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으로 송두율교수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규탄한다!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내용 대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결을
내렸다.
우리는 재판부가 검찰의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 남용 현실에
경고를 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무죄 결정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혹시' 하던 마음이 '역시' 하는
실망으로 바뀌고 만다.
시대의 변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법원의 시대착오적이고
냉전적인 판결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가 법률을 변화시킬 능력도 의지도 없는 점을 생각할 때
법원이 인권악법을 사문화시키는 판결을 내리면 인권은 지켜지고
민주주의는 튼튼해지는 건 너무 당연한 결론이다.
법원은 사문화시키는 방향의 판결을 내기기는커녕 검찰 못지 않는
완고한 보수성을 드러내는 비극적인 현실, 바로 이 현실이
개탄스러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북 학술회의 개최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무죄판결을 한 것이다.
본인의 말에 의하면 '북과 교류를 위해 통과의례로' 그렇게 했다고
하지만 어쨌든 송교수가 북한의 노동당에 가입하고 북은 방문하고
남은 방문하지 못한 역사 자체가 민족의 비극이다.
더 이상 비극적 현실에서 파생한 아픔을 들추어 상처를 덧나게
하지 말고 이제 화해와 평화를 위해 대한민국 사회의
극우·보수세력과 이견을 가졌던 사람들의 의견도 경청하고 함께
민족공동체, 나아가 평화통일 공동체를 일구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더욱이 남북이 화해하고 경의선을 연결하고 북의 거물급 인물들이
서울을 방문하고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하는 변화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재판부의 냉전적인
판결은 더 이상 설득력을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법원의 이름으로 내려진 이번 판결은 커다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재판부가 국가보안법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평화통일에 큰 장애물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드러냈다.
유엔에서도 폐지 권고를 했고 세계 인권 대회에서도 폐지요구를
했으며 국민의 80% 이상이 개정이나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재판부의 수구·보수성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둘째, 재판부는 송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임되었다는 혐의를
주장하는 검찰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가 주장하는 황장엽씨의 전문진술과 국정원의 '대북보고문
파일'이라는 것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했다는 건 그 자체로 큰
문제가 있다.
이 파일의 내용은 '독인 베를린 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공작원으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망명한 김경필씨가 송씨의 동향을 파악해 북에
보고한 것'이라고 한다. 그 파일을 '독일에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활동을 하다 1998년 10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자수하고 귀국한 최모씨가
김씨를 통해 입수한 것'이라고 한다.
최씨는 “김씨의 컴퓨터와 자신의 것을 바꿔 사용하다 이 파일을
입수했으며 디스켓 두장에 파일을 복사해 국정원에 제출했다”고
법정 진술했다고 한다. 최씨는 “이 파일을 통해 송씨가 거물급
친북 인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볼 때 생각할 때 컴퓨터를 바꿔사용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된다. 또한 복사과정에서 얼마든지 위조편집이
가능한 걸 누가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황장엽씨도 최씨라는 사람도 자신의 사상을
버리고 사상 전향을 하거나 자수를 한 사람이다. 그들은
개관적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재판부가 사상전향을 한 사람들의 말을 증거능력으로
인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2심 재판부는 인권과 남북화해를 위해 송두율 교수를 무죄판결하는
결단을 내실 것을 기대한다. 또 송교수가 고령에다 지병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생각할 때 당장 석방해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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