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문화 47호(1998)에 실린 글입니다.
홍성수
http://user.chollian.net/~materias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 1학기
Ⅰ.들어가며
한 법률의 개폐를 놓고 국가보안법만큼 많이 논의된 법도 없을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마지막으로 뜨겁게 논의의 장에 떠올랐던 것은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남북화해의 분위기와 민주화의 물결에 따라 반민주악법의 대표격이었던 국가보안법이 도마에 올랐고, 소위 반독재 민주인사라고 자처하던 이들은 대부분 국가보안법을 문제 삼았다. 법학계와 법조실무계에서도 수많은 논문들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반민주성을 비판하였다. 그러나 92년도 국가보안법은 그 본질을 그대로 간직한 채 수정통과되었고, 그 이후 산발적으로 폐지운동 등이 이어졌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 동안의 꾸준한 연구의 도움으로 더 이상 국가보안법 폐지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새로운 논거가 나올 것도 딱히 없다. 본 글에서도 별다르게 새로운 견해를 제시할 것은 없다. 그러함에도 국가보안법에 관련된 글을 다시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가보안법이 이제는 좀 폐지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절박한 심정에 기인한다. 이제 한국적 민주주의의 망령을 허용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비이성적인 것도 아니고, 빈틈없는 사상통제만이 살길이라는 극우적 주장을 받아들일 만큼 우리 국민들이 어리석지도 않다. 게다가 스스로 인권대통령, 민주주의대통령임을 자처하는 김대중정권의 등장도 적지 않은 변수요인이다. 적어도 국가보안법에 대한 이성적인 논의가 전개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마련된 셈이다.
국가보안법을 논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조문 하나하나 마다 법이론적 논거를 들어 비판하는 방법도 있고, 반통일적 악법이라는 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고, 정치적인 악용의 문제를 중심으로 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 글에서 민주주의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민주주의라는 말은 참으로 다양한 의미로 쓸 수 있다. 이승만 독재정권은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임을 자처했고, 박정희 군사정권은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개발해 내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민주주의를 둘러싸고 상반된 논의는 마찬가지이다. 한쪽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면서 국가보안법을 존치를 주장하고, 한쪽에서는 반민주악법인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자고 한다. 도대체 민주주의의 본질이 뭐길래 이렇게 상반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일까?
본 글에서는 바로 이 민주주의라는 용어에 비추어 국가보안법의 본질을 다시 해부하고자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국가보안법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공박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사상의 자유가 필요하고, 그를 위해서 국가보안법이 반드시 철폐되어야 함을 주장하려고 하는 것이다. 보충적으로 외국의 사례와 국제인권법의 규정도 폐지의 근거로 제시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여타 문제를 검토하고, 김대중정권 하에서의 국가보안법의 전망을 제시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할 것이다.
Ⅱ.민주주의, 그리고 한국의 민주주의
1.민주주의의 전개
1) 초기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가치중립적인 개념정의는 어원(democracy = demos + kratein)에서 나타나듯 '인민의 지배'라고 할 수 있다. 헌법학적 관점에서는 국민주권이라는 말로도 설명해 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주권자라는 것, 인민이 국가를 지배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스 아테네의 고전적 민주주의부터 현대 법치국가적 민주주의까지 다양한 노력들이 있어 왔지만, 현실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봉건제의 몰락 이후의 민주주의 발달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중세 봉건제는 결코 민주주의적이지 못했다. 주권은 군주가 가진 것으로 이해되었으며, 이 군주의 주권은 절대적이고 항구한 권력이었다. 국민의 권리라든지, 인민의 지배라든지 하는 말이 허용될 여지가 없는 철저한 계급사회였다. 이러한 봉건제에 위기가 온 것은 바로 부르주아 계급의 등장이었다. 부르주아계급은 자신의 힘으로 경제적 부를 쌓아 올린 신흥계급으로서, 자신의 땀의 결과인 경제적 부가 봉건적인 속박 아래 묶여 있는 것이 가장 불만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재산을 절대적이고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찾고자 투쟁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들이 내건 당면 목표는 '사회적 경제적 권리의 보장'이었고, 그 중 핵심은 경제적 자유, 즉 사유재산권이었다. 이를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자유주의'라고 부른다. 이들이 내건 '자유주의'는 낡은 봉건제의 타파라는 당면한 민중들의 요구에 일치하면서, 대중적인 투쟁을 선도하게 된다. 이들은 봉건적 신분차별과 특권의 폐기 및 모든 인간들에 대한 자유.평등을 약속함으로써, 봉건제적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원하고 또 이를 통해 부르주아계급으로 상승하기 원한 모든 민중들의 희구와 원망을 대변했던 것이다.1)
그러나 앞에서의 자유주의의 모습을 자세히 뜯어보면 알 수 있듯이 이들이 내건 자유주의는 봉건제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민주주의적이었지만, 그 본질적인 모습에서는 반민주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부르주아계급의 계급적 본질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부르주아계급이 '자유주의'를 내건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소유권의 정당성을 인정받고자 한 것이었지, 모든 민중들의 실질적인 평등과 자유를 위해 싸운 것은 아니었다. 물론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상.이념들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 즉,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학문의 자유, 언론.출판.집회의 자유 등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싸웠다. 그러나 그들이 옹호하는 자유란 부르주아적 개인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사상을 표현하는 자유, 즉 부르주아계급의 주관주의적이고 의지적인 자유였으며2), 그로 인해 자유와 평등의 실질적인 내용은 명백히 부르주아계급에게 국한되었던 것이었다.3) 당시 부르주아계급이 직접세를 내는 능동적 시민에게만 선거권을 주는 제한적 선거제도를 채택했던 것은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당시 피지배계급이었던 농노와 새로 형성된 계급인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평등, 실질적인 민주주의로의 요구와 충돌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새롭게 부르주아계급에 대항하여 투쟁을 전개한다. 이제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떠오른 부르주아계급에게는 '자유주의'가 아닌 새로운 통치이데올로기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2) 자유민주주의의 성립
1820년대를 전후하여 산업혁명이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계급구성도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고, 특히 노동계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노동자계급을 비롯한 민중세력이 부르주아의 형식적인 민주주의 통치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이들이 주로 내건 것은 제한선거제도 철폐를 통한 정치적인 민주화와 노동권의 확대를 통한 실질적인 경제민주화의 요구였다. 이에 대해 부르주아계급은 노동자계급에게 취했던 억압과 배제의 정책을 포섭과 내화의 정책으로 수정하기 시작한다.4) 이는 보통선거제도의 확대, 노동조합법을 통한 노동자 단결의 합법화,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등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모습을 두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한 형태인 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이렇게 인민의 지배라는 의미의 '민주주의'와 부르주아계급이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자유주의'의 갈등은 일단 '자유민주주의'라는 형태로 해소되게 된다. 결국 자유민주주의는 초기 자유주의의 이념이었던 경제적 자유의 보장을 그 기본골격으로 하여, 정치적인 민주주의를 형식적으로나마 보장하는 형태라고 정리할 수 있다.
