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근조 대한민국
-송두율 교수에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를 규탄한다.

작년 9월 송두율 교수가 기나긴 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만
해도 우리 사회가 그를 포용할 수 있음을 반겼고, 그만큼
변화하였음을 기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법부는 오늘 있었던
송두율 교수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7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그가 우리 사회에 정착하려면 아직도 멀었음을
선언했으며 대한민국은 여전히 냉전 시대에 머물러 있음을
밝혔다.

송두율 교수는 많은 학술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와 그 장래에 대해
많은 고민꺼리를 던져준 훌륭한 학자이며, 그의 학문적 능력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많은 인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적으로만 보는 냉전적 틀로는 이러한 그의 능력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재판부는 경계인으로 살아 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자
하는 그를, 그리고 그것에 바탕을 둔 이론을 이분법적 방식으로
나누어 ‘남한에 좋은 얘기가 아니니, 북한에 이로운 이야기’라고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그가 지금까지 무엇을 연구했는가
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에 따른 결과물이며, 학자의 양심에 맡겨
두어야 할 영역인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그가 진지한 반성과 남북통일에 기여한다는 다짐이
없었기에 포용할 수 없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밝힌 것은 무엇이며
그가 했던 행적이 남북통일에 기여하지 못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될지 아는 상황에서 귀국했던
그에게 강요하고 있는 지금의 반성은 진정한 의미의 반성이
아니라, 투항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재판부와 검찰은
학자적 양심 같은 것은 감안하지 않고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기를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며 통일 역시 남한에 의한 흡수 통일만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대한민국에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과 같은 기본적 권리가 존재하지 않음을,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언제든 다시 억누를 수 있음을 전세계에
알렸다. 또한 많은 국제 인권 기구와 세계의 지성들이 그에 대한
석방을 요청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실형을 선고했는데, 이는
대한민국에 보편적 인권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이번 판결을 통해 우리의 소중한 권리를 억압하는 도구로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음을 다시금 드러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송두율 교수의 석방과 국가보안법의
완전 철폐를 실현하는 그 날까지 투쟁할 것이다. 

2004년 3월 30일
국가보안법 완전 철폐를 위한 건국대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