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대기자라는 분이 수구언론의 대기자 다운, 한심하기 그지 없는 글을 중앙일보에 실었군요.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가를 기억하기 위해 그의 글과 그의 글에 대한 주석평을 여기에 올립니다. -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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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칭 '경계인' 송두율의 좌절

2004년 04월 01일 (목)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大記者  

루이제 린저는 독일의 친북한 여류작가다. 그는 1983년에 발간한 '북한 여행일기'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난 인상을 이렇게 썼다. "나는 괴테가 나폴레옹에 대해 한 말을 떠올렸다. 여기 한 인간이 있다. 김일성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한 사람이, 한 인간이 있다고."

김일성을 나폴레옹에 비유한 것은 아마도 김일성에 대한 서양 지식인의 최고의 예찬이었을 것이다. 송두율은 '역사는 끝났는가?'(95년)라는 평론집에 린저의 이 말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린저가 김일성에 대한 개인숭배를 "종교가 없는 사회에서 종교적 우상이거나 유교적. 봉건적 정치문화의 유산"이라고 지적한 것을 주체사상의 가장 난해한 부분에 접근하는 키워드로 환영하는 것 같다.<주석 1>

*** 남의 입과 글 빌려 북한 찬양

송두율은 주체사상을 국제적 흐름을 무시하는 자폐증이 아니라 다양한 시대적 흐름까지 호흡하는 비판적 자의식(自意識)이라고 평가한다. <주석 2> 그는 수령을 인간활동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뇌수(腦髓)와 같다는 비유와, 기업의 국가적. 전인민적 소유와 일당독재를 긍정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의견을 자기 말이나 글로 직접 표현하지 않고 누가 어디서 이렇게 지적한다, 보여준다는 식으로 남의 입과 글을 빌려 후환을 없애려고 했다. <주석 3>

송두율은 북한을 '내재적으로' 보자고 말한다. 쉽게 말해 경험을 초월한 편견이나 선입관을 가지고, 밖에서, 밖의 기준으로 북한을 보지 말고 북한 체제가 이룩한 역사적인 업적을 토대로 북한을 보자는 발상이다. 그는 칸트의 '내재적-비판적' 방법이라는 어려운 개념까지 원용(援用)해 북한을 내재적으로 들여다 봐도 충분히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주석 4>

법원은 그의 북한 노동당 가입(73년),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91년), 친북 저술활동, 22차례의 북한 방문 등의 검찰 공소사실을 인정해 그에게 7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주석 5> 그는 91년 김일성 주석을 만났고, 정보당국에 의하면 북한으로부터 15만달러 정도를 받았다.<주석 6> 그는 '장군님에 대한 충성맹세'의 글을 쓰고<주석 7> 김주석 사망 때는 김정일 위원장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주석 8>

이런 송두율, 나폴레옹과 김일성의 비유를 긍정하는 그가 경계인일 수 있는가.<주석 9>   그의 북한관이 내재적이면서 동시에 비판적일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노"라는 대답이 법원의 판결이다.

그는 30년 전에 표표히 한국을 떠났다. 그는 왜, 무엇을 믿고 북한 찬미의 화려한 기록을 안고 30년 만에 귀국을 결행했을까. 이것이 송두율 사건의 수수께끼의 하나다.

그의 귀국은 지금 한국 사회에 몰아치고 있는 이상징후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악법은 지킬 필요가 없다는 풍조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가 총선거에서 특정 정당 지지를 금지한 선거법을 공공연히 위반하겠다고 선언하는 세태 같은 것이다. 송두율이 한국에서 과거 행적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는다면 그건 국가보안법에 의해서일 것이다. 송두율과 그를 초청한 단체에는 보안법은 냉전시대의 유물로 지킬 가치가 없는 것이다.

*** 30년 만의 귀국 결행한 까닭

강금실 법무장관까지 실정법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발언을 했다. "宋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고 할지라도 처벌할 수 있겠느냐"고. <주석 10> 한국 사회가 깊이 빠져들고 있는 이런 몰가치 상황(Anomie) <주석 11>이  송두율과 그의 친구들에게 귀국 결행의 동기를 부여한 게 아닐까. 악법도 법이다. 송두율은 악법이라도 그걸 고칠 때까지는 지켜야 한다는 평범한 이치를 외면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 <주석 12>

김대중 정부 이래 한편으로는 젊은 세대의 주류와 정부의 정서가 친북 반미로 흐르고 <주석 13> 다른 한편으로는 송두율이 국가보안법 위반의 죄목으로 중형을 선고받는 것이 한국 사회의 이율배반적. 과도기적 현실이다. 사회현상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졌을 철학자. 사회학자의 판단에도 혼란을 빚을 만하다. 송두율이 동정을 받을 여지가 있다면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의 귀국은 너무 늦고 너무 빨랐다. 그가 감방에서 자신의 저서를 비판적으로 다시 읽는다면 재기의 길이 보일 것이다. <주석 14>

<주석>

주석 (1):  김일성 숭배를 '종교가 없는 사회에서 종교적 우상이거나 유교적, 봉건적 정치문화의 유산'이라는 지적만큼 그 현상에 대한 비판이 어디에 있을까요?