3)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와 방어적 민주주의의 도입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 확대를 바탕으로 얼마간의 안정을 누리지만 내재되어 있던 문제 즉,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양립가능한가의 문제를 가지고 다시 위기를 맞게 된다. 다시 말해 자유주의적 경쟁원리와 민주주의적 평등원리와의 논리적 긴장이 체제내부모순으로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5) 이는 1920년대 후반 세계경제대공황을 시발로 더욱 심화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주의 경제기반이 취약했던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서는 파시즘이 출현하게 되고, 급기야 세계는 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은 소련이 참전함에 따라 반민주적 파시즘 진영 대 민주적 반파시즘 진영의 전쟁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전쟁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된다. 즉 파시즘과 같은 반민주, 반자유세력에게 민주주의를 보장할 필요가 있겠는가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따라 '자유의 적에게 자유는 없다', '민주주의의 적에게 민주주의는 없다'라는 말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의 수정이 요청되게 된다.
이전까지의 자유민주주의는 비록 형식적이었지만, 누구에게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였다. 즉 다원적인 가치들을 동시에 인정하는 가치상대주의에 기초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는 관용의 원리에 기초하여 모든 정치적 입장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하며, 다수의 지지를 받기만 하면 누구라도 집권할 수 있었고, 어떤 정치적 방향도 채택.실현될 수 있었다.6) 그러나 국민의 다수의 지지를 받은 파시즘을 겪은 후부터 이러한 생각은 변하기 시작한다. 즉 상대주의적, 가치중립적 민주주의에서 가치구속적 민주주의의 구상이 시작된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의 개념에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침해되어서는 안될 최소한의 핵심요소를 규정할 것을 생각한다. 이러한 일련의 구상을 방어적 민주주의, 전투적 민주주의, 투쟁적 민주주의라고 부르게 된다. 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방어하고, 투쟁하겠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의미가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가치구속적으로 정의된 새로운 통치이데올로기를 초기의 '자유민주주의'와 구별하여야 한다. 또한 본래의 자유민주주의에 방어적 민주주의의 개념이 가미된 형태의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또는 자유로운 민주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7)
이러한 구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히틀러의 경험이 있던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였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사회주의제국당 판결과 공산당 판결에서 '헌법에 의해 구체화된 인권, 특히 생명과 인권의 자유로운 발현에 관한 개인의 권리와 존중, 국민주권, 권력분립, 책임정치, 행정의 합법률성, 법원의 독립, 복수정당제와 야당의 합헌적 형성과 활동에 관한 권한을 포함한 모든 정당의 기회균등' 등을 침해받아서는 안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규정하였다.8) 그리고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위헌정당해산제도, 기본권실효제도, 결사의 금지 등의 제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된다.
여기서 우리가 또한가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방어적 민주주의'의 반공산주의적인 성격이다. 2차세계대전에서는 민주주의와 전체주의(파시즘)의 대립의 모습을 띄었지만, 곧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면서, 자본주의진영 대 공산주의 진영과의 대립인 냉전시대가 열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본주의진영은 철저한 반공이념으로 무장하여 공산주의 진영과 맞서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반공주의는 사상의 자유를 비롯한 정치적 자유에 대한 제한으로 나타나게 된다. 물론 2차 세계대전 이전에도 러시아혁명의 성공과 세계대공황으로 인해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되었고, 이로 인해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이 가중되었으며, 이전의 정치적 자유에 대한 제한적 조치가 취해졌었다. 그러다가 냉전시대의 개막이 이를 본격화했던 것이다. 여기서 방어적 민주주의의 개념과 반공주의는 결합하게 된다. 본래 반파시즘의 기치로 시작된 방어적 민주주의는 '전체주의=적', '전체주의=공산주의'의 등식을 성립시키면서, 국내의 공산계열의 정치활동을 탄압하기 시작한다.9) 그럼으로써 초기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정치적 자유, 특히 정치사상의 자유는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정치적 반대자에 대해 언제라도 '빨갱이'라는 옷을 입혀 탄압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되는 것이다.
2.한국사회에서의 민주주의 전개10)
1) 해방과 자유민주주의의 도입
해방과 함께 한반도는 정치적 진공상태를 맞이하게 되었고, 이를 틈타 남쪽에는 미국이 통치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 때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통치이데올로기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남한을 통치와 지배의 대상으로 여겼던 미국은 남한에 더욱 왜곡된 형태의 자유민주주의를 이식시키기 시작한다. 여기서 '자유민주주의 = 반공'라는 왜곡된 형태의 등식이 성립한다. 미국은 우리 민족이 자유와 평등의 민주주의를 누리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남한은 반공의 방어막으로서 기능하기만을 바랬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이승만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통치세력은 반공을 통치이데올로기로 동원한다. 허약하고 수세적인 정통성을 극복하고 정치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반공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했던 것이다.11) 그들은 남한에 남아 있던 좌파세력을 뿌리뽑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일제 식민통치 하에서의 친일파들을 대폭 수용한다. 누가 민족적이고, 민중적인가라는 잣대가 아니라 누가 반공인가의 잣대에 따라 남한의 통치세력은 재편된다. 좌파세력은 철저하게 탄압 받고, 반공을 내거는 세력은 친일파건 해외파건 지배계급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극적인 국가보안법이 만들어진다. 국가보안법이 좌파세력을 탄압하는데 기본적인 근거로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형법제정보다(1953년) 5년이나 빨리 제정된 것은 당시 미국과 이승만이 반공주의를 얼마나 필요로 했는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렇게 남한에서의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이라는 이름이 덧칠해진 채, 철저하게 왜곡된 형태로 수입되게 된다.
2) 4.19혁명 이후
형식적 민주주의도 지킬 수 없었던 이승만정권은 4.19혁명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 후 집권한 민주당 역시 반공주의를 통치의 이데올로기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 역시 정치적 반대자들을 반공의 이름으로 탄압하지 않고서는 권력을 유지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가보안법이 개정되는데,(1960.6.1) 몇몇 독소조항이 삭제되기는 하지만, 불고지죄의 도입 등 개악된 측면도 있었다. 민주당 정권은 4월 혁명 정신에 일정 정도 부합하려고 국가보안법을 개정하기는 하지만, 그 반공 보수성으로 인해 국가보안법 자체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던 것이다.12) 그러나 민중들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는 정권이 국가보안법을 동원한다고 해서 오래 존속할 수는 없었다. 4.19이후 민중들은 줄기차게 민주당정권의 비민주성, 반민중성에 항거하게 되고, 이에 민주당정권은 크게 위기에 놓이게 된다.
