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 변호사,''시끄럽던 언론, 후속보도는 어디로?''
[노컷뉴스 2004-07-01 10:46]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던 송두율 교수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징역 15년을 구형했는데요. 송두율 교수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형태 변호사를 통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김형태 변호사
◎ 사회/정범구 박사
-1심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또 15년을 구형했어요. 변호를 맡은 입장에서는 별로 마음이 안 좋으시겠습니다.
◑김형태 변호사
“이 사건 자체가 원래 여론 재판으로 떠들썩했기 때문에 법정에서의 재판이 여론 재판의 영향에 너무나 크게 구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지금 여론의 동향이 어떻습니까?
◑김형태 변호사
“언론이 초기에 그렇게 시끄럽게 했으면 초기에 제기됐던 문제들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송 교수가 쓴 책이 과연 어떤 건지 후속 보도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 언론은 초기에만 선정적으로 막 보도하고 진짜 중요한 법정에서의 공방은 하나도 보도를 안 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거의 잊어버린 것 아닌가 싶어요.”
◎ 사회/정범구 박사
-송두율 교수 건강 상태는 어떻습니까?
◑김형태 변호사
“이번에 귀국해서 고생하면서 혈압이 갑자기 높아져서 약을 먹고 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사실 본인 입장에서는 상당히 황당한 귀국길이었겠습니다. 37년 만에 3주 정도 다녀갈 계획을 하고 왔다가 구속 상태에서 거의 9개월이 지났죠? 게다가 1심에서 7년 선고를 받았고, 검찰은 또 15년을 구형을 했는데요. 검찰이 징역 15년 형을 고집하는 근거가 뭡니까?
◑김형태 변호사
“사실 후보 위원이라고 하면 7년이 작을 수도 있죠. 그런데 1심 판결에서 ‘설령 후보위원인 것을 인정하더라도 명예직에 불과하다’는 정도로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우리 국가 보안법은 명예직이 아니라 지도적 임무에 종사한 경우에만 처벌하거든요.
즉 명예직으로만 돼 있고, 지도적 임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다면 무죄가 되어야 합니다. 명예직이고 그런 활동을 한 증거가 없다고 해 놓고, 그것을 ‘지도적 임무 종사죄’로 처벌한 1심 판결 자체가 모순이죠.”
◎ 사회/정범구 박사
-법원에서도 명예직이라는 것을 인정한 건가요?
◑김형태 변호사
“판결문에 그렇게 써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한 증거는 없다고 이야기 했죠.”
◎ 사회/정범구 박사
-검찰이 일관되게 송 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다고 판단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까?
◑김형태 변호사
“문제는 지도적 임무란 것이 무슨 활동을 말하는 것이냐 거든요. 우리 헌법은 죄와 형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법으로 정해 놓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에는 단순히 ‘지도적 임무’라고만 돼 있지 어떤 활동을 지도적 임무라고 하는지 정해놓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되면 검찰이나 판사의 재량에 맡겨지게 됩니다. 법조문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죄형 법정주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사실 위헌인 거죠.”
◎ 사회/정범구 박사
-지금 송 교수와 검찰 또는 법원이 사실 판단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것은 ‘노동당 정치국 후보 위원이었느냐’와 ‘후보위원으로서 어떤 임무에 종사했느냐’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형태 변호사
“법에 지도적 임무라고 돼 있기 때문에 쟁점은 후보위원이었느냐 보다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느냐 입니다. 그런데 1심 판결문에서도 ‘명예직에 불과하고 활동한 증거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무죄라고 보구요.
또 송 교수가 쓴 책이 있어요. 이 책 문제 때문에 교수들이 나와서 논쟁을 벌였거든요. 그런데 송 교수와 반대 입장에 서있는 교수조차도 법정에 나와서 ‘이것은 학문의 범위 내에서 토론된 것이지, 북한을 선전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선전과 객관적 진술의 차이는 굉장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이야기 했거든요.”
◎ 사회/정범구 박사
-그 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어떤 겁니까?
