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저는 지난 2002년 5월 한국을 방문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독일의 재통일과 통일 후에 나타난 일련의 문제점에 관해 전문가들이 보고하고 토론하는 학술회의에 초청받았습니다. 이 주제는 한국처럼 분단국가에서는 중요 관심사입니다. 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저는 문인작가 동료들을 만났는 데, 그 분들은 한국이 당시 아직 민주적 법치국가가 아니었을 때 감옥에 갇혀 형을 치뤄야만 했던 분들이었습니다. 이 분들 중 몇 명을 위해 저는 탄원을 해 연대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만남이란, 한국에서 정말 드디어 민주화가 이뤄졌다는 상황에 관한 기쁨으로 규정되었습니다.

 

송두율 교수가 저술활동등 몇가지 이유로 재판정에 서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저는 아연실색하며 매우 실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서울 형사지방법원의 재판장인 귀하께, 한국이 비민주적인 과거상황으로 후퇴하는 것을 막아 줄 것을 청하며, 아울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 중요시 통용되게끔 해주시길 간청합니다.

 

2004년 1월 6일, 뤼벡에서

 

귄터 그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