3) 박정희 정권과 한국적 민주주의
당시의 상황을 '혼란시기'로 규정한 박정희와 그의 동조자들은 5.16군사쿠데타를 일으킨다. 하지만 이들은 이전의 지배계급과 별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경제발전의 논리를 내세워 인권과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킨다. 이에 반발하는 세력에 대한 탄압의 무기는 여전히 국가보안법이었다. 군부세력은 이것도 모자라서 국가보안법을 더욱 강화한 형태인 '반공법'을 제정.공포한다(1961.7.3) 반공법은 '결과범' 규정을 도입하여 특별한 목적 없는 행동도 그 결과만으로 처벌이 가능하게 했고, 규정자체도 국가보안법보다도 훨씬 더 심한 - 백지형법에 가까운 - 극도의 모호한 개념으로 가득차 있어, 통치자들은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정치적 반대자를 쉽게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박정희정권의 반민주성은 '유신체제'의 성립과 함께 극에 달하게 된다. 한국적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며, 아무리 좋은 서구의 민주헌법이라고 해도 이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해독이 될 수 있다는 근거13)를 통해 기간의 자유민주주의의 변용을 정당화한다. 형식적으로 나마 통치이데올로기로 기능했던 자유민주주의는 이제 한국적 민주주의란 말로 한국화되는 것이다. 악명 높은 긴급조치가 9호까지 계속되면서, 자의적인 법집행과 인권의 유린은 극에 달하고, 이제 민주주의는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완전히 후퇴하게 된다.
4) 5공 이후의 민주주의
박정희정권이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된 이후에는 적어도 '한국적 민주주의'의 악령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정치적.경제적 민주주의의 요소가 어느 정도 도입되게 된다. 그러나 반민주적인 잔재는 여전했다. 정치사상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노동3권 등 기본적인 민주주의 요소에 대해서는 진전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정권을 거치면서 공통적인 것은 바로 정권이 위기에 닥치거나 정권교체시기에 이들이 보여주었던 반민주적 모습이었다. 이들은 정권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공안정국을 조성하여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고,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무참히 짓밟는 구태를 계속 보여왔다. 특히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사람으로서, 야당 시절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주장하기도 했던 김영삼대통령 역시 공안정국 조성에 있어서라면 전임 통치자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14)
한편 국가보안법은 1980년 반공법 폐지와 국가보안법으로의 흡수통합 이후에, 91년 날치기통과를 통한 개정을 통해 독소조항이 다소 손질되기는 했지만15), 그 기본적인 틀은 전혀 바뀌지 않은 채 반민주악법의 상징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5)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그렇다면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을 앞서 논의한 서구의 민주주의 발전과 관련시켜 보자. 미군정기 이후 지금까지 통치자들이 이용했던 지배이데올로기로서의 자유민주주의는 그 본질적인 측면에서 본래의미의 자유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16) 이는 반공이 덧칠해져,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인 정치적 자유권, 특히 사상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등이 철저하게 제한된 형태의 변형된 자유민주주의였던 것이다.
이는 냉전 이후 자유민주주의의 새로운 모습인 방어적 민주주의의 개념과 쉽게 부합할 수 있었다.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가 없다'는 방어적 민주주의는 반공을 기치로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해야 하는 우리 통치자들의 구미에 딱 들어맞는 것이었다. 헌법에 방어적 민주주의의 개념을 포괄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이 박정희정권 하에서 1972년 헌법 前文에 들어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17) 그리고 현행헌법은 前文과 제4조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민주국가와 평화통일의 최종목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에 대한 한정합헌결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를 한정합헌해석의 기준으로 제시한 바가 있다.18) 이제 방어적 민주주의의 개념을 포괄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헌법의 기본이념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셈이다.19) 이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자유의 적'에 대한 규제는 정당화된다. 이는 위헌정당해산제도(헌법 제조), 국가긴급권의 제도화, 국가보안법, 집시법, 경찰법 등의 정치형법, 안기부 등의 국민사찰기관의 제도화로 현실화되어 있고, 그 중심에는 국가보안법이 놓여 있는 것이다.
Ⅲ.민주주의와 국가보안법
1.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상충된다
이상의 논의를 국가보안법에 적용시켜 보자. 우선 방어적 민주주의의 무비판적인 적용은 자유의 적을 막는다는 구실 아래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요소인 사상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 등을 유린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방어적 민주주의는 정치적 가치상대주의를 부인하고, 특정 이데올로기를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폭력이며, 국가권력이 억압과 배제를 헌법의 틀 안에서 합법적으로 조직하는 위로부터의 새로운 파시즘20)이라는 견해는 타당성을 지닌다. 또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의미를 반공산주의가 아니라 방어적 민주주의 도입의 본래적 의도였던 반파시즘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21)도 한국사회의 현실에는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방어적 민주주의는 파시즘의 경험으로 민주주의 적을 막고자 한 뚜렷한 목표와 있었던 서독과는 달리 언제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받아 왔던 우리의 실정에는 적당하지 않다.22) 결국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사회에서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를 봉쇄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국가보안법이 설 자리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23)
설사 방어적 민주주의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 서더라도, 방어적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수 있으며, 그것을 관철시키는 행동을 할 권리가 주어져 있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리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제한은 어디까지나 예외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의 보호를 위한 민주주의의 제한이 방어목적을 넘어서는 경우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파괴하게 된다.24) 방어적 민주주의의 정당성 근거는 그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며, 민주주의는 다원적 정치의사형성과정인 것이다.25) 방어적 민주주의를 인정하더라도 국가보안법 같이 민주주의의 보호의 목적과 한계를 넘어서서, 그 본질적인 것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그 법은 폐지돼야 마땅한 것이다.
2.국가보안법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성립에 있어서 문제거리였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양립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점에서도 사상의 자유와 민주주의 문제를 짚어 볼 수 있다. 인류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민주주의의 완성에 있다. 민주주의의 한 형태인 자유민주주의는 형식적 평등과 정치적 자유를 그 기본 이념으로 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실질적 평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자유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하는 서구에서도 그러한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아 있다.26)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국가라고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어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이데올로기(자유민주주의)는 영원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다만 특정 시대에 성립된 특정국가의 다수 국민이 그 정치투쟁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선택한 상대적인 진리일 뿐, 그것은 역사가 운동을 계속하는 한 변화.운동하는 역동적인 존재인 것이다.27) 진리에 대한 최적의 테스트는 어디까지나 시장의 경쟁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28) 다양한 의견이 합치되어 발전하는 민주주의사회에서 사상의 자유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잠시 매카시즘의 열풍이 불었던 1950년대 미국으로 돌아가 보자. 1950년대 초반 미국연방대법원은 냉전을 빌미로 공산주의자 탄압을 시작한다. 이에 대해 미연방대법원에서 소수의견을 냈던 블랙 대법관은 이런 식의 자유 침해는 미국사회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미국사회는 매카시즘까지 등장하면서 암흑기를 맞이하게 된다. 매카시즘29)은 미국사회를 침묵과 불신의 사회로 만들어 놓았다. 미국사회에서 진정한 정치적 토의나 진지한 의견개진은 사라져 버렸다. 미국 정치인은 정치생명과 공직을 지키기 위해서 무조건 공산당이 지지하는 노선과는 반대쪽에 서야 했다. 심지어 인종차별 철폐, 국가의료보험 실시 등의 시급한 미국 내 사회복지정책마저도 공산당이 지지하는 것이면 그 실현이 지연되거나 불가능하게 되었다. 논리와 이성보다는 공산당이냐 아니냐가 진리의 척도로 둔갑하게 된 것이다.
