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이 어지럽다. 이성과 논리는 없다. 감정적인 대립이 불꽃을 튀기는 형국이다. 그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갈래 ‘객관적 시각’이 눈길을 끈다. 보안법 개폐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삼을 만하다고 판단한다.
반민주적 독재권력에 맞서 평생을 ‘한결’로 살아온 각계 인사 71명은 어제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인권 유린과 반민주로 점철된 56년 국가보안법 역사를 마감하고 민주와 인권, 통일의 시대를 맞이하자고 강조했다. 선언문은 수많은 정치인과 경제인, 민중들이 남북을 왕래하고 있는 이 때에 ‘평화적인 교류마저 처벌하는 법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양심을 속이는 행위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국민의 머릿속 생각마저 통제하는 야만의 시대’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보안법 폐지가 마땅하다는 것이다. 선언에 참여한 인사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한결같이 오늘의 민주화에 직접 공헌해온 이들이다. 그들은 종교, 언론, 법조, 학계 등 각계에서 일신의 안녕을 돌보지 않고 민주주의의 대의를 실천해 왔다.
국제 인권기구들도 잇따라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연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는 그제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북한과 날카롭게 맞서 있지만 안보문제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부인하는 도구로 둔갑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앰네스티는 보안법 자체가 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안보를 위해 보안법의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대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앰네스티의 권고에는 국가의 존재 의의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나라의 안보를 위해 인권을 유보할 수 있다는 견해의 허구성을 에둘러 고발한 셈이다. 모름지기 국가가 존재하는 뜻은 국민의 천부 인권을 보호하는 데 있는 터다.
한쪽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이들, 다른 한쪽은 인권에 대한 보편적인 진실을 추구해온 국제기구다. 귀담아 들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