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성명서>
비공개재판을 즉각 중지하고,
송두율 교수에게 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라
검찰이 송두율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세운 것은, 애초부터 시대착오적인 공안논리에 입각한 악의적인
추정과 사실 조작에 근거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간의 공판과정을 통해 이러한 왜곡과 조작이 백일하에 폭로되고, 또 이를 통해 송두율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근거 없음이 밝혀지고 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런데 재판이 진실과 이성의 승리로 종결되려면, 무엇보다
재판과정 일체를 남김없이 공개하여 국민 모두로 하여금 재판의 실체에 공평히 접근하게 함으로써 재판의 공정성 여부를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공안 당국은 한편으로는 공공연한 여론몰이를 통해 피의자의 인권을 짓밟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의적인 필요에
따라 재판 과정을 비밀에 붙이는 전제적인 전횡을 일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재판부가 검찰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검찰 측 증인들의 증언과
이들에 대한 심문을 비공개리에 진행하고 있는 사태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국가의 국민으로서 우리의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볼 때, 우리는 검찰 측 증인들의 증언과 이들에 대한 심문을 비공개 할 아무런 타당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검찰 측 증인인 오길남, 황장엽 등의 신원은 이미 만천하에 알려져 있으며, 이들의 증언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소위 '국가안보' 등에
조그만 위해라도 끼친다고 볼 수 있는 하등의 이유를 찾을 수 없음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의 증언과 이들에 대한 심문을
비공개리에 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재판방청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실체적 진실의 구명을 어렵게 만들며, 재판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따름이다. 때문에 우리는 재판부가 검찰 측 증인의 증언과 이들에 대한 심문을 비공개리에 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할
것과, 이미 비공개리에 행한 기존의 공판내용 역시 즉각 공개할 것을 민주 시민의 이름으로 재판부에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재소자 역시 적절한 진료를 받을 권리를 지니고 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한마디로 말해
재소자의 진료 받을 권리는 인간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인간의 기본권에 속하는 사항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1월 8일 송두율 교수는
안양병원에서 직장 내시경 검사만 받았을 뿐, 송 교수 스스로가 그 심각성을 누차 호소해온 천식, 고혈압 등에 대한 검진은 담당의사에 의해 철저히
거부당하였다.
우리는 이 사태에 분노와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담당의사가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음으로써 송 교수의
위중한 건강 상태에 대한 가족의 문의와 접근의 통로마저 완강히 차단해버렸다. 이러한 현실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경험할 수 있는 반인권적인 횡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 이러한 일이 이른바 <참여 정부>라 자랑스레 외치고 있는 현 정권 하에서 자행될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처참한 현실에 직면하여 우리는, 송두율 교수가 호소하는 다른 위태로운 증상들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이 요청하는 병원에서 즉시 진찰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것과, 만약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송 교수가 원하는 의료진이 검진에 배석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검진의 철저성 등을
보장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서울구치소 당국에게 강력하게 요구한다. 만약 재소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이런 요구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서울구치소 당국을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것을 포함하여 재소자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천명하는 바이다.
2004. 2. 14.
송두율교수 석방과 사상-양심의 자유를 위한 대책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