다시 한국사회로 돌아와 보자. 북한이 주장하는 것이라면(예컨대 연방제통일, 국가보안법철폐) 그 타당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몰아가는 언론들, 한 언론기관의 토론회에서 '나는 공산주의를 매우 싫어합니다', '당선되면 좌익세력척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해야 하는 대통령후보들, 대학에서 강의되고 있는 것까지 문제 삼았던 경상대 '한국사회의 이해'사건, 빨치산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한국최고의 베스트셀러에서 하루 아침에 이적표현물로 둔갑할 뻔 했던 '태백산맥 사건', 등에서 우리는 한국사회의 비이성 상태를 뚜렷이 목격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실업자 문제와 노동조건 악화가 문제시되자,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정책은 제대로 내놓지도 않은 채, 불순세력들과 연계와 폭력시위 가능성부터 규제하려고 드는 정부당국의 태도도 한국사회가 경직되고 왜곡된 사고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재벌문제를 이야기하면 그 타당성에 앞서 불순세력의 주장이 아닌가하는 의심부터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적어도 재벌문제에 관한한 이성적인 논의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IMF구제금융까지 받게된 지금, 재벌의 문제를 꺼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이제 너나할 것 없이 재벌을 개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진지한 토론도,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책도 기대할 수 없다. 사상을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더 큰 비극만을 초래할 뿐이다. 따라서 사상을 자유시장에 내놓기는커녕, 내면에 가지고 있는 것까지 규제하려고 드는 국가보안법은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인 걸림돌이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3.민주주의의 척도로서의 사상의 자유, 그리고 국가보안법
민주주의에서 사상의 자유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사상의 자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구체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짚을 수 있을 것이다.
1) 사상의 자유의 의의
사상의 자유는 인간 내심의 세계관, 인생관, 정치적 신념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사상의 자유는 사상형성.결성과정에서의 자유는 물론이고, 그 사상을 표명.실천할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만약 사상의 자유를 단순히 인간 내심에서 생각할 수 있는 자유라고 해석한다면, 그것은 법으로 규제할 수도, 규제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상의 자유는 그 사상의 표명.실천할 자유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30)
이렇게 확대해석한 사상의 자유를 구체화시켜 보면, 사상의 형성과정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획득을 규제받지 않을 자유, 이렇게 형성된 사상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교류할 수 있는 표현/언론/출판/집회의 자유, 그리고 동조자들을 조직의 형태로 모아서 그 확대의 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는 결사의 자유 등이 사상의 자유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렇게 해석할 때만이 사상의 자유는 그 본래의 의미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2) 사상의 자유의 한계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이제 사상의 자유가 갖는 한계에 대한 것이다. 사상의 자유가 무한정으로 확대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의 사상은 환경보호를 위해 핵발전소가 없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하고, 사상의 자유를 실천하기 위해 무장단체를 조직하여 핵발전소를 파괴하고 다닌다면 이러한 자유까지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상의 자유의 한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계를 설정하기 이전에 몇가지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사상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다양한 사상이 서로 비판하고, 토론하면서, 새로운 합의점을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를 민주주의라고 할 때 사상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상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정신적 기본권에 속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기본권에 비해 우월한 지위가 인정되어야 하며, 따라서 다른 기본권과 충돌될 때 되도록 사상의 자유에 유리하게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사상의 자유가 많이 인정되면, 인정될수록 그 사회는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고, 또한 안정된 사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상의 자유는 되도록 관대하고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사상의 자유의 한계는 '명백/현존위험의 법칙'(clear and present danger doctrine)에 의거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명백/현존위험의 법칙'은 미국연방대법원 판례에 의해서 확립된 법칙이다.31) 이는 사상이 표명되는 것이 사회질서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발생시킬 경우가 아니면 사상의 자유에 대해서 제한을 가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32) 예를 들면, 국가전복의 사상을 가진 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테러조직을 결성한다든지, 국가전복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착수하지 않는 이상 국가가 이러한 자의 활동을 규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각국은 거의 예외없이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서구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극복을 공공연히 선전하는 공산당이나 사회당이 활동하고, 선거에서 상당수의 득표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이들 나라에서 명백/현존 위험의 법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33)
3) 사상의 자유와 국가보안법
이에 따라 국가보안법을 검토해면, 국가보안법과 그 운용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을 너무 쉽게 알 수 있다. 최근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먼저 출판의 자유에 대한 탄압으로는 94년부터 97년까지 출판사 대표에 대한 구속이 이어졌다. 이는 사상형성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정보를 접할 기회를 차단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학가의 서점 대표까지 구속되는 일까지 있었다. 학문의 자유에 대한 탄압으로는 대표적으로 94년 '한국사회의 이해'사건이 있었고, 97년에는 이장희 교수와 박지동 교수가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받았다. 대학교재와 대학강의까지 규제하려고 드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95년부터는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각종 조직사건이 줄을 이었는데, 95년에는 부산대 자주대오, 경기대 자주대오, 전남대 민족사랑연합회, 원광대 자주대오, 남한프롤레타리아 계급투쟁동맹, 충남대 자주대오, 남조선 노동당 중부지역당 산하 애국동맹, 진보정치연합 등에 대해 조직사건이 일어났고, 96년에는 애국동맹, 민민학련, 민중정치연합 광주지부, 사노맹 재건, 사회주의 학생연합, 노동청년회, 전국학생연대, 나라사랑청년회, 사노맹, 범민련, 전주대 단기학생동맹, 남총련 민족해방군, 남총련 자주대오, 21세기 진보학생연합, 애국크리스챤청년연합,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 추친위, 서울대 애국청년선봉대, 서총련 중집위, 건국대 충주캠퍼스 노학연대실천단, 강원대 자주대오, 경상대 활동가조직 등의 사건, 97년에는 사회민주주의 청년연맹, 노동정치연대, 북부노동자회, 경남노동자협의회, 한국노동청년연대, 참세상을 여는 노동자연대, 고대 구국선봉대 청년, 전북대 혁신대오, 동아대 조직, 인천교대 조직, 미래정보센터 등이 이적단체로 규정되었다. 이들 단체들은 하나같이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한 관점을 제시하고,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규합하여 조직을 결성하였을 뿐, 폭력혁명을 선동하거나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명백/현존위험의 법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법집행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국가보안법 사건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씨의 구속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던 '레드헌트'라는 영화를 인권영화제에서 상영했다는 이유이다. 영화의 상영까지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민주주의국가에서 어떻게 가능할 일인가? 영화상영까지 국가전복의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정부당국의 세심한(?) 규제가 놀라울 따름이다. .
