈냉전 시대이자 남북 화해협력의 시대인 오늘의 시대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구시대 악법으로서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은 역대 독재정권의 정권 안보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나 이를 위해 숱한 무고한 민주인사들을 탄압해온 반인권적 악법으로서 오랜 기간 국내외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의 자격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확신한다.

또한 송두율 교수의 경우에는 설령 국가보안법에 따르더라도 무죄 석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 교수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죄목은 1. 반국가단체 구성죄, 2. 반국가단체로의 잠입-탈출죄, 3. 반국가단체와의 회합-통신죄, 4. 사기미수죄로 이루어져 있다.

송두율 교수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다

   반국가단체 구성죄란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서열 23위 후보위원으로 임명된 바 있으며, 그의 저술 활동 및 남북학술교류 활동 전체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 북한을 이롭게 하고 남한을 불리하게 한다는 목적의식 하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판단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친 법정 논란을 통해서도 송 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점을 입증할 만한 설득력 있는 증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확인된 것이 있다면 김일성 주석과 오진우 국방위 부위원장의 장례식에 ‘김철수’란 이름으로 장례위원으로 초대된 적이 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학계에서 공인된 북한 전문가들인 변호인측 증인들이 충분한 설명을 법정에서 개진한 바 있다. 외국 국적을 가진 일개 학자가 북한 권력 서열 23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임명된다는 것은 북한의 권력구조나 정치관행, 그리고 상식의 관점에서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송두율 교수의 학문활동은 법률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송 교수의 많은 저술들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 북한을 이롭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술되었다는 주장도 법정에서 충분히 반박되었다. 논란이 된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것은 송 교수가 새로이 개발해낸 것이 아니라 이미 문화인류학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어온 공인된 연구방법론일 뿐 아니라, 북한 사회 및 남한 사회, 그리고 남북관계를 다룬 송 교수의 저술들을 친북ㆍ이적이라 볼 수 있는 합당한 근거가 없다는 점도 여러 북한 전문가들에 의해 충분히 확인되었다. 과연 내재적 접근법이 북한 사회를 분석하는 데 요구되는 최선의 연구방법론인지, 송 교수의 남ㆍ북한 사회 분석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등의 문제는 학계에서 충분히 논의되어 학술적 검증을 받아야 할 대상이지 법률적 판단의 대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송두율 교수는 남북학술교류에서 성실한 중재자였을 뿐이다

송 교수가 중재 역할을 담당하여 여러 차례 열린  ‘남ㆍ북ㆍ해외학자 통일학술회의’는 모두 남한 학자들의 요구와 주도적 준비 하에 열린 것이며, 남한의 주요 언론사와 재벌기업들의 후원 하에 열린 것이다. 또한 학술회의에서 송 교수의 역할은 대체로 공정한 중재자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남ㆍ북한 학자들간의 이견사항과 관련해서는 송 교수가 오히려 남한 학자들의 입장을 많이 반영하였다는 점도 법정에서 확인되었다.

반국가단체로의 잠입ㆍ탈출죄와 반국가단체와의 회합ㆍ통신죄라는 것은 송 교수가 북한을 수 차례 방문하여 북한 학자들과 학문적 주제에 관해 논의하고  ‘남․북․해외학자 통일학술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수 차례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남․북․해외학자 통일학술회의’는 결코 북한에 이롭고 남한에 해로운 행사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송 교수는 남한 학자들의 부탁으로 이 행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였었다. 또한 비교사회주의 연구 분야의 전문가인 송 교수가 북한 사회 연구를 위해 북한을 방문하여 북한학자들과 학문적 주제에 관해 토론한 것이 어떻게 처벌받아야 할 사항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지도 오래되었고 6.15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남북의 고위 당국자들이 서로 빈번히 왕래하는 상황에서도 북한을 여전히 국가가 아니라 ‘반국가단체’로 간주하는 국가보안법이 결코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확신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사기미수죄라는 것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남한으로 귀순한 후 송 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고 주장한 데 대해 송 교수가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을 지칭한다. 이 죄목은 그러나 송두율 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송 교수가 후보위원 김철수와 동일인이라는 점이 밝혀지지 않는 한 성립될 수 없는 죄목인 것이다.

송두율 교수는 무죄 석방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송두율 교수는 모든 기소죄목과 관련하여 무죄라고 판단하며 재판부는 무죄 석방의 판결을 내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믿는다.