◑김형태 변호사
“남쪽을 비판한 부분도 있고, 기행문으로 북한의 실상을 전한 내용도 있고, 북한의 주장은 이러이러하다고 쓴 부분도 있습니다.
북한의 주장을 전한 부분을 선전이라고 하고 있는데 반대편에 섰던 저명한 학자조차도 ‘이것은 학문의 장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인데 법의 이분법적 잣대로 나누는 것은 너무 야만스럽다, 사회 과학에서 객관적 진리라는 것은 없다. 심지어는 결혼 제도라는 것도 현재의 가치관일 뿐이다’라고 증언했죠.”
◎ 사회/정범구 박사
-송두율 교수도 최후 진술에서 그런 심정을 이야기했군요. 학술 토론의 주제로 다뤄졌어야 할 내용이 법정에서 왈가왈부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는 이야길 했는데요.
◑김형태 변호사
“그때 가서는 목이 메서 진술을 못하더라구요.”
◎ 사회/정범구 박사
-오늘 최후 변론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김형태 변호사
“우선 보안법 자체가 위헌이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과거에 남북 대립과정에서 우리에게 하나의 무기로서 쓰인 점은 인정한다, 다만 정상 회담 이후에 최근 군 장성급 회담까지 있었고, 이미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대해서 적대 관계가 아닌 통일해야할 동반자 관계로 규정했기 때문에 북한을 계속 적으로 보고 보안법을 적용하는 것은 이제 끝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중국이나 일본의 도전이 엄청난데 그것을 보지 않고, 남북이 50년 전 이야기를 계속 꺼내는 것은 시대착오적 이라는 이야길 했죠.”
◎ 사회/정범구 박사
-남북의 현실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 법이 그 현실을 못 따라가는 거에요. 우리 법체계에서도 이런 과거 지향적인 국가 보안법이 있는가 하면 또 남북교류협력법이 있지 않습니까? 정부가 이런 것을 적극적으로 조정해줘야 해요. 이해찬 총리도 국가 보안법을 형법에 흡수해서 대체 입법화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김형태 변호사
“형법에 보면 간첩죄도 있고, 외환제, 내란죄에 대해서 처벌하는 규정이 다 있거든요. 그 요건에 맞춰서 처벌하면 되죠. 특별히 북한을 위한 법을 하나 만드는 것은 이제는 법 체계상으로도 벗어나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법도 시대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지만 일부 보수 언론도 자꾸 과거 지향으로 가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형태 변호사
“사실 우리 사회의 책임의 반 이상을 언론이 지고 있다고 보는데요. 외국 같으면 초기 검찰의 주장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보도를 하지 않고, 나중에 법원에 가서 공방할 때 상세하게 보도합니다.
우리는 초기 국정원 등의 주장을 그냥 보도해버리고 나중에 공방에 가서는 보도를 안하죠. 최근에 나왔던 학자들의 주장은 전혀 보도가 안 됐거든요. 언론 자체가 지금 수 십 년 전 이야기를 똑같이 하고 있는데, 이제 이데올로기 경쟁은 끝났거든요.
설령 송 교수가 북을 이롭게 하는 책을 썼고, 그것이 보안법상 죄가 되려면, 국가 안전을 위태롭게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사실 남한 사람 어느 누가 그런 책을 읽고 적화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습니까? 그럴 사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실적으로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고, 이미 체제 경쟁이 끝난 상태인데 그것을 계속 냉전이나 과거의 대립 구도로만 몰고 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언론이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좋지 않은 동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선거공판이 7월 21일로 예정돼 있네요. 판결 결과를 미리 예상해 보실 수 있으십니까?
◑김형태 변호사
“백번 양보해서 후보 위원이라고 하더라도 지도적 임무에 종사하지 않았으면 무죄이고, 책 역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전부 무죄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법정에 독일 사람들도 많이 왔는데, 좀 창피했습니다. 그들이 중세의 마녀재판이라고 하는데 할 말이 없더라구요. 굉장히 부끄럽죠.”
▶진행:정범구박사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98.1MHz 월~토 오후 7시~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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