4) 국제인권과 국가보안법
인류공동의 목표는 민주주의의 완전한 구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다각도로 전개해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제인권의 보편적인 기준은 국가보안법을 바라보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인권의 보편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은 세계인권선언이었다. 이 선언은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선언으로, 보편적인 국제기구에 의해서 주창된 최초의 포괄적인 인권문서라고 할 수 있다. 선언의 제1조는 "모든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으며,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으며, 제18조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사상/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34)고 하여 사상의 자유의 중요성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세계인권선언은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하며, 그 규정 자체도 추상적이라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이를 구체화시켜 1966년 12월 국제인권규약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A규약)'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B규약)'이 있는데,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것은 바로 후자의 것이다.35)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를 비준하여 1990.7.10부터 효력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B규약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국가보안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B규약 제18조는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하고 있고, 제19조는 '1.모든 사람은 간섭을 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권리를 갖는다. 2.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이 권리에는 국경을 넘는 여부에 관계없이 구두, 서면이나 인쇄물, 예술품의 형식 또는 자기가 선택한 기타 방법에 의하여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수리하고 전달할 자유가 포함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국가보안법이 명백하게 저촉된다는 것은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36)
또한 B규약은 인권심의회를 설치하여 권리보장의 이행의무에 대한 감독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모든 국가는 이 규약의 당사자가 된 후 1년 이내에 최초 보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이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법조문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치고 있고, 실제의 인권보장 상황을 보여주는 사실들을 언급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인권규약상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영향을 주는 요소와 장애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는 국가보안법이 인권침해의 소지 없이 철저하게 제한해석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요지였다. 이에 대해 대해 국내의 인권단체들이 이에 반박하는 보고서를 따로 제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37) 결국 92년 7월 유엔인권심의회는 'B규약에 위배되는 국가보안법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는 우리 인권에 대한 국제적 시각에 비추어 볼 때, 정부의 시각이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한 93년 6월 비엔나 세계인권선언 채택 45주년 기념 '세계인권대회'가 열렸는데, 여기에서 세계 20여개 나라의 50여개의 인권단체들은 공동결의문에서 국제인권규약에 따른 국가보안법 철폐, 양심수 전원석방, 특별정보사찰기구와 특별형사철폐 등을 촉구한 바 있다.38) 세계의 보편적인 목표인 인권과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국가보안법은 이제 국경을 넘어 세계적인 망신거리까지 되고 있는 것이다.
Ⅳ.국가보안법 폐지론
1.국가보안법에 대한 기존의 논의들 검토
1) 존치론
존치론은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질서를 수호하는 필수불가결한 법으로서 당연히 존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견해이다. 그 근거로는 북한형법과의 균형39), 자유민주질서 보호의 필요성40)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북한형법과의 균형이라는 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북한이 아무리 비문명적인 형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존치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북한이 독재를 하면 우리도 독재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자유민주질서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물샐틈없는 안보만이 살길이라는 논리가 민주주의와 어울릴 수 없음이 명백하다. 아무리 안보가 중요해도, 그것은 민주주의에 우선하지 못하다. 안보도 결국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과제의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다. 설사 누군가의 사상과 행동이 안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도, 그것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이르지 않는한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2) 부분개정론.대체입법론
부분개정론은 국가보안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불고지죄(제10조)와 찬양고무죄(제7조 제1항)를 폐지시키자는 것이고, 대체입법론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형태의 자유민주질서수호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공동선거공약으로 '국가보안법 부분개정'을 합의하였고, 국민회의의 전신인 평민당(1988년)과 민주당(1992년)의 당론은 '민주질서보호법'으로의 대체입법이었으므로, 현정권 하에 국가보안법이 개폐가 추진된다면 이 두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국가보안법과 별다르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 법안은 국가보안법을 서구식으로 세련되게 고친 것에 불과하다. 국가보안법 상 '반국가단체'의 개념에 대신하여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또는 준하는 집단'이 자리잡았고, '이적단체' 대신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해 하는 조직'이 자리잡았다.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의 개념 대신 '국가안전을 침해하는 행위'로 고치고, '반국가단체 친양동조죄'가 '민주질서 위해죄'로 바뀌었을 뿐이다.41) 국가기관의 뜻에 따라 얼마든지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용어 뿐이다. 만약 국가보안법 개정으로 가닥이 잡히더라도 민주질서수호법과 비슷한 용어로 개정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결국 민주질서수호법에 의해서라도, 여태까지 국가보안법의 적용되어 왔던 수많은 조직과 활동이 그대로 처벌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국가적 존립을 부인할 것을 선전하거나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폐기할 것을 선전하여 국가의 안전을 위해 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한 규정은 기존 국가보안법 제7조보다도 오히려 더 자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소지까지 있다.42) 이런 식의 대체입법이나 개정은 국가보안법을 보다 세련되게 적용시키려고 하는 것에 불과할 뿐 국가보안법의 본질과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국가보안법 존치론에 대한 비판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3) 폐지론
그동안 학계의 논의에서 국가보안법은 절대적인 다수설이다.43) 국가보안법 폐지의 근거와 방법이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가보안법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민주주의와 국가보안법의 양립불가능성이 국가보안법 폐지근거의 총론에 해당한다면, 다음의 근거들은 그 각론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정리하면 "① 국가보안법은 형법규정이 명확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원칙에 위배되는 불명확하고, 모호한 개념으로 가득차 있어 자의적인 적용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현실적으로 그렇게 적용되고 있다 ② 국가보안법은 국가안보를 위한 법이 아니라 정권안보를 위한 법, 즉 정권의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기 위한 법이다 ③ 국가보안법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되고 있는 양심.사상의 자유를 그 본질적인 내용까지 침해하고 있으므로, 명백한 위헌이다 ④ 국가보안법은 남북한 UN동시가입과 남북교류가 증진되는 현상황에서 헌법상 평화통일지향원칙에 위반되고, 남북교류협력법과 정면으로 충돌된다 ⑤ 형법을 비롯한 다른 형사처벌법규와 중복되고 있어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더라도 국가안보에 문제가 생기거나 사회질서가 혼란해지지 않는다 ⑥ 국가보안법은 1980년 입법과정에서도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초헌법적 기구에서 반공법과 흡수통합된 것이고, 91년에는 날치기 통과되는 등 그 제정.개정과정의 합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2.국가보안법 폐지는 실천의 문제
위와 같은 근거로 국가보안법은 이제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자유민주주의가 당연히 사상의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원래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가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사상의 자유가 '명백/현존위험 법칙'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냉전의 시기가 끝나고 국내의 진보세력의 활동이 사실상 무력화된 1957년 이후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44) 또한 현재 제반 좌익정당이 합법화되어 있는 서구사회의 경우에도 진보세력이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거나, 체재내화된 이후에야 사상의 자유는 보장되기 시작했다. 이는 자본주의의 위기로 인해 진보세력이 활발하게 활동하거나 냉전 같은 시기가 다시 도래한다면 언제라도 사상의 자유에 제한이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자유민주주의가 사상의 자유를 완전히 가져올 수 있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 자유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시장론'을 표방하지만 형식적인 평등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 따라서 '사상의 자유시장론'을 표방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사상의 표명할 기회를 똑같이 부여받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권력과 자본을 소유한 자들은 막강한 언론의 힘을 빌어 얼마든지 '사상의 자유시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일반 서민들이 과연 이런 기회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결국 '사상의 자유시장' 자체가 불평등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르쿠제의 말처럼 '사상시장론의 기본적 전제인 이성적 인간이 의견과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에 참여한다는 점은 만일 정부와 매스미디어가 그것들을 교묘하게 조작할 때에는 비합리적인 가설에 불과하게 되고, 경제와 정치권력의 집중 때문에 자유로운 미디어는 옳고 그름, 진리와 허위를 편견되게 취급할 가능성45)'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본래 부르주아의 계급적 이해에서 출발했고, 민중들의 투쟁에 따라 조금조금씩 민중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해 왔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정치적 다원주의는 결코 지배계급의 관용의 산물이 아니라, 계급계층들의 투쟁으로 획득된 행동반경이며, 실제 관용은 자본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허용될 뿐이다.46) 이러한 자유민주주의의 한계는 국가보안법 철폐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논리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 국가보안법이 철폐되더라도 공안당국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기존의 형법상의 내란죄 등을 얼마든지 확대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다.47)
