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송두율 교수 구속조처에 대한 입장
법원은 오늘(10월 22일) 검찰의 구속영장청구를 받아들여 송두율
교수를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가입 혐의 중에서 최고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는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자'와 그 외 특수탈출 및 회합통신 등 3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송두율 교수를 구속하는 것은
시대역행적이며 반민주적 처사이다.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절대다수가 폐지를 요구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수차례 폐지권고를 받음으로써 그 정당성과 토대를 잃어버린
사문화된 법이다. 국가보안법은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의 발전과
통일로 나아가는 시대발전을 가로막는 반민주, 반통일 악법이자,
사상■양심,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반인권법일
뿐이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을 인정할 수 없기에 이법을 적용한
송교수에 대한 구속조치를 인정할 수 없다.
2. 조사 초기부터 송교수에게 가해진 검찰의 사상전향 강요는 이전
시절, 사상전향제도와 준법서약서제도로 인해 겪었던 수많은
고통을 다시 재연하는 처사로써 용납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사상전향제도와 준법서약제를 폐지하였다.
이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양심을 지켜낸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사회적 노력의 결과로서 우리가 이룩한 소중한 민주화 진전의
열매이다. 송교수에게 가해진 사상전향 강요는 이러한 소중한
민주화의 열매를 폐기하고 역사를 회귀시키는 행위이다. 기회만
되면 한국판 메카시즘을 부활시키는 수구세력들의 주장에 편승해
검찰 당국이 송 교수에게 구체적인 반성과, 전향할 것을 강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독재정권 시절로 되돌리려는
반인권적, 반역사적 행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3. 송교수에 대한 구속조치는 명백한 구속남발이며 검찰이
송교수를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기소하기 위한 물리적
압박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조사과정에서 송교수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임을
증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썼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를 입증할
명백한 근거를 내놓고 있지 못하며 혐의와 정황판단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송교수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임이 입증되지
못하면 기소사유가 불분명해지는 상황과 연관지어 볼 때, 송교수에
대한 구속조치는 무리한 강압수사의 연장선이라고 밖에 생각될 수
없다.
더불어 비록 송 교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불구속기소만으로 충분하다. 송교수는 누가 보아도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는 사람이다. 입국 하자마자 국정원에 의해
연행되어 조사를 받게 될 것임을 알고도 조국에 살고자하는 뜻을
접지 않고 한국땅을 밟은 사람이며, 철학자로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인된 사람이다. 또한 송교수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라는 것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정원과 검찰에 확보되어
있다고 검찰당국이 거듭 밝혀온 점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없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송교수를 구속한 것은 압박수사를 위한
목적임을 더욱 뒷받침한다.
4. 송교수문제에 대한 처리는 국익과 국가의 명예와도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냉전적 수구세력의 색깔론에 기초하여 송 교수를 사법
처리함으로 대한민국이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를 사법당국에 묻고
싶다. 수구세력의 여론몰이에 편승하여 송 교수를 구속수사하고,
기소함으로서 얻을 것은 한국사회의 냉전수구질서로의 회귀이며,
독일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듯이 21세기에도 매카시 선풍에
호들갑을 떠는 인권후진국으로 낙인찍힘으로써,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국력의 주요한 영역으로 자리메김된 사회문화적
성숙도의 측면에서 심각한 평가절하를 초래할 것이다.
5. 우리는 국가보안법을 앞세워 송교수를 처벌하고자 하는 것은
반인권적, 반민주적, 반통일적인 처사로 규정하고 송교수에 대한
구속취소를 조속히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당국은 민주와 인권과
통일을 염원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받아들여 수구세력의
냉전논리와 색깔론의 굴레를 벗어나 시대발전의 추이에 맞는
전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송두율 교수에
대한 최종 결론이 어떻게 되는가는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적
성숙도와 냉전극복의 수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될 것이다.
우리는 송두율 교수가 국민들 앞에 밝힌 바와 같이 조국의 품에서
민족의 통일에 기여하는 양심적 학자로서 사회에 기여하며 함께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를 위해 필요로 되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밝힌다.
2003년 10월 2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