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교수 석방과 사상-양심의 자유를 위한 대책위원회 발족 선언문
송두율 교수가 구속 수감되기까지의 상황 전개를 지켜본 우리의 심정은 참담하다. 민주화가 모범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우리 사회, OECD에 가입한 지도 여러 해가 지난 우리 사회가 도달한 윤리적 수준이 고작 이 정도에 불과한가 하는 허탈한 탄식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송두율 교수는 국정원의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자진 입국하여 국정원과 검찰의 조사에 성의껏 협조해왔다. 노동당 입당과 북한 당국으로부터 경비를 지원받은 사실을 미리 소상히 밝히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송두율 교수가 책임져야 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인정한다. 또 송두율 교수 스스로 이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노동당 탈당과 대한민국 헌법 준수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국정원과 검찰은 조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입회를 금지하였으며, 검찰은 송두율 교수가 노동당 후보위원이라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할 수 없게 되자 자백과 전향을 구속 기소 처리 여부의 핵심 고려 사항으로 삼겠다고 송두율 교수를 협박했다. 또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전혀 없는 송두율 교수를 구속 기소하는 무리를 범하였고 영장 실질 심사를 담당한 판사도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송두율 교수를 구속 수감시켰다.
또한 검찰은 조사과정에서 송두율 교수의 저술들의 친북ㆍ이적성 여부를 따짐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였다. 변협이 조사과정에 변호인의 입회를 허용할 것을 법원에 요구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검찰은 대법원에 항소함으로써 변호인 입회를 계속 금지시키고 있다. 또한 포승으로 결박한 채 조사를 진행하는 등 반인권적 행태를 보여왔다.
한편 한나라당과 수구 언론은 송두율 교수의 혐의사실이 재판과정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송두율 교수를 ‘해방 이후 최대의 거물 간첩’으로 단정짓고 기획입국설을 제기하는 등 시대착오적인 메카시즘의 광풍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써왔다.
현재까지의 상황 전개를 주의 깊게 살펴 본 우리는 검찰의 진정한 관심사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송두율 교수를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어떻게든 억지 자백을 받아내어 한 건 올려보려는 데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한나라당과 수구 언론의 진정한 관심사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이 사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우리 사회의 민주화의 진전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데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개인의 기본 인권이 이렇게 무참히 유린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일 수는 없으며, 더욱이 민주화된 사회일 수는 없다. 개인의 인권을 무엇보다 소중히 하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인권사회인 것이다. 또한 우리는 송두율 교수를 구속 수감시키게 한 법률적 근거인 국가보안법의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할 수밖에 없다. 냉전 상태의 영구 지속을 전제로 하여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이 탈냉전 시대이자 남북 화해협력의 시대인 오늘날에도 이렇게 기승부리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국가보안법은 대표적인 반인권적 악법으로서 오랜 기간 국내외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지금도 여전히 국가보안법 없이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인가? 명백히 간첩죄에 해당되는 범죄는 일반 형법에서 처벌하도록 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우리는 역사가 일시적으로는 지체와 퇴보의 모습을 보인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인권 향상과 민주화 진전을 향하여 끊임없이 전진해간다는 점을 굳게 믿는다. 이러한 역사의 진전을 방해하는 세력은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세인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송두율 교수 사건에 대한 공정한 처리를 위해 주로 학계와 종교계에서 앞장서 노력해왔다. 그러나 송두율 교수의 구속수감과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행태를 뚜렷이 목도하면서 우리는 민주화의 진전과 인권 향상을 지향하는 모든 개인과 단체가 힘을 모아야 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 “송두율교수 석방과 사상ㆍ양심의 자유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공식적으로 발족하게 되었다. 대책위원회 발족에 즈음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하는 바이다.
1. 검찰은 송두율 교수를 즉각 석방하라.
1. 검찰은 석방 이후의 조사과정에서 변호인 입회 등 공정한 수사에 필요한 모든 합당한 절차를 준수하라.
1. 검찰은 송두율 교수의 저술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송두율 교수에게 전향을 강요해온 데 대해 송두율 교수와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이러한 작태를 반복하지 말라.
1. 한나라당과 수구 언론은 재판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악의적으로 자행해온 메카시즘적 작태에 대해 송두율 교수와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1. 정부와 국회는 반인권적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조속히 폐지하라.
남북 분단과 전쟁, 그리고 남북간 무한 체제경쟁으로 점철되어온 우리의 비극적 현대사는 숱한 비극적 사건을 낳았고 송두율 교수 사건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송두율 교수의 과거 행적에서 북한에 치우쳤던 점이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에 대해 송두율 교수 스스로 진지하게 반성한 바 있다. 우리는 송두율 교수의 과거 모든 행적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송두율 교수 사건이 민족분열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메카시즘의 발호를 야기하는 데 악용되지 않고, 우리 민족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여 우리 사회가 한층 더 성숙되고 관용적인 사회로 발전해가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랄 뿐이다. 또 송두율 교수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헌법이 인정하는 모든 권리가 송두율 교수에게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지적하고자 할 뿐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독재와 인권 유린에 대항하여 민주화와 인권 향상을 위해 싸워온 우리 사회의 모든 민주ㆍ인권 역량을 모아 송두율 교수 문제가 인권 보호의 원칙에 부합되고 남북 화해협력을 지향하는 방향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결연히 싸워나갈 것이다. 민주화와 인권 향상을 추구하는 모든 개인과 단체의 적극적 동참을 호소하는 바이다.
2003년 11월 13일
송두율교수 석방과 사상・양심의 자유를 위한 대책위원회
□ 참가단체
동아시아역사연구회,문학예술연구소,민족문학사연구소,민주주의법학연구회,한국철학사상연구회,한국역사연구회,시민환경연구소,역사문제연구소,역사학연구소,한국정치연구회,한국사회경제학회,한국교육연구소,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한국사회과학연구소,한국산업노동학회,한국산업사회학회,한국공간환경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한국여성연구회,제주 4・3 연구소,사월혁명연구소,서울사회과학연구소,실천불교전국승가회,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인권위원회,불교인권위원회,원불교인권위원회,천주교인권위원회,문화연대,민간인학살범국민협의회,6・15남북공동선언실현과한반도평화를위한통일연대,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민가협양심수후원회,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전국교수노동조합,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노동인권회관,노동자의힘,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녹색평화당,다함께,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족정기수호협의회,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민주노동당,민주노동자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반미여성회,보건복지민중연대,사회당,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빈민연합,전국학생연대회의,전태일기념사업회,전태일을따르는민주노조운동연구소,진보교육연구소,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통일광장,한국노동사회연구소,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국비정규노동센터,한국청년단체협의회,민주주의사회연구소,전남대5.18연구소,대구사회연구소,제주4.3연구소,여수지역사회연구소,민족문제연구소,민주사회정책연구원,성공회대민주자료관,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연구소,통일맞이늦봄문익환목사기념사업회,들장애인야간학교,다산인권센터,동성애자인권연대,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부산인권센터,새사회연대,성동건강복지센터,안산노동인권센터,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실천시민연대,인권운동사랑방,진보네트워크센터,자유・평등・연대를위한광주인권운동센터,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평화와인권연대,한국동성애자연합
(이상100개 단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