요컨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꾸준한 견제와 투쟁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 결코 그냥 주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상의 자유의 획득은 시민사회의 꾸준한 투쟁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48) 국가보안법이 철폐되어야 한다는 당위보다는 이제 어떻게 철폐시킬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미국의 예에서도 그러하다. 미국에서 사상의 자유는 시민적 운동이 뒷받침될 때 법리상으로도 그것이 확대되었으며, 그렇지 못할 때 후퇴의 양상을 나타났다 점49)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또한 미국연방대법원의 사상의 자유에 대한 다양한 변화에도 일관되게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홈즈대법관, 블랙대법관 같은 용기 있는 소수자가 있었기에 사상의 자유에 관한 법리가 확립되어 왔다는 사실50)을 잊지 말아야 한다.
96년 한총련 연대사태를 돌아보자. 내가 볼 때 한총련은 국가보안법의 가장 심각한 침해를 받고 있는 조직이다. 그들에게는 결사의 자유는커녕 집회의 자유도 허용되고 있지 않고, 문서를 배포하는 것도 연행의 대상이 된다.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까지 완벽하게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8월 연대사태에서 일주일이 넘게 학생들이 연대 안에서 고립되어 있을 때, 사상의 자유는커녕 먹지 못하고, 입을 것도 없이 하루하루를 비인간적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희대의 악법이라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던 지식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진정한 사상의 자유는 반대자의 사상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외쳤던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아마도 언론과 공권력에 의해 빨갱이와 폭도로 몰린 한총련에게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기엔 주위의 시선이 두려웠을 것이다. '비록 우리와 견해가 다르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의견도 표명할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용기 있게 주장할 수 있는 지식인은 없었던 것이다. "사상의 자유는 우리와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유가 아니라 우리가 미워하는 사람들의 자유"51)라는 사실을 몸소 실천한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국가보안법 철폐가 학설로는 다수설이지만 실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는 이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 이중적인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이 왜 실천의 문제인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52)
3.국가보안법과 관련된 문제들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만 철폐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관련된 모든 문제를 다 언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국가보안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몇가지를 더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일단 양심수 문제이다. 양심수의 개념은 다양하게 정의되지만, 국제사면위원회(International Amnesty)의 개념정의를 빌리면, '양심수란 폭력을 주장하거나 직접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신념이나 인종, 언어, 국적, 사회적, 경제적 지위 때문에 감금된 사람들로서, 자신의 사상이나 신념을 표현하다가 구속된 사람'을 의미한다. 이런 정의에 따라 국가보안법과 관련되어 구속된 사람은 무조건 양심수로 분류될 수 있으며, 이들이 사면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단 폭력을 행사한 자가 문제인데, 폭력을 행사했다고 해서 무조건 양심수에서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를 무조건 적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악법에 저항하여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사용한 사람도 양심수에 개념에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53) 국제사면위원회의 집행위원 로스 데니엘스도 "만약 테러 조직을 만들거나 폭력혁명을 공개적으로 추구하다 구속되었다면 양심수에서 배제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양심수로 봐야 한다. 과거 군사정권시절 억압체제에 항거하기 위한 물리적 충돌은 정당한 저항권 행사로 볼 수 있다54)"고 하여 비슷한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두 번째로는 보안관찰법 문제이다. 보안관찰법은 사회안전법을 계승한 법으로서, 국가보안법상의 보안관찰대상범죄에 해당되는 범죄에 해당되는 죄를 범한 자에 대하여 재범의 위험성을 예방하고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보안관찰처분을 하는 제도이다. 이 경우 제11조 1항 1호에서 '준법정신이 확립되어 있을 것'을 보안관찰처분면제조건으로 제시하고, 같은법 시행령 제8조 1항 6호에서는 보안관찰처분대상자 신고를 한 자가 출소한 때에는 지체없이 사상전향여부를 거주예정지 관할 경찰서장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는 등 사실상 사상전향을 강요하고 있는 비민주적 제도로서 시급히 폐지가 요구된다.55) 또한 비전향자에 대해 가석방의 기회를 박탈하고, 분류처우에서 불이익을 주는 '가석방심사 등에 관한 규칙' '행형법시행령',과 '누진처우규정' 등의 사상전향제도도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명백한 반민주적 제도로 시급히 철폐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안기부 문제이다.56) 안기부는 국가보안법을 핵심적으로 적용해 온 기관으로서 그 문제점이 수없이 지적된 바 있다. 최근 정부는 안기부의 이름을 국가정보원으로 개명하는 등 일련의 안기부 개혁을 단행하는 듯하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는, 안기부 내의 김대중 반대자를 정리하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안기부에 대해 제기되어 왔던 산적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안기부 개혁에서는 수사권 박탈, 국민적 통제를 받을 제도적 장치 마련, 최소한의 민주성/공개성 제고 등의 조치가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
Ⅴ.결론
그렇다면 김대중정권 하에서의 국가보안법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통신상에 대학교재로 쓰이는 번역물 몇편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되어서 통신인이 구속된 사건 소식이 들려 온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들의 채팅까지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사적인 의견교환까지 국가보안법의 제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외에도 한총련 대의원에 대한 계속적인 구속과 연행,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김대중 정권 하에서도 결코 국가보안법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케 해주는 사례이다. 김대중정권 하에서도 국가보안법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김대중정권도 공안논리의 맛을 서서히 알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야당시절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김영삼씨도 집권 후에는 오히려 국가보안법을 너무도 잘 활용하지 않았는가? 더군다나 향후 몇 년간 실업자 증가, 근로조건 악화 등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증폭될 것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이라는 무기를 동원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되는 일이다. 최근 대검 공안부에서 5.1노동절 행사를 앞두고, '노동자/학생들과 연게, 불순세력들의 실업자단체 개입' 등을 엄단하겠다고 밝히는 것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결국 '김대중정권이니까 국가보안법도 좀 바뀌지 않겠는가?'하는 기대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앞에서 누누이 이야기했듯이 국가보안법폐지는 민주적인 정권의 획기적인 조치를 기대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그것은 오로지 시민사회의 활발한 폐지운동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80년대말 국가보안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후로는 이렇다 할 국가보안법 철폐운동이 전개된 적은 없었다. 탄압받는 조직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철폐운동이 전개되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이제와서 다시 이야기를 꺼내기 지겹기도 한 주제가 국가보안법이다. 그러나 바로 며칠전만 해도 통신상에 글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되어서 구속이 되는 것이 현실이고, 국가보안법 철폐운동이 시작된지 벌써 10년이 되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이제 다시 한 번 우리의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해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행동을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한국사회의 비이성적 상태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할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예전에 읽어 보았던 '파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에서 남민전 사건으로 인해 프랑스에 망명을 신청한 저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파리 망명사무국 관리는 구체적인 행동도 없이 겨우(?) 조직을 만들고, 유인물을 뿌렸다는 이유만으로 망명까지 신청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정도의 일을 가지고 뭘 망명신청까지 했냐고 하면서, 망명신청이 허위나 과장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그 관리의 모습에서 저자는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꼈다고 한다. 다른 나라 사람에게는 장난으로 들리는 일이 이 땅에서는 아직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마지막을 장식할 말을 찾다가 좋은 말을 찾아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국가보안법을 너무나도 잘 활용했던 김영삼 전대통령의 발언이다. 이제는 좀 폐지가 될 때도 되지 않았는가 하는 절박한 심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그대로 인용한다. 본 글에서의 나의 주장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듯하다.