  또한 송 교수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입회가 전면 금지되었으며, 검찰의 수사과정에서도 처음에는 변호인의 입회를 금지하다가 법원의 판결 후에야 변호인의 입회를 불충분하게 허용한 점도 수사과정의 공정성 확보 및 피의자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다시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국정원과 검찰,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수사내용을 언론에 공표하고 몇몇 언론이 이를 기정사실인 양 대서특필한 것도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제 송 교수는 무죄 석방되어 그리던 고국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가 석방되어 학자로서 학문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어떻게 위해가 되는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그가 자유의 몸으로 학문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 때에야 우리 사회는 국제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훌륭한 학자를 떳떳하게 ‘우리의 학자’로 보유하게 되는 것이며, 민주화된 우리 사회의 역량을 국제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철학자로 공인 받고 있는 하버마스 교수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 등, 세계의 지성계를 주도하는 각 국의 양심적 지성인들이 송 교수 사건의 재판을 예의주시하며 송 교수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송 교수의 무죄 석방은 우리 사회가 맹목적 남북대결주의로부터 벗어나 민주주의와 학문ㆍ사상의 자유, 남북 간의 이성적 대화가 활짝 꽃 필 수 있는 선진사회로 발전해 가는 데에 중요한 초석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고국에서 살기를 간절히 원해온 사람을 고국에서 편안히 살게 하라. 이제  고국에서 동포들과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랑을 나누게 하라. 송두율 교수에게 고향의 흙 냄새를 맡으며 자유롭게 숨쉴 자유를 주라. 송 교수로 하여금 사랑하는 고국에서 시름 많았던 생애를 뜻 있게 마무리하게 하라. 송 교수에게 ‘인간의 얼굴을 한 고국’의 모습을 보여 주라. 그것이 사람의 도리이자 동포의 도리이다. 송두율 교수를 자유의 몸으로 풀어줌으로써 우리도 남북분단의 역사가 던져준 무거운 굴레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재판부가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현명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 송두율 교수를 무죄 석방할 것을 간곡히 촉구하는 바이다.

2004. 3. 11.

송두율 교수의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사회 원로-인사 일동

<서명자 명단>

강내희 (중앙대 교수,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강정구 (동국대 교수, 학단협 공동대표)

고원일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정배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준환 (경기대 교수, 우리역사바로세우기 회장)

곽동철 (신부,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국순옥 (인하대 교수)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권오준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회장)

권해효 (배우)

김경희 (수녀, 천주교 인권위원)

김동수 (교수, 전남대 사학과)

김병균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공동의장)

김병상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병태 (건국대 명예교수, 한국농업정책학회명예회장)

김봉호 (변호사,천주교인권위원회생명평화분과위원장)

김상일 (한신대 교수, 한사상연구소 소장)

김성희 (변호사, 참여연대)

김세균 (서울대 교수, 송두율대책위 상임대표)

김수행 (서울대 교수)

김승오 (신부, 원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애영 (한신대 교수, 한국여성신학회 회장)

김양현 (교수, 전남대 철학과)

김영식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영호 (인하대 교수, 우리문화연구회 회장)

김용수 (한양대 교수,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

김윤환 (고려대 명예교수)

김인국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일회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대표)

김정헌 (공주대 교수, 문화연대 공동대표)

김조년 (한남대 교수)

김준기 (4월혁명회 공동대표)

김준기 (사월혁명회 공동대표)

김지현 (천주교인권위원회 부위원장)

김진룡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진화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택암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혜경 (민주노동당 부대표)

김혜숙 (아주대 교수)

나간채 (교수, 전남대 사회학과)

나승구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나핵집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공동의장)

남국현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노정선 (연세대 교수, YMCA, KNCC 통일위원장)

노진민 (천주교 통일후원회)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

맹제영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문건영 (변호사, 참여연대)

문규현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문장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장)

문정현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박거용 (상명여대 교수, 전국교수노조 부위원장)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박덕신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상임의장)

박병신 (변호사, 참여연대)

박상환 (성균관대 교수. 민교협 공동대표)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박순경 (통일연대 명예대표)

박순희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연합)

박승진 (변호사, 천주교인권위원회 자유권분과위원장)

박요환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박용일 (변호사)

박장근 (노동자의 힘 대표)

박재일 (한살림 회장)

박정기 (고 박종철 부친)

박하순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장)

박호성 (서강대 교수)

반성환 (한양대 교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노나메기> 발행인)

백남해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백승헌 (변호사, 참여연대)

변연식 (천주교인권위원회 국제연대분과위원장)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상지대 이사장)

손자희 (문화과학 대표)

손호철 (서강대 교수, 민교협 공동대표)

송영배 (서울대 교수)

송원찬 (다산인권센터)

신성국 (신부,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

신학철 (화가)

심용섭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안병욱 (성심여대 교수, 학단협 공동대표)

안원영 (평화를여는가톨릭청년 대표)

안충석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

양재혁 (성균관대 교수)

여영합 (변호사, 참여연대)

오동진 (영화평론가)

오만종 (교수, 전남대 중문학과)

오세철 (전 연세대 교수)

오종렬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 상임의장)

우경태 (한국민족청년회)

위상복 (교수, 전남대 철학과)

유이규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윤영길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윤희동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이  철 (교수, 전남대 불문학과)

이  윤 (민족문제연구소)

이강택 (PD연합회)

이규환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문상 (통일연대학술특위고문, 전 연합통신논설위원)

이삼열 (숭실대 교수)

이상돈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이상헌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이상희 (변호사, 참여연대)

이성은 (이화여대 교수)

이세춘 (21세기 코리아연구소 소장)

이소선 (고 전태일 모친)

이애주 (서울대 교수, 전통무용가)

이이규 (수도회)

이종린 (범민련남측본부 명예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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