주석 (2): 송교수의 주체사상 평가를 완전히 전도시켜 해석하고 있군요.

주석 (3): 주석 (4) 참조

주석 (4): 송교수의 북한연구방법은 '나와 다른 타자' (그러나 북한의 경우에는 앞으로 하나의 민족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야 할 타자, 즉 하나의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타자이면서도 타자가 아닌 타자)에 대한 '내재적 이해에 기초한 내재적 비판'입니다. 그러므로 그 방법론이 '나와 다른 타자에 대한 연구방법론'이란 점을 우선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기독교인이 이슬람인을 내재적으로 이해했다고 해서 이슬람을 찬양한 것이 아닙니다. 이슬람인의 입을 빌려 이슬람인이 무엇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그 인식이 얼마만큼 뿌리깊은가를 잘 밝혀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학문적 업적이며, 그것을 "남의 입과 글을 빌려 후환을 없애려고 했다"는 등으로 폄하해서는 안됩니다. 나아가 송교수는 북한에 대한 무지와 맹목적인 비판이 판을 치는 조건 속에서 일단 '내재적 이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해'에 주력하는 글을 쓸 때에도 잘 읽어보면 북의 이데올로기, 체제가 지닌 문제점, 한계 등을 밝힐 수 있는 관점 역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들만이 그런 관점을 발견하지 못하지요. 

주석 (5): 재판부가 무죄로 인정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글을 작성했군요.

주석 (6): 액수문제는 차지하고... 초청자가 여비 정도를 부담하는 것은 기본 예의입니다. 게다가 송교수는 여비의 일부를 받은 것에 불과합니다. 미국정부의 초청을 받아 미국정부로부터 여비를 받으면 미국의 첩자가 됩니까?  남한으로 초청 받는 북한인사가 남한 측으로부터 여비를 지급 받으면 - 우리가 알기로는 여비 등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그 북한인사는 남한의 첩자가 됩니까? 게다가 북한으로부터 받은 돈의 대부분은 유럽에서 한국문제연구를 위한 도서관 기금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한국정부가 그런 돈을 마련해 주지 못한 것을 오히려 부끄럽게 생각해야지요.

주석 (7): 국정원이 발표한 이 대목을 그대로 믿는 대기자님의 지적 수준을 알아볼만 합니다.

주석 (8):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이부영 의원 같은 분은 남한 대표단을 장례식에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했습니다. 당시 그 주장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돌이켜 보면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이 있었던 당시의 사정에 비춰 남북 화해의 촉진 등을 위해 파견하는 것이 옳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이 애도의 눈물을 흘린 것이 왜 죄가 되지요?

주석 (9): 남한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고, 북을 내재적으로 이해하고자 한 사람이 왜 '경계인'이 될 수 없습니까? 게다가 송교수는 남한이 민주화되고 있는 만큼 남한에 더 많은 긍지감과 애정을 표시하고 있음을 당신은 전혀 보지 못하고 있군요.

주석 (10): 강금실 장관의 발언은 해외에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지만 북한방문 등으로 '반체제인사'로 분류됨으로 인해 귀국의 자유를 누리지 못했던 이들에게 그들 행위도 크게 보아 군부독재체제의 유산으로 파악, 이제 와서 다시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엠네스티 차원에서 사면함으로써 그들을 우리 사회가 포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행한 발언이겠지요. 그런 전향적 정책에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오히려 문제가 된다면, 그런 입장을 끝까지 견지하지 못하고 수구세력의 압력에 굴복, 그를 법정에 세운 것이 잘못이지요.

주석 (11): '몰가치 상황'이 아니라, 당신 역시 아래에서 지적하고 있다시피, 과도기적 상황, 즉 낡은 가치가 새로운 가치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인데 낡은 가치를 신봉하는 당신께는 몰가치 상황으로 보이겠지요.

주석 (12): 당신은 국보법을 악법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좋은 법이라고 생각합니까? 악법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국보법 폐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습니까? 지금이라도 악법이라고 선언하고 그걸 폐기하기 위한 활동에 나선다면, '악법이라도 그걸 지켜야 한다'는 당신의 주장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용인하겠습니다. 그러나 "악법이라도 그걸 고칠 때까지는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대개는 그런 악법 하에서 권력을 누리는 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명분으로 내놓는 근사한 말에 불과하지요.   

주석 (13): 젊은 세대 주류의 생각은 친북 반미라기보다는 북한과 함께 사는 길을 찾고 미국에 대해서도 떳떳한 국가가 되자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이라크 파병까지 결정한 정부가 어찌 반미입니까?

주석 (14): 당신의 발언은 너무 빠르고 너무 늦습니다.(판결이 나자마자 송교수 비판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너무 빠르고, 여전히 수구적 사고에 젖어있다는 점에서 너무 늦은 것이지요). 당신이 써온 글들을 비판적으로 다시 읽는다면 당신께도 재기의 길이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