"민주주의를 한다면서 국가보안법 같은 비민주악법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57)
1) 김세균,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인가?',『사회평론』, 제*호, 1991.6, 113쪽
2) 위의 글, 115쪽
3) 박주원, '민주주의란 무엇인가?',『현대민주주의론Ⅰ』, 창작과비평사, 1992, 28쪽
4) 국순옥, '헌법학의 입장에서 본 자유민주주의의 두 얼굴',『민주법학』, 제12호, 1997, 76쪽
5) 김민배, '지배이데올로기로서의 전투적 민주주의의 논리와 그 비판',『민주법학』, 제4호, 1990, 47쪽
6) 장영수, '헌법의 기본원리로서의 민주주의',『안암법학』, 창간호, 1993, 132쪽 이하
7) 국순옥, 앞의 글(주4),
8) 위의 글, 136쪽
9) 이러한 현상은 서독과 미국에서 두드러졌는데, 서독의 경우에는 히틀러의 파시즘을 겪은 데다가 분단국가라는 점이, 미국의 경우에는 자본주의국가의 맹주국이었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독일에서의 탄압양상에 대해 자세한 것은 국순옥,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무엇인가?',『민주법학』, 제8호, 1994, 153쪽 이하 참조
10) 여기서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언급하면서, 국가보안법의 제정/개정사를 연관시킨다.
11) 반공이데올로기에 대해서는 박원순, 『국가보안법연구1 : 국가보안법 변천사』(中 제2장 반공이데올로기와 국가보안법), 역사비평사, 1992, 45~60쪽
12) 조국, '한국 근.현대사에서의 사상통제법',『사상의 자유』, 살림터, 1992, 88쪽
13) 갈봉근,『유신헌법론』, 한국헌법학회출판부, 1977, 63쪽
14) 김영삼정권 하의 공안탄압에 대해서는 한택근, '소위 문민정부 하에서의 국가보안법 남용사례',『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토론회 자료집』, 학술단체협의회, 1996 ; 박래군, '김영삼정권의 국가보안법 인식과 적용분석',『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공청회 자료집』, 민중운동탄압분쇄를 위한 범국민대책위, 1996 참조
15) 국가보안법 개정의 취지와 배경에 대한 자세한 고찰로는 박원순, 앞의 책(주4), 71~274쪽
16) 그런 의미에서 본래의 '자유민주주의'를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로, 반공과 정치적 자유의 일정정도 제한으로 새롭게 채색된 모습을 '자유로운 민주주의'라고 구분해서 부르자고 하는 주장도 있다. 자세한 것은 국순옥, 위의 글(주4), 71쪽
17) 비록 방어적 민주주의의 이론과 비슷한 논리로 국민의 자유권에 대한 규제가 40년간 계속되어 왔지만, 우리 헌법학자들이 방어적 민주주의의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헌법상의 원리로 원용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고찰로는 장영수, '방어적 민주주의의 이론',『고시연구』, 제222호, 1992.9, 76~92쪽
18) 이에 의하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헌법이 수호해야 할 최고가치로서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의 배제,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와 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를 의미하며, 그 구체적 내용으로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뼈대로 하는 경제질서, 사법권의 독립 등으로 요약하고 있다.(헌법재판소판례집 제2권, 59쪽 및 64쪽) 이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판시 내용을 거의 그대로 번역해 놓은 것이다.
19) 헌법학계의 통설이기도 하다. 김철수,『헌법학개론』, 박영사, 1997 ; 권영성,『헌법학원론』, 법문사, 1998, 88∼89쪽
20) 국순옥, 앞의 글(주4), 89쪽 ; 국순옥, 앞의 글(주9), 162쪽
21) 김민배, 앞의 글, 51쪽
22) 박원순,『국가보안법연구3 : 국가보안법 폐지론』, 역사비평사, 1992, 182쪽
23) 국가보안법이 어떻게 이런 권리들을 침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상세한 예는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참고자료로는 박원순,『국가보안법연구2 : 국가보안법 적용사』, 역사비평사, 1992
24) 계희열,『헌법학(上)』, 박영사, 1996, 229쪽
25) 장영수, 앞의 글(주16), 92쪽
26) 이에 대해 최장집 교수는 자유민주주의가 사회경제적 평등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음을 이유로 자유민주주의의 실패를 주장한다. 최장집, '서구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성공했는가',『사회평론』, 124~134쪽
27) 안경환, '사상규제법부터 고치자',『월간조선』, 제104호, 1988.4, 460쪽
28) 1919년 아브람스 사건에서 미국의 홈즈 대법관의 반대의견으로서 '사상의 자유시장론'이라는 이론으로 평가 받게 된다. 강경근, '표현의 자유와 명백.현존위험 원칙',『미국헌법연구』, 제8호, 1997.6, 433~434쪽 에서 재인용.
29) 이하의 매카시즘으로 인한 미국사회의 마비현상에 대해서는 장호순, '국가안보와 사상의 자유',『민주법학』, 제7호, 97~100쪽
30) 조국, '사상의 자유의 전면적 보장을 제창한다', 앞의 책, 21쪽 이하 ; 안경환, 앞의 글, 460쪽 이하 ; 박원순, 앞의 글(주21), 141쪽, 사상의 자유가 양심의 자유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양심의 자유를 표명.실천의 자유로 확대해석하는 견해로 허영,『헌법이론과 헌법』, 박영사, 1997, 1997, 519~521쪽 ; 계희열, '양심의 자유',『고시연구』, 제279호, 1997.6, 83쪽
31) 이에 대한 역사적 고찰로는 양건, '표현의 자유',『미국헌법과 한국헌법』, 대학출판사, 1989, 126~170쪽 ; 강경근, 앞의 글 ; 장호순, '미국연방대법원의 국가보안법 판례',『민주사회를 위한 변론』, 제3호, 1994, 270~304쪽
32) 이 원칙을 적용할 것을 주장하는 견해로 양건, '국가보안법 위헌론',『인권과 정의』, 제163호, 1990.3 ; 안경환, 앞의 글, 464쪽 이하 ; 조국, 앞의 글(주29), 21쪽 ; 박원순, 앞의 책(주21), 157~158쪽
33) 이에 대해서는 박원순, 앞의 책(주21), 176~187쪽 ; 조국, 앞의 글(주29), 60~66쪽
34) 이하 규약 내용에 대해서는 토마스 버겐탈/양건.김재원 譯,『국제인권법 개론』, 교육과학사, 1992, 교육과학사를 참조했다.
35) 이하 B규약에 관해서는 김상현, '인권보장의 보편적 제도',『국제법 평론』, 제6호, 1996 38~51쪽을 참조했다.
36) 국가보안법이 B규약에 위배된다는 견해로 조용환, '국제적 인권보호제도와 이용가능성',『법과 사회』, 제5호, 1992, 88~119쪽 ; 김종서, '의사.표현의 자유 관한 국제인권기준과 한국의 현실',『배재대 사회과학연구』, 제13호, 1996.2
37) 이러한 정부와 인권단체의 공방전 및 92년 7월의 인권이사회의 회의에 대해서는 천정배, '국제적 비판에 직면한 한국의 인권상황',『민주사회를 위한 변론』, 창간호, 1993, 24~52쪽, 그리고 여기서 제출된 인권단체들의 반박보고서는 다음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한국인권의 실상』, 역사비평사, 1992
38) 한겨레신문, 1992.7.23, 13면
39) 고영주, '국가보안법 폐지의 선행조건',『새물결』168호, 1995.4, 44~ 63쪽
40) 김명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방어틀을 허물어서는 안된다',『자유공론』, 제336호, 1995.3, 30~41쪽
41) 조국, 앞의 글(주11), 108~109쪽
42) 박원순, 앞의 책(주21), 207~211쪽
43) 폐지론을 취하는 글은 다음과 같다. 아래의 내용은 다음의 글에서의 논거를 정리했다. 김일수, '국가보안법은 철폐되어야 한다', 『인권과 정의』, 제203호, 1993.7 ; 배종대, '다시 한번 국가보안법을 말한다',『법과 사회』, 제4호, 1991, 134~155쪽 ; 박원순, 앞의글(주21) ; 이창호, '국가보안법의 과학적 이해를 위하여',『민주법학』, 제4호, 1990, 155~180쪽 ; 한기해,『국가보안법 : 그 흐름과 폐지의 방향』, 공동체, 1992 ; 남궁호경, '국가보안법의 해석론적 고찰',『대한변호사협회지』, 제145호, 1988.9, 8~23쪽 ; 양건, 앞의 글(주32) ; 권영성, '국가보안법 왜 개폐를 미루는가?',『신동아』, 제361호, 1989.10, 182~189쪽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반민주악법개페를 위한 의견서』, 역사비평사, 1989, 17~32쪽 ; 조국, '현행 국가보안법과 사회안전법에 관한 비판적 고찰',『FIDES』, 통권 제30호, 1988, 8~16쪽 ; 김동한, 국가보안법의 위헌성, 사법행정, 제348호, 1989.12, 29~34쪽
44) 조국, 위의 글(주29), 30~31쪽
45) Herbert Marcuse, "Repressive Tolerance" in A Critique of Pure Tolerance, 1965 (강경근, 앞의 글, 434쪽에서 재인용)
46) 아블라스터/이유동 譯,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양립불가능성', 『현대민주주의론Ⅰ』, 창작과비평사, 1992, 276쪽
47) 이창호, 앞의 글, 178~179쪽 이에 대해 박원순 변호사는 자유민주주의 하에서의 국가보안법의 본질과 한계를 명확하게 짚고 있는 견해이긴 하지만, 허구화된 자유민주주의의 명제라도 이를 잘 활용하여 하루 빨리 국가보안법 철폐를 이루어내는 것이 현실적이고 또한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박원순, 앞의 책(주21), 216쪽
48) 이는 학계의 논의를 보아도 알 수 있다. 학계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론은 완전한 다수설로 되어 있고, 존치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겨우 한 개 뿐이다.(김명기, 앞의 글) 이것만 보아도 국가보안법 문제는 이론의 문제가 아닌 실천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49) 양건, 앞의 글(주30), 170쪽
50) 장호순, 앞의 글(주30), 300쪽
51) U.S.V Schwimmer, 1929 (최종고 편역, 위대한 반대자 올리버 W.홈즈, 교육과학사, 1992, **쪽에서 재인용)
52) 사실 국가보안법 '왜' 폐지되어야 하는가 보다는 '어떻게' 폐지시킬 것인지에 대한 것이 더 중요한데, 이 글도 국가보안법의 폐지근거에 대해서만 서술하게 되어 아쉽다. 가장 최근의 국가보안법 철폐운동론으로 서준식, '국가보안법 어떻게 폐지시킬 것인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토론회 자료집』, 학술단체협의회, 1996 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53) 각 인권단체들은 대개 위의 기준에 따라, '양심수 전원 석방을 위한 불교대책위'는 363명(한겨레신문, 1998.4.27, 5면), '국제사면위원회'는 100~120명,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는 980명으로 현재 양심수의 숫자를 추산하고 있다 (이상 한겨레신문, 1998.11.10, 3면)
54) 한겨레신문, 97년 11월 4일
55) 이에 대해서는 배종대, '사회안전법 및 보안관찰법에 대한 비판적 고찰',『법과 사회』, 창간호, 1989.8, 43~52쪽 ; 이승호, '보안관찰법 폐지론', 『법과 사회』, 제5호, 1992, 196~212쪽
56) 안기부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앞의 책, 45~85쪽 ; 조용환, 민주주의와 정부수사기관의 통제, 동향과 전망, 33호, 1997.3, 153~181쪽
57) 당시 민주당 총재 김영삼씨 인터뷰에서, 경향신문, 1989.5.4 (한겨레21, 제2호, 1994.3.31, 24쪽 에서 재인용)
원문:http://user.chollian.net/~materias/mydoc/kukbo.hwp
출처: 홍성수의 기초법학 포럼 (http